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강행 모두 확정...한국 골득실에 밀려 와일드카드 좌절
결국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2007 국제축구연맹(FIFA) 17세 이하 청소년월드컵´에서 와일드카드로 16강행을 노렸던 한국축구의 꿈은 결국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26일 열린 대회 조별리그 마지막 날 경기에서 E조 3위 타지키스탄(1승2패)은 튀니지에 0-1로 패하며 한국과 같은 승점 3점을 기록했지만 골득실에서 1골 차이로 앞섰다. F조의 3위 콜롬비아(1승1무1패)도 가나(2승1패)에 1-2로 일격을 당했지만, 승점에서 앞서 와일드카드로 16강행이 확정됐다.
이로써 조 3위 6개팀 중 4개팀이 진출하는 와일드카드의 주인공은 북한, 시리아, 타지키스탄, 콜롬비아로 최종 확정됐다. 나란히 1승2패, 골득실(-2)에 그친 한국과 일본은 나란히 고배를 들었다. 한국은 일본에게도 다득점에서 2골 뒤지며 조 3위중 최하위를 기록하는 수모를 당했다.
결국 ‘빈공’이 발목을 잡은 셈이 됐다. 와일드카드 확정 4개 팀 중 3개 팀이 승점4점(1승·1무1패) 이상을 기록했고, 가장 낮은 점수로 막차에 합류한 팀은 타지키스탄(1승2패, 득4-실5)이었다. 조별리그 3경기에서 2득점(4실점)에 그친 한국으로서는 승점보다 득점만 1~2골 더 넣었더라도 16강행의 희망을 되살릴 수 있었기에 아쉬움이 크다.
한국은 또 한 번 U-17 청소년 월드컵의 ‘개최국 악연’의 희생양으로 이름을 올렸다. 2년 주기로 열리는 U-17 대회는 기묘하게도 홈팀은 좋은 성적과 인연이 없다. 85년 첫 대회이후 올해까지 모두 12번의 대회 중 7번이나 개최국이 조별리그를 통과하지 못했다.
특히 99년 뉴질랜드 대회 이후로는 벌써 5회 연속 1라운드 탈락이다. 지난해까지 16개국이던 참가국이 올해부터는 무려 24개국으로 늘어났음에도 조별리그 탈락을 피하지 못한 첫 번째 경우에도 이름을 올리며 한국은 이래저래 불명예를 안게 됐다.
성적은 안타깝지만, 한편으로는 오히려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해야할 때라는 지적도 있다. 박경훈호는 이번 대회를 목표로 무려 2년 7개월을 조련해왔으며 4강 신화를 목표로 내걸었으나, 막상 뚜껑을 열자 세계무대와 뚜렷한 격차를 드러냈다. 결과를 떠나 내용 면에서도 한국은 이번 대회 내내 전술이 단조롭고 선수들 역시 틀에 박힌 ‘기계적인’ 축구를 한다는 혹평을 받았다.
결국은 역시 기본기와 창의성의 차이였다. 17세라면 성장기를 감안하더라도 어느 정도 기량이 가다듬어졌어야 할 시기였지만 한국 선수들의 수준은 세계무대와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
몇몇 개인기를 뽐내는 선수들이 있었지만 정작 볼트래핑과 패스의 정확도 등 기본기는 서툴렀다. 이겨야겠다는 투지와 책임감은 있었지만, 경기의 흐름을 읽어내는 시야와 노련미는 떨어졌다.
이번 대회 성적은 단순히 몇몇 선수들의 책임만을 묻기에 앞서, 한국축구의 편향적인 ‘특공대’식 대표팀 제일주의와 부실한 유소년 육성 체제의 근본적인 한계가 초래한 결과라고 할만하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세계 각국의 강호들이 대부분 프로팀 소속으로 유소년 축구시스템을 통하여 체계적으로 육성된 선수들인 반면, 한국은 GK 김승규를 제외하면 대부분 학원축구 소속의 아마추어 선수들이었다.
연령과 수준에 맞는 경험을 습득하지 못했고, 고만고만한 국내 학원무대에서 승리와 성적 위주의 ‘결과지상주의’ 축구에 길들여진 어린 선수들에게, 세계무대와 맞먹을 기량이나 경기를 능동적으로 풀어나가는 적극성을 기대하기는 무리였다.
장기적으로 유소년 축구시스템을 활성화시켜 인프라를 확충하는 것을 외면한 채, 아예 재능 있는 ‘소수 엘리트’ 위주로 일찌감치 선별해 대표팀에서 육성하겠다는 축구협회의 후진적인 대표팀 운영 구조는 세계축구의 흐름과 역행하는 것이었다.
지난달 캐나다에서 열린 20세 이하(U-20) 월드컵의 경우, 비록 조별리그는 통과하지 못했지만 대부분 일찌감치 프로팀에 입단해 체계적인 기본기를 쌓은 선수들 위주로 구성되어 호평을 받은 것과 대조적이다.
이번 대회의 결과를 놓고 여론의 실망감과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어른’들이 잘못 만들어놓은 시스템의 문제를 외면, 어린 선수들에게만 지나친 비난이 쏟아지는 것은 가혹하다. 과정에 대한 냉정한 고찰보다 오직 결과에만 집착하는 풍토가 바로 지금 같은 기형적인 축구문화를 잉태한 원인이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 [U-17월드컵] ´16강행 좌절´, 안타까운 박경훈호
데일리안 스포츠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