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파워피처 복귀 실험´ 실패로 끝나나

입력 2007.08.20 11:30  수정

트리플A 6승 12패 6.38의 평균자책점으로 부진

포심 패스트볼 위력 높이며 재기 노력했지만 사실상 실패

‘코리안 특급’ 박찬호(34·휴스턴 산하 라운드락 익스프레스)의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20일(이하 한국시각) 아이오와 컵스와의 원정경기에서 5.2이닝 10안타 6실점하며 패전투수가 됐다. 이후 6번의 등판에서 5연패를 당하고 있다. 계속되는 부진이 이제는 낯설지 않게 느껴질 정도다.

뉴욕 메츠 시절의 박찬호


◆ 이적 후 더욱 심각한 부진

지난 6월 12일 뉴욕 메츠의 산하 뉴올리언스(트리블A)에서 뛰던 박찬호는 휴스턴과 마이너리그 계약을 체결, 라운드락 익스프레스로 전격 이적했다. 새롭게 조성된 주변 환경은 기대감을 갖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박찬호는 이적 후 예상과 달리 더욱 부진한 투구내용을 보이고 있다. 라운드락에서의 그의 성적은 12경기 2승 8패 7.03의 평균자책점. 감히 ‘추락’이라는 표현을 써도 시원찮은 성적이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그간 고질적으로 지적돼오던 사사구 남발이 아닌, 3할 대의 높은 피안타율(0.309)이 부진의 결정적 요소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게다가 경기당 약 1.1개의 피홈런(23개)도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박찬호는 시즌 전 포심 패스트볼의 구위 회복을 위해 노력해왔다. 포심의 최고구속이 92마일(약 148km)까지 나오는 등 나름의 성과도 있었다. 그러나 회복된 포심은 과거의 위력적인 면모를 찾기 어려웠다. 그의 포심은 눈에 확연히 들어와 조금만 제구가 잘못돼도 장타를 허용하기 일쑤였다. 현재 마이너리그에서 박찬호가 고전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선발 한 자리, 맷 앨버스 손에 넘어가

올 시즌 휴스턴의 로테이션은 비교적 약한 편에 속한다. 지난해 겨울 뉴욕 양키스로 옮겨간 로저 클레멘스(45)와 앤디 페티트(35)의 이탈이 가장 큰 원인. 때문에 부동의 1선발 로이 오스왈트(30)를 제외하면 딱히 ‘안정적’인 인상을 주는 선수가 없다. 박찬호가 휴스턴을 택할 때 메이저리그 승격에 자신감을 가졌던 것도 위와 같은 맥락에서 가진 생각이다. 때마침 베테랑 우디 윌리엄스(41)의 부진은 박찬호에게 희망을 주는 대목이었다.

윌리엄스는 지난해 11월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을 얻어 휴스턴으로 전격 이적했다. 당시 나이 40이 넘는 베테랑 투수에게 2년간 1250만 달러를 투자한 것은 상당한 모험으로 평가받았다. 특히 이 계약은 클레멘스와 페티트의 대안으로는 턱없이 모자라다는 혹평도 감수해야 했다.

예상은 크게 빗나가지 않았다. 전반기가 끝나고 윌리엄스가 남긴 성적은 19번의 등판에 4승 10패 5.34의 평균자책점. 모르긴 몰라도 구단의 기대에 턱없이 모자란 성적이었다.

그러나 후반기 들어 윌리엄스는 부활의 날개를 펼치기 시작했다. 심한 기복을 보이기는 했지만, 7번의 선발등판에서 4번의 퀄리티스타트(선발투수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의 경기)를 기록했다. 특히 최근 3경기 20이닝 동안 15안타 4실점으로 2승을 거둬 상승세가 돋보인다.

이러다 보니 박찬호가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비집고 들어갈 틈이 아예 없었다. 설상가상 휴스턴이 사실상 포스트시즌 탈락이 기정사실화(20일 현재 56승 68패 승률 0.452)되면서 젊은 투수인 원디 로드리게스(28), 크리스 샘슨(29)에게 더 많은 기회가 부여되고 있다.

4일 샘슨이 팔꿈치 부상으로 자리를 비우자 이제는 더욱 젊은 맷 앨버스(24)가 5선발로 낙점됐다. 앨버스는 지난해 더블A팀 코푸스 크리스티 훅스에서 19번 등판해 10승 2패 2.17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메이저리그 입성을 위한 초석을 다졌다. 그는 2006년 텍사스리그 ‘올해의 투수’이기도 했다.


올 시즌 메이저리그 입성은 물 건너가나

박찬호는 18일 자신의 공식 홈페이지(http:/www.chanhopark61.com)를 통해 ‘정진(精進)’이라는 주제로 최근의 심경을 밝혔다.

본문에서 박찬호는 “많이 부족한 지금이지만 여전히 정진하는 내일에는 분명 오늘보다 나은 노력이 있을 것이다. 좀 더 나은 선수, 좀 더 나은 선배, 좀 더 나은 지도자, 좀 더 나은 인간이 되기에는 성적이 전부가 아닌 것 같다”며 현재 부진에 크게 개의치 않는 초연함을 보였다.

사실 마이너리그에서도 부진한 선수를 메이저리그에 덜컥 승격하는 구단은 없다. 휴스턴에서는 더 이상 기회가 없는 것이 박찬호가 처한 현실이다. 따라서 박찬호는 부진한 올해에 집착하기보다 내년을 대비하는 포석이 필요한 시점이다. 향후 ‘어떤 선수’가 될 것인지 더욱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포심의 구위 회복을 통한 재기에 실패한 박찬호. 팬들은 박찬호가 시즌이 지나고 제구력 향상과 다양한 구종(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 투심)의 조합을 갖춰 내년에 멋지게 재기하길 기대하고 있다. 한계와 싸우는 박찬호의 실험이 의미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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