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이 시즌 초반부터 연패 수렁에 빠지며, ´빅4´를 위협할 후보라는 시즌 전 평가를 무색케 하고 있다.
지난 2시즌 연속 리그 5위에 오른 토트넘은 올 여름에도 아낌없는 투자로 대런 벤트-가레스 베일-유네스 카불 등을 영입, 리그 4위권 진입이라는 야심찬 목표를 품고 시즌을 시작했다.
대다수 전문가들도 ´빅4´체제를 깨뜨릴 수 있는 팀으로 토트넘을 꼽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하지만 토트넘은 개막전부터 선더랜드에 패한 것에 이어 에버튼과의 홈경기에서도 무기력하게 패배, 벌써부터 현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9개월여의 대장정 속에 이제 겨우 2경기만을 치른 시점이지만, 무기력했던 경기내용과 지난 경험, 그리고 ‘빅4’의 무서운 저력을 감안했을 때, 심각한 상황이 아니라고 할 수 없다. 실제로 다니엘 레비 구단주도 마틴 욜 감독을 직접 불러 부진한 출발의 원인과 향후 대책을 강구할 만큼, 토트넘 스스로도 위기를 느끼고 있다.
◆같은 5위, 그러나 달랐던 지난 두 시즌
토트넘의 지난 두 시즌을 비교하면 이 같은 부진한 출발이 결과적으로 어떤 차이를 낳았는지 알 수 있다.
디미타르 베르바토프와 조코라, 심봉다 등을 영입한 지난 시즌에도 토트넘은 큰 기대 속에 시즌을 시작했지만, 초반 6경기에서 1승1무4패라는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결국 토트넘의 열망이었던 리그 4위권 진입은 일치감치 물 건너간 상황에서 5위 자리를 놓고 에버튼과 각축을 벌여야 했다.
반면, 2005-06시즌에는 6라운드까지 첼시에 한 번 패했을 뿐, 나머지 5경기에서 착실히 승점을 쌓아가며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다. 시즌 마지막 경기였던 웨스트햄과의 대결에서 아쉬운 패배로, 37라운드까지 지켰던 4위 자리를 마지막 순간 아스날에 내주는 아픔을 겪어야했다. 하지만 1987년 이후 첫 4위권 진입에 대한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았던 시즌이었다.
이처럼, 토트넘은 지난 2시즌 같은 5위를 기록했지만, 4위 진입 가능성의 정도는 사뭇 달랐다. 결국 시즌 초반 성적이 최종성적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최근 몇 년간 리그 양대 산맥을 형성하고 있는 맨유의 퍼거슨 감독과 첼시의 무링요 감독도 몇 차례에 걸쳐 시즌 초반 성적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또한, 시즌 초반 분위기가 ´빅4´를 상대로 한 경기에까지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측면도 간과할 수 없다. 최근 3시즌 동안 ´빅4´ 어느 팀과의 상대전적에서도 우위에 서지 못한 토트넘으로서는 상승세 속에서 이들과 맞붙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첫 3경기에서 2승1무로 순조롭게 출발했던 2005-06시즌의 토트넘은 비록 첼시와의 4라운드서 0-2로 패하긴 했지만, 리버풀(5라운드)과 맨유(10라운드)전에서 무승부로 선방하며 승점을 추가했다.
하지만 지난 시즌 1승2패로 가라앉은 초반 분위기가 4라운드 맨유전 패배와 0-3으로 완패한 리버풀과의 6라운까지 이어지며 힘든 레이스를 펼쳐야했다.
에버튼의 데이비드 모예스 감독과 필립 네빌은 지난 2라운드 토트넘전 승리 이후, “토트넘을 이겼으니 우리도 리그 4위권 진입을 목표로 삼겠다”며, 토트넘 팬들을 씁쓸하게 했다.
수비진의 줄부상과 공격진의 부조화로 시즌 첫 2경기를 모두 잃은 토트넘이 ‘슬로우 스타트’를 극복하지 못하고 또 다시 ‘만년 기대주’로 주저앉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결코 기우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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