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비전 승리 불구, 욜 감독 ´지도력 한계선´ 논란 계속
벤트 활용도와 미드필더 영입 실패에 대한 책임 지적
시즌 초반 2연패를 당하며 경질 논란에 휩싸였던 토트넘의 마틴 욜 감독이 더비 카운티전 대승으로 일단 한숨을 돌렸다.
토트넘은 18일(한국시간) 홈구장 화이트 하트 레인서 열린 ‘2007-08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3라운드에서 스티드 말브랑크의 2골을 터뜨리는 활약을 앞세워 더비를 4-0 대파,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부상에서 복귀한 이영표(30)는 스티브 말브랑크와 최고의 호흡을 선보이며 팀 승리에 상당부분 기여했다.
욜 감독은 경기 직후 “시즌 최악의 스타트로 큰 부담에 짓눌려 있었는데, 더비전 승리로 한시름 놓았다”며, 최근의 정신적 스트레스가 상당했음을 드러내보였다.
현재 토트넘의 상황은 욜 감독 말대로 더비전 승리로 한시름 놓았을 뿐, 어수선한 팀 분위기를 잠재우기 위해서는 더 많은 결과물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토트넘은 당장 오는 27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원정경기를 시작으로 풀럼, 아스날과의 런던 더비매치까지 죽음의 3연전을 앞두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 순간만 삐끗해도 욜 감독을 향한 비난은 더욱 거세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영국 <데일리 메일>은 욜 감독이 더비전 대승으로 급한 불은 껐지만, 앞으로의 3연전 결과가 향후 거취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토트넘 수뇌부가 위르겐 클린스만 전 독일대표팀 감독과 물밑 접촉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비단 <데일리 메일>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영국 언론들은 ‘단 1경기 만에 사퇴압박을 느낀 최초의 감독’ ‘TOP4가 아니면 욜은 실패자’라며 욜 감독을 압박하고 있다.
◆욜 감독에 대한 비난...왜?
토트넘은 지난 시즌 디미타르 베르바토프-조코라-심봉다 등을 영입한데 이어, 올 여름 이적시장에서도 4천만 파운드(약 720억 원)를 쏟아 부으며 대런 벤트-가레스 베일-유네스 카불 등을 영입, 여느 빅클럽 부럽지 않은 전력보강에 성공했다.
이렇듯 시즌 전만 해도 대다수 전문가들과 팬들은 토트넘을 ‘빅4’ 체제의 아성을 깨뜨릴 강력한 후보로 꼽았다. 토트넘 역시 리그 4위권 진입을 목표로 삼았다.
그러나 토트넘은 시즌 개막전에서 승격팀 선더랜드에 0-1로 패한 데 이어, 반전을 모색했던 홈 개막전 에버튼과의 경기에서도 1-3 완패, 팬들에게 큰 충격을 던졌다.
무엇보다도 공수 양면에서 무기력한 경기내용을 드러냈다는 점이 2연패라는 결과보다 더욱 심각하다. 주전들이 부상으로 대거 이탈한 수비진은 차치하더라도, 베르바토프-로비 킨-데포-벤트로 구성된 포워드 라인은 전혀 유기적이지 못했고, 미드필드라인 역시 창조적인 플레이를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이 같은 저조한 경기력은 결국 욜 감독을 향한 비판으로 연결됐다. 현지에서는 논란이 될 만큼의 거액(1600만 파운드)을 들여 영입한 벤트의 전술적 활용계획을 프리시즌 확실히 세우지 못했다는 지적을 비롯해, 중앙과 왼쪽에서의 창조적인 미드필더 요구를 묵살한 결과라고 조목조목 비판하고 있다.
특히, 욜 감독의 한계가 집중 부각되고 있다. 과거 네덜란드 리그에서도 드러났듯, 욜 감독이 중위권 팀을 운영하는 능력은 분명 훌륭하지만, 그 이상의 힘을 발휘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끊이지 않는 욜 감독의 ´지도력 한계선´ 논란
1991년 네덜란드 ADO 덴 하그 감독으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욜 감독은 1996-97시즌 로다JC를 암스테르담컵 우승(당시 로다JC의 우승은 클럽 역사상 무려 30년만의 쾌거)으로 이끌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1998년 네덜란드 에레디베지에의 약체 팀 RKC 발바이크를 강등 위기에서 구해낸 뒤 이후에도 꾸준히 중위권을 유지했던 점을 높이 평가받아 2002년 네덜란드 리그 올해의 감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상위권 팀의 감독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올해의 감독상을 받았다는 점은 욜의 탁월한 팀 재건 능력을 입증하는 부분이다.
욜 감독은 이러한 자신의 능력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도 유감없이 발휘했다. 2004-05시즌부터 토트넘 지휘봉을 잡은 욜 감독은 이전 시즌 14위로 내려앉으며 최악의 부진을 보인 팀을 9위로 끌어올린데 이어, 2시즌 연속 리그 5위에 오르는 탄탄한 팀으로 탈바꿈시켰다.
이 같은 업적에도 불구하고, 빅클럽을 지도한 경험이 전무 하다는 사실은 욜 감독의 약점이 되고 있다. 욜 감독은 ´빅4´와의 상대전적에서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고, 지난 시즌 UEFA컵 4강에서 세비야에 발목을 잡힌 것 역시, 욜 감독의 ‘지도력 한계선’이라는 지적과 맥을 같이 한다.
일각에서는 단 2경기 만에 욜 감독을 놓고 왈가왈부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는 것도 사실. 물론, 당장 경질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러나 토트넘 팬들의 욜 감독에 대한 불신은 점차 커져만 가고 있고, 일희일비하기로 유명한 화이트 하트레인 팬들이 에버튼전 종료 휘슬이 울린 후, 욜 감독을 향해 퍼부었던 야유가 언제 반복될지 모른다. 특히, 이번 시즌마저 토트넘 팬들에게 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 티켓을 선사하지 못한다면 경질은 현실로 다가올 것이 분명하다.
토트넘을 2시즌 연속 리그 5위에 올려놓은 욜 감독은 이제 그 이상의 성적을 요구받고 있다. 4000만 파운드라는 투자가 적었다고 변명할 수도 없는 노릇. 과연, 욜 감독이 성적에 대한 엄청난 부담을 털고 리그 4위권 진입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관련기사]
☞´2연패´ 토트넘…초반 스타트가 중요한 이유
데일리안 스포츠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