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투게더>의 어제와 오늘

이준목 객원기자

입력 2007.08.23 23:41  수정

KBS <해피투게더>는 국내 방송가에서는 보기 드물게 ‘학창시절의 추억’이라는 프로그램 고유의 컨셉을 수년째 지켜오고 있는 독특한 장수 버라이어티다.


2001년 11월 첫 방영을 시작한 <해피투게더>는 초기부터 기존의 연예인 설정 위주의 오락 프로그램과는 분명한 차별화를 보여줬다. MC와 게스트들이 모두 교복을 입고 출연했던 ‘책가방 토크’와 ‘쟁반노래방’, 시즌 2인 <해피투게더-프렌즈>의 ‘친구 찾기’, 최근의 <학교가자>에 이르기까지. <해피투게더>를 규정짓는 이미지는 ‘친구’, 가까이 두고 오래 사귄 벗 같이 편안한 느낌이다.

자극적인 막말과 작위적 설정이 난무하는 최근 오락프로그램에서 <해피투게더>는 대중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인정받은 보기 드문 예능프로그램으로 꼽힌다.

여기에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보편적이고도 소중한 학창시절의 이야기를 테마로 삼으면서도 따뜻한 웃음을 유발한다는데 그 바탕이 있다. 10대에서 40대에서 모두가 부담 없이 웃을 수 있다는 점에서 진정한 세대 공감은 요즘 뼈대만 남은 <상상플러스>보다 <해피투게더>가 원조 격이었다.

아마도 국내 예능물 가운데서 일반인과 연예인의 경계를 가장 거부감 없이 무너뜨리는 프로그램도 <해피투게더>가 첫 손에 꼽힐 것이다. 내로라하는 스타들일 지라도 <해피투게더>에서는 연예인이 아닌 평범한 일반인으로 돌아가 옛날 학창시절의 무용담을 떠올리고, 머리에 쟁반을 맞으면서도 옛날 동요를 즐겁게 따라 부른다. 오랜만에 만난 옛 친구들이 어린 시절의 쑥스러운 사연을 들춰내더라도 동심으로 돌아가 스스럼없이 함께 웃을 수 있다.

국내의 수많은 장수 예능 프로그램들의 경우, 비록 같은 간판이라 할지라도 시청률에 따라 수많은 인기 코너들이 명멸하고, 프로그램 초기의 기획 의도가 변질되거나 아예 폐지되는 경우도 빈번한 가운데, <해피투게더>는 예능가에서 드물게 시즌제를 표방하면서도 초기의 정체성과 기획의도를 꾸준히 유지해온 몇 안 되는 프로그램이었다. 초창기 신동엽-이효리에 이어 <해피투게더>의 간판으로 3년째 장수하고 있는 유재석의 편안한 진행도 변함없는 인기몰이에 한 몫을 담당했다.

그러나 방영 6년째에 접어든 지금, 아쉽게도 <해피투게더>의 행보는 다소 갈짓자를 걷는 느낌을 주고 있어 아쉬움을 자아낸다. 지난 7월, <프렌즈-친구찾기>의 막을 내리고, 새롭게 선보인 세 번째 시즌 <학교가자>는 개편 두 달을 넘긴 지금, 시청률과 정체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 사이에서 방황하고 있다.

<해피투게더-학교가자>는 첫 회부터 ‘신개념 스쿨시트콤 버라이어티’라는 그럴듯한 수식어를 달고 막을 올렸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자 ‘도전 암기송’이나 ‘방과 후 옥상’, ‘그건 너’ 등 사실상 대부분의 코너들이 모두 기존 오락물의 재탕 혹은 모방에 지나지 않는다는 기획력의 한계를 드러내며 식상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결국 코너들은 한 달을 넘기지 못하고 폐지되거나, 공동 MC와 패널들도 사전 설명 없이 은근슬쩍 교체되는 등 프로그램이 자리를 잡지 못하고 표류하는 양상을 드러냈다. 방송 중 MC 유재석이 반 농담 삼아 ‘이 코너도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 시청자 여러분이 도와주셔야한다’고 말한 것은 사실상 <해피투게더>의 위기를 그대로 드러낸 것이었다.

다행히 <해피투게더>는 16일 방영된 ´해피투게더-학교 가자´는 13.0%(AGB닐슨미디어리서치)의 전국 시청률로 MBC <지피지기>와 SBS <헤이헤이헤이>를 제치고 동시간대 선두를 탈환했다.

그러나 일시적인 시청률 반등에 만족하기에는, 지금의 <해피투게더>는 여전히 교통정리가 덜 끝난 과도기 상태다. 시즌 3 당시 시작됐던 ‘학교가자’라는 컨셉은 이미 방향을 잃은 상태고, 세대를 포괄하던 편안한 공감대의 웃음을 전달하던 매력도 찾아보기 힘들다.

<무한도전>이나 <여걸식스>같은 기존 ‘캐릭터 버라이어티’의 어정쩡한 모방에 그친 포맷으로는 시청자들의 눈높이를 만족시킬 수 없다. <무한도전>의 콤비이기도 한 유재석과 박명수는 기존 타 프로그램에서 보여준 캐릭터와 웃음 포인트를 그대로 복제하고 있다. 상황과 설정에 의한 웃음보다는 출연자들의 개인기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 <해피투게더>의 가장 큰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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