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승준, 묵직한 구위와 싸움닭 기질
소멸되고 있는 파워피처의 ‘새 희망’
한국프로야구에는 파워피처가 점점 소멸되어가고 있다.
특히 정통파 강속구 투수가 크게 줄었다. 대포알 같은 강속구와 칠 테면 쳐보라는 식의 배짱 두둑한 투구를 하는 투수가 몇몇 불펜투수들을 제외하면 전혀 보이지 않는다.
투수의 매력은 파워피처다. 강속구로 타자들을 돌려세우는 파워피처의 삼진 퍼레이드는 야구소년들의 로망이었다. 그러나 제구력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체인지업의 보급으로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이제 약관인 류현진(한화)도 체인지업에 맛을 들여 볼 스피드가 줄어든 감이 없지 않다.
하지만 이런 흐름에 역행하는 투수가 하나 있다. 올 시즌을 앞두고 해외파 특별지명으로 롯데 유니폼을 입은 송승준(27·롯데)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1999년 경남고를 졸업하고 계약금 90만 달러에 보스턴 레드삭스에 입단한 송승준은 유망주 중의 유망주였다. 루키리그부터 트리플A까지 단계적으로 밟아간 송승준은 2001년부터 2003년까지 3년 연속 마이너리그 올스타전인 퓨처스 게임에 참가할 정도로 가능성을 발산하고 있었다. 송승준은 한국인 선수로는 퓨처스 게임 최다 출전자이기도 하다.
그러나 2002년 몬트리올로 트레이드된 이후 고비 때마다 부상에 발목이 잡히며 빅리그 승격이 좌절됐고 성적도 떨어졌다. 2004년 토론토~2005년 샌프란시스코~2006년 캔자스시티를 차례로 옮겨 다녔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그의 나이도 더 이상 유망주로 분류되지 않았다.
병역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겨울 국내로 돌아온 송승준은 뜻밖의 해외파 특별지명으로 군입대를 1년 미루고 올 시즌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롯데는 송승준의 구위를 믿었다. 국내로 돌아올 가능성이 낮은 추신수(클리블랜드)를 논외로 치더라도 병역문제가 해결된 이승학(두산) 대신 병역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송승준을 지명한 것에서 롯데의 믿음이 잘 나타난다.
게다가 대다수 복귀 해외파 선수들이 기량이 쇠퇴하거나 갈 곳이 없어 국내로의 복귀를 꾀한 것과 달리 송승준은 병역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내로 돌아왔을 뿐 메이저리그에 대한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있는 터였다.
시즌 초반만 하더라도 송승준의 구위나 로케이션은 모두 기대치를 밑돌았다. 하지만 군입대를 생각하고 겨우내 쉬는 동안 몸이 불어 실전에 투입될만한 컨디션을 만들지 못한 탓이었다. 결국 시즌 초반에는 구위를 회복하지 못한 채 스태미나까지 떨어진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2군에서 체중을 빼고 컨디션을 끌어올린 뒤 1군으로 복귀, 이름값을 해내기 시작하고 있다. 특히 후반기 5경기에서 모두 선발투수로 등판해 31⅓이닝을 소화하며 2승1패 방어율 3.16 WHIP 1.15 피안타율 2할3푼9리를 기록 중이다. 9이닝당 탈삼진은 6.61개. 각도 큰 커브가 국내 타자들을 상대로 효과적인 위닝샷으로 자리매김했다.
송승준이 돋보이는 것은 그의 싸움닭 기질에서 나오는 묵직한 직구로의 정면승부 때문이다. 가끔 지나칠 정도로 자신감을 보이는 것이 흠이라면 흠이다. 올 시즌 피홈런이 10개나 되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하지만 송승준은 결코 피하거나 도망가지 않는다. 후반기에는 직구 구속이 평균 145km 내외까지 찍히고 있다. 볼 끝의 움직임이나 위력은 선발투수 중 최상이라 할만하다. 마운드에서 자신 있게 공을 뿌리고 일일이 콜-플레이를 하며 덕아웃에서도 동료들의 플레이 하나하나에 박수치고 아쉬워하는 모습은 파워피처로서 그가 얼마나 열정적인지를 잘 보여주는 장면들이다.
물론 송승준도 로케이션이나 완급조절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특급투수가 되기 위해서는 강속구보다도 로케이션이나 완급조절이 더 중요한 것이 사실이다. 국내무대 스트라이크존에 대한 적응을 끝내면서 송승준도 효율적인 승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송승준의 기본적인 성향은 묵직한 직구를 앞세운 정면승부다. 그의 열정적이고 공격적인 피칭은 파워피처의 로망을 다시 한 번 지필 수 있을 정도로 매력적이다. 롯데팬들이 그에게 남다른 성원을 보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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