´간결한´ 리오스…명실상부 2007 ‘최고의 선수’

입력 2007.09.01 11:04  수정

31일 경기서 시즌 17승 거두며 다승 단독 선두

4년 연속 200이닝 돌파, 최고의 이닝이터 면모 과시

2007 프로야구의 최고선수 논쟁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는 분위기다. 다니엘 리오스(35·두산 베어스)의 활약이 워낙 뛰어나기 때문.



리오스는 지난 31일 부산 사직구장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원정경기에서 6.2이닝을 7안타 3실점(2자책점)으로 막고 시즌 17승을 거두며 다승 단독 선두를 지켰다.

이번 승리는 그간 외국인 선수가 넘지 못했던 20승 도전에 실낱같은 희망을 이어간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외국인 선수 최다승 기록은 2002년 KIA 타이거즈 소속 투수였던 마크 키퍼(39)가 거둔 19승이다.

현재 59승2무49패로 2위를 달리고 있는 두산은 3위 삼성 라이온즈와 2게임차, 4위 한화 이글스와 2.5게임차를 유지하고 있다. 플레이오프 직행을 위해서라도 남은 16경기에서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다.

따라서 에이스인 리오스의 등판은 비교적 잦을 전망이다. 리오스가 남은 모든 등판을 승리로 이끈다면 21세기 들어 자취를 감춘 20승 투수 탄생이 가능하다.


이닝 소화는 내게 맡겨라!

리오스는 이날 경기에서 17승 외에도 시즌 200이닝(200.1이닝)을 돌파했다. 최근 프로야구에서 4년 연속 200이닝을 돌파한 유일한 선수가 된 것.

2002년 KIA 소속으로 국내 프로야구에서 뛰기 시작한 리오스는 첫해 157.2이닝, 이듬해 188.2이닝에 그쳤지만 2004년 이후 꾸준히 200이닝(222.2이닝-205.1이닝-233이닝-200.1이닝) 이상 투구해왔다.

지난달 인터뷰에서 리오스는 “의식적으로 간결한 투구폼과 경기운영을 추구 한다”고 밝혔다. 불과 얼마 전 김성근 SK 감독이 “리오스의 투구폼이 정지동작도 없이 이뤄지는 게 아니냐”고 볼멘 항의를 했을 정도로 리오스는 군더더기 없는 투구를 한다. 이런 간결한 투구폼은 많은 이닝을 던지는 비결 중 하나다.

리오스는 완급조절에도 상당한 강점이 있다. 의식적으로 삼진을 노려 투구 수를 늘리는 비효율적인 투구를 펼치지는 않는다. 대신 위기 시 더욱 강한 공을 던지는 것으로 유명하다. 9회에도 시속 150km에 육박하는 공을 구사하는 선수답게 리오스는 자신의 포심 패스트볼에 대해 상당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완투와 완봉도 다른 선수와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많다. 올해 6번의 완투와 4번의 완봉승을 거둬 통산 21번의 완투, 7번의 완봉을 기록 중이다. 갈수록 투수들의 분업화가 심해지는 가운데 리오스는 오히려 그 추세를 보기 좋게 역행하는 투수다. 그나마 이에 근접한 선수는 6번의 완투와 1번의 완봉승을 거둔 류현진(20·한화 이글스)이다.


1등이 아닌 것을 먼저 살펴봐야

리오스가 2007 프로야구 최고의 선수인 것은 기록으로도 잘 나타난다. 다승과 투구이닝에서 단독 1위를 고수하고 있을뿐더러, 한 경기에 채 2점을 주지 않는다는 의미인 1.84의 믿기지 않는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있다.

현재 리그에는 1점대 평균자책점의 선수가 리오스 뿐이며 류현진(2.82)과 채병용(25·SK 와이번스·2.91)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승률도 압도적인 수치를 보이고 있다. 리오스는 17승을 거두는 동안 고작 5번의 패를 당해 승률이 무려 0.773(1위)에 이른다. 2위 케니 레이번(33·SK)도 14승 5패를 거두며 0.737의 훌륭한 승률을 기록했지만 리오스를 넘기에는 힘에 부친다.

양질의 투구를 펼쳤는지 알아보는 척도 중 하나인 WHIP(몸에 맞는 공을 제외한 이닝 당 출루허용)도 1.04(1위)에 불과하다. 200.1이닝을 던지는 동안 고작 158안타 밖에 맞지 않았고 51개의 볼넷만을 허용한 결과다.

물론 이런 리오스도 탈삼진 부문만큼은 1위를 하지 못하고 있다. 130개의 탈삼진으로 158개를 기록한 류현진에 이어 2위다. 이닝을 많이 이끌어 가기 위해 삼진을 크게 의식하지 않고 투구했기 때문이다.



외국인 투수로 첫 MVP 수상 가능할까

2006년이 투수부문 3관왕 류현진과 타격부문 3관왕 이대호(25·롯데 자이언츠)의 해였다면, 2007년은 ‘리오스의 해’로 남을 전망이다. 리오스의 활약이 워낙 뛰어난 것도 있지만, 타자들이 이른바 ‘춘추전국 시대’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현재 타자들은 여러 부문에서 독주 체제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 홈런과 타점은 25홈런 85타점(이상 1위)을 기록한 심정수(32·삼성 라이온즈)의 선전이 돋보이지만 정작 타율이 0.249에 불과해 ‘옥에 티’다.

어깨 부상으로 페이스가 떨어진 이대호도 23홈런(3위) 73타점(5위) .330의 타율(2위)에 그치고 있다. 홈런 공동 1위인 클리프 브룸바(33)도 리그 최고 타자라는 강한 인상을 심어주고 있지 못하긴 마찬가지다.

이러다 보니 거의 모든 투수부문 기록에서 선두에 있는 리오스의 활약은 더욱 돋보인다. 경쟁자들에 비해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각종 기록들이 리오스의 최우수선수(MVP) 선정 가능성을 높여주는 요인이다. 20승을 달성한다면 ‘외국인 선수’라는 꼬리표는 더 이상 무의미하다.

1998년 OB 베어스 소속이던 타이론 우즈(38·현 주니치 드래곤즈)는 외국인 선수 도입 이후 첫 MVP로 선정된 바 있다. 우즈는 42홈런-103타점으로 그 어렵다는 잠실 홈런왕의 위업을 달성했었다. 하지만 우즈 이후 MVP가 된 외국인 선수는 아무도 없었다.

명실공히 21세기 한국 프로야구가 낳은 ‘최고의 히트상품’인 리오스. 그가 외국인 투수 첫 시즌 20승과 MVP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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