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펜딩 챔피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최악의 스타트를 보이고 있다.
레딩과 포츠머스와 무승부에 그친데 이어, 반전을 모색했던 맨체스터 시티와의 더비매치에서는 무릎을 꿇으며 시즌 첫 승 신고에 실패했다. 개막 이후 3경기에서 1무 2패를 기록했던 1992-93시즌 이후 가장 좋지 않은 출발이다.
일각에서는 부진한 출발 속에서도 ‘트레블’이라는 대업을 달성했던 지난 1998-99시즌을 예로 들며, 초반 부진에 신경 쓰지 않는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당시와 현재의 상황을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따르는 것이 사실. 첼시와 리버풀 등의 라이벌들이 무난한 출발을 보이고 있고, 중위권 팀들 역시 활발한 선수영입을 통해 탄탄한 전력을 갖춘 만큼, 확실하게 승수를 올릴 수 있는 만만한 팀을 찾기가 드문 상황이다. 따라서 3라운드까지 승점2점만을 챙긴 것은 향후 우승경쟁에서 분명 악재로 작용 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도 맨유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저조한 공격력이다. 1998-99시즌, 맨유는 수비진의 난조로 부진한 출발을 보였지만, 앤디 콜-드와이트 요크 조합에 ‘슈퍼 서브’ 올레 군나르 솔샤르가 만들어낸 막강 화력으로 이내 제 자리를 찾아갈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시즌에는 웨인 루니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빠져 이들을 대신할 ‘해결사’가 없다는 것이 퍼거슨 감독의 속을 태운다. 솔샤르와 루이 사하가 회복하는 것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신입생 나니와 테베스도 아직까지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맨시티전에서 카를로스 테베스의 마지막 헤딩이 골로 연결되는 줄 알고 두 손을 치켜들었다 실망한 퍼거슨 감독의 표정에는 맨유의 현재 상황이 그대로 묻어있다. 퍼거슨 감독은 경기 이후, “시종 일관 경기를 지배하고도 골을 넣지 못했다”며 결정적인 한 방의 부재를 아쉬워했다.
◆ 테베스-나니, 역시 시간이 필요한가?
아직 테베스에 대한 판단을 내리기에는 시기상조. 테베스는 단 한 번의 친선경기 없이 바로 실전에 투입되었을 뿐더러, 그가 맨유 유니폼을 입고 치른 경기는 단 2경기에 불과하다
하지만 웨스트햄을 강등에서 구해냈던 테베스의 결정력이 루니의 빈자리를 메워줄 것이란 기대도 적지 않았다. 당장의 부진 탈출 해법을 찾고 있는 맨유에게 테베스가 보인 지난 2경기 플레이가 실망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페널티 지역 근방에서 어떻게든 직접 골을 만들어내려던 루니의 해결사적 능력에 비해 테베스는 다소 소극적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팀 동료들을 활용한 공격 전개 방법을 끊임없이 시도하는 플레이는 비판할 수 없지만, 최전방 공격수로서 루니에 버금가는 폭발력을 아직까지 보여주지 못한 것은 분명 아쉽다.
나니 역시, 아직은 물음표다. 사실 퍼거슨 감독이 계획했던 나니의 출발은 벤치다. 커뮤니티 실드에서 에브라를 윙어로 기용한 것 역시 이런 퍼거슨 감독의 계획과 맥을 같이 한다.
그러나 프리시즌부터 이어지고 있는 최전방 공격수들의 줄부상과 박지성의 부재는 퍼거슨 감독으로 하여금 긱스를 세컨드 스트라이커로 기용하게 했고, 자연히 나니가 선발 출장하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시작부터 예상이 빗나간 만큼, 나니에게 지난 시즌의 호날두 플레이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하지만 나니의 기량 문제를 떠나 번번이 팀의 공격속도와 유기적인 움직임 면에서 엇박자를 드러내고 있는 것은 퍼거슨 감독의 주름을 더욱 깊게 만들고 있다.
◆ 시간의 문제, 중후반 레이스 기대
나니와 테베스가 기대에 못 미치는 활약을 보여줬음에도 불구하고, 맨유가 장기적인 부진에 빠질 것이라는 전망은 높지 않다. 맨유의 현 상황은 전술 문제로 촉발된 부진이라기보다는 공격수들의 잇단 부상 탓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 .
맨시티전에서 답답한 공격력을 해결하기 위해 퍼거슨 감독이 제시할 수 있던 카드는 지난 시즌 리그 2경기만을 소화했던 크리스 이글스와 갓 1군 무대에 데뷔한 프레이저 캠벨이었다는 것이 맨유의 현 상황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작고 빠른 맨유 스타일의 한계라는 평가도 있지만, 잇단 악재로 아직 제대로 된 실험조차 이루어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런 만큼 부상선수들이 하나둘씩 복귀하는 리그 중후반 레이스에서 맨유의 무서운 반격은 충분히 가능한 스토리다.
또한 나니와 테베스의 예상외의 빠른 기용은 향후 레이스에서 그들의 가치를 보다 빛나게 해줄 것으로 전망된다. 두 선수의 기량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이 이견을 달지 않는 만큼, 시간이 보장된 이후 충분히 제 몫을 해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편으로는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는 속담처럼, ‘디펜딩 챔피언’으로 자만에 빠질 수 있는 팀 내 분위기와 정신력을 현 위기 상황을 통해 다잡을 수 있다는 효과도 간과할 수 없다.
잇따른 악재 속에 부진한 출발을 시작한 맨유가 과연 분위기 반전에 성공, 리그 2연패를 달성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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