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니, 호날두 등 주전 공백 여실히 드러나
시즌 초 부진의 늪에 빠질 가능성 여전
후반 종료직전 테베스의 결정적인 마지막 득점기회가 빗나가는 순간, 골인 줄 알고 두 팔을 번쩍 치켜들었던 퍼거슨 감독은 머쓱한 얼굴로 힘없이 어깨를 늘어뜨렸다. 이는 ‘디펜딩 챔피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현 주소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맨유의 충격적인 초반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13일(이하 한국시간) 레딩과의 프리미어리그 개막전에서 0-0, 15일 포츠머스 전에서는 1-1로 연속 무승부를 기록한 데 이어, 19일 지역 라이벌 맨체스터 시티와의 ‘더비 매치’에서는 선제골을 극복하지 못하고 0-1 시즌 첫 패배를 당하며 충격을 주고 있다.
3경기에서 불과 1골, 승점 2점(골득실 -1), 순위는 16위로 시즌 초반이지만 강등권에 근접하는 수모다.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챔피언의 자존심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성적표인데다, 상위권인 맨시티(3승), 첼시(2승1무)와의 격차도 벌어지는 난국에 봉착했다.
맨유의 현재 성적은 1992년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후 두 번째로 좋지 않은 출발을 보이고 있다. 맨유는 1992-93시즌 당시 개막 후 1무 2패에 그쳤으나 후반기 대약진에 힘입어 결국 2위를 승점 10여점차로 일찌감치 제치고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프리미어리그는 장기레이스다. 출발이 좋지 않다고 끝까지 간다는 법은 없다.
하지만 그때와 지금의 차이점은 핵심 선수들의 공백에 있다. 개막전부터 부상자들의 속출로 애를 먹고 있는 맨유는 시즌이 시작되자마자 이번엔 웨인 루니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고,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박치기’사건으로 인한 징계를 받아 앞으로 두 경기를 더 결장해야한다. ‘차포를 뗐다’는 표현은 지금 맨유의 상황에 가장 잘 어울리는 말이다.
두 영스타의 공백은 맨유 골결정력의 심각한 저하로 드러났다. 지난 시즌 맨유는 반 니스텔루이(레알 마드리드)의 공백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리그 38경기에서만 무려 83골(경기당 2.18골)을 기록했고, 이것은 2위인 ‘호화군단’ 첼시(64골)보다도 무려 19골이 많은 수치였다. 여기서 호날두(17골 14도움)와 루니(14골) 두 선수가 합작한 골만 31골로 팀이 기록한 득점의 37.3%를 차지했다.
그러나 맨유는 올 시즌 초반 최전방 공격수의 부재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맨유의 초반 3경기를 돌아보면 내용은 그리 나쁘지 않았지만, 문전에서 마무리 능력의 부재로 숱하게 날린 득점찬스가 적지 않았다.
맨유는 지난해에도 전형적인 타겟맨 스타일의 장신 스트라이커는 없었지만 루니, 호날두, 박지성 등 빠른 스피드와 공간침투 능력을 겸비한 젊은 선수들의 화려한 돌파와 끊임없는 포지션 스위치 플레이로 무수한 득점찬스를 만들어내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전방에서 공격의 템포를 조율하거나 스스로 찬스를 만들어내고 마무리해줄 수 있는 ‘해결사’가 보이지 않는다.
이적생의 적응 속도가 느리다는 것도 고민스러운 부분이다. 올 시즌 경쟁팀의 이적생 선수들이 초반부터 매서운 골감각을 선보이며 순조롭게 리그 적응을 마치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맨유가 영입한 테베스, 나니, 안데르손, 하그리브스 같은 선수들은 새 팀과 리그 스타일을 파악하는데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 맨유의 이적생들이 대부분 20대 초반의 유망주로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도 당장 해결사를 기대하기에 무리라는 시각이 많다.
맨유는 27일 토트넘 핫스퍼와 홈경기를 앞두고 있다. 그리고 다음달 2일에는 맨유 출신의 로이 킨 감독이 지휘하는 선덜랜드와의 맞대결이 기다리고 있다. 핵심 선수들의 공백이 여전한 가운데 줄줄이 어려운 상대들을 극복해야한다. 2연전을 무사히 통과하지 못할 경우 자칫 맨유의 부진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0여 년간 오직 프리미어리그와 맨유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백전노장 퍼거슨의 대안이 기대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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