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최장 연속경기 출전 이범호
극심한 타격부진…돌파구 찾아라
17일 한화의 3루를 낯선 선수가 지키고 있었다.
한화의 붙박이 3루수 이범호(26)가 아닌 송광민이 3루에 자리하고 있었다. 이범호가 선발라인업에서 제외된 것. 이날 이범호는 8회 2사 1루에서 대타로 출장했다. 그러나 2루 플라이로 허무하게 물러났다. 이날 대타 출장으로 이범호는 지난 2003년 8월3일 대전 SK전 이후 연속출장 기록을 530경기로 늘였다.
그러나 최근 이범호의 플레이는 연속출장 기록이 무색할 정도로 무기력하다. 시즌 전체 성적은 타율 2할3푼2리·17홈런·44타점. 타율은 1군 주력멤버로 발돋움한 2002년 이후 가장 나쁘다.
이범호는 시즌 초반 극심한 슬럼프를 겪었다. 4~5월, 두 달간 타율 2할3리·6홈런·18타점이라는 극도의 부진을 보인 것. 결국 지난 6월3일 대전 삼성전에서 시즌 처음으로 선발라인업에서 제외됐다. 부상이 아닌 부진이 그 이유였으며 한화 김인식 감독은 트레이드까지 언급하며 이범호를 자극했다.
이것이 자극이 됐는지 이범호는 6월에만 타율 3할2푼9리·8홈런·17타점을 몰아치며 화려하게 부활을 신고했다. 그러나 7월 타율 2할7푼5리·2홈런·8타점으로 다시 하락세를 보이더니 8월 들어 치른 11경기에서 34타수 2안타, 타율 5푼9리라는 데뷔 후 최악의 성적을 내고 있다.
이범호는 타자의 순수 생산력을 나타내는 OPS(장타율+출루율)가 7할8푼이다. 이범호라는 이름값을 고려하면 결코 높은 수치가 아니다. 시즌 초반 극도의 부진을 보일 때에도 OPS는 10위권에 들었던 이범호다. 그러나 7~8월의 심각한 부진으로 OPS 순위도 19위까지 떨어졌다.
올 시즌 눈에 띄게 좋아진 것으로 평가된 선구안도 다시 흔들리는 기색이 역력하다. 7~8월부터 이범호는 삼진이 볼넷보다 많아지기 시작했다. 어느덧 볼넷(57개)과 삼진(52개)의 비율이 예년처럼 회귀하고 있는 셈. 선구안이 좋아졌다는 평가도 이제 설득력을 잃고 있다.
지난 2000년 대구고를 졸업하고 2차 1번으로 한화에 입단한 이범호는 자수성가한 케이스다. 대구고 시절 팀이 약체였던 탓에 좀처럼 이름을 알리기 쉽지 않았지만, 음지에서도 빛을 발해 한화의 지명을 받았으며 프로입단 후에도 스스로 돌파구를 찾아 자신의 가치를 빛냈다. 비교적 작은 체구에도 불구하고 슬러거로 성장할 수 있었던 데에는 부단한 노력이 뒷받침하고 있었다.
올 시즌 홈런 20개를 채우면 프로야구 사상 처음으로 4년 연속 20홈런을 기록하는 3루수가 된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출전을 계기로 부쩍 늘어난 3루 수비도 훌륭한 편이다.
하지만 장타력과 수비만큼이나 돋보인 것이 바로 연속경기 출장이었다. 6개월여 장기레이스를 치르는 동안 빠짐없이 라인업에 들어 출전한다는 것 자체가 선수로서는 최고의 미덕이다. 18경기만 더 추가하면 양준혁(삼성·547경기)을 밀어내고 연속출장 기록 역대 5위로 올라선다. 현역선수 중 박용택(LG)이 349경기 연속출장으로 뒤를 따르고 있지만 이범호와의 격차가 크다.
그러나 연속경기 출장 기록도 기본적인 활약이 전제되어야 빛이 발하는 법. 최근 이범호의 성적으로는 주전 자리도 장담하지 못할 처지다. 물론 한 방을 갖춘 슬러거로서 라인업에 차지하는 것 자체가 상대에게는 위협이 될 수 있다.
이범호의 홈런은 순도가 매우 높지만 심각한 타격부진으로 인해 요즘에는 외야로 타구를 보내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인다. 현재의 부진은 4~5월보다도 더 심각하다. 연속경기 출장기록도 현재 같은 활약이라면 의미를 잃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난 2년 연속 3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선수가 바로 이범호다. 가능성 있는 유망주에서 리그 정상급 선수로 발돋움했다는 것. 자수성가해 프로무대에서 성공스토리를 쓴 이범호인 만큼, 부진의 늪에서 헤어 나올 방법을 빨리 찾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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