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오락물 아닌 대중적 인기-화제 코드
´슬랩스틱 코미디´에 기초한 몸 개그
지나친 유명세는 때론 독이 될 수 있다.
매주 새로운 포맷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어야하는 MBC <무한도전>은 국내 방송가에서 오락프로그램으로는 드물게 각 에피소드가 사실상 독립된 완성도로 평가받는 독특한 프로그램이다.
최근 방송가에서 <무한도전>만큼 매주 시청자의 높은 관심만큼이나 화제와 논란을 동시에 몰고 다니는 프로그램도 드물다. 매주 방송이 끝나면 <무한도전>의 에피소드들이 검색어 순위 상위권에 오르고, 완성도에 대한 평가와 시청자의 반응에 대한 분석들이 수많은 언론과 포털 게시판을 통해 이슈화되기 일쑤다.
시청률조사회사인 TNS 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11일 방송된 <무한도전-워터보이즈 특집 편>은 21.0%의 높은 성적을 기록했다. 동시간대 선두이자 한 주간 방송된 버라이어티-오락 프로그램 가운데 1위.
이런 높은 시청률과는 달리 이날 방영된 ‘워터 보이즈’편에 대해 비판적인 여론도 적지 않아 눈길을 끌고 있다.
‘워터 보이즈’편에서는 무한도전 여섯 멤버들이 1M 높이의 수영장에서 펼치는 다이빙 대회와 50M 수영 대회, ‘나르는 의자’에서 펼치는 베스트 포즈 경연대회, 노홍철의 송도 해수욕장 횡단 퍼포먼스 등을 방영했다. 그러나 예전에 비해 <무한도전> 특유의 기발함과 창의력이 떨어져 식상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사실 이날 <무한도전>이 보여준 설정들은 기존 오락프로그램에서 이미 한 번씩은 봤던 익숙한 것들이었다. 이날 방영분의 중요한 설정으로 등장한 ‘플라잉 체어’는 본인도 인정했듯, 유재석이 4년 전 출연했던 KBS 2TV <슈퍼선데이-위험한 초대>에서 써먹었던 소품을 다시 활용한 것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기존 오락프로그램에서 성공했던 설정이나 소품들을 리메이크하는 것이 <무한도전>만의 사례는 아니다. 오히려 과거 방송에서는 금기시되곤 했던 타방송사의 경쟁 프로그램명이나 인기 코너들을 천연덕스럽게 거론하며 종종 변주하기도 하는 것은 <무한도전>특유의 자유분방함이었다.
또한 <무한도전>은 그동안 ‘도전’이라는 공통분모 속에 상황극과 명랑운동회, 토크쇼, 버라이어티라는 다양한 미션을 넘나들어왔다. 매 주마다 설정과 주제가 바뀌는 만큼, 완성도에 있어서도 어느 정도 차이가 존재할 수밖에 없는 게 사실.
매주 <무한도전>에 쏟아지는 시청자들의 높은 기대치를 감안하더라도 한주 방영분에 따라 프로그램 자체의 ‘정체성’이나 ‘초심’까지 거론되고 ‘식상하다’와 ‘신선하다’는 반응이 극과 극을 넘나드는 것은 다소 호들갑스럽다.
최근 <무한도전>은 여름에 접어들며 부쩍 멤버들의 ‘몸 개그’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머드특집-개그실미도’, ‘서부특집’, ‘방송사 노숙’편 등은 그야말로 ‘사서 고생’하는 무한도전 특유의 3D정신에 충실한 포맷들이었다.
2년 여간 수많은 도전을 거치며 다양한 포맷을 흡수해오기는 했지만, 근본적으로 <무한도전>의 출발은 출연자들 간의 ‘슬랩스틱 코미디’에 기초하고 있다. 한때 <무한도전>이 캐릭터 위주의 상황극과 토크쇼 중심으로 치우치자 오히려 프로그램 자체의 정체성이 흐트러졌다고 평가하던 여론이 이번엔 몸 개그가 식상하다고 비판하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단순한 오락물을 넘어서 프로그램 자체의 대중적 인기와 화제성이 높아지다 보니 그만큼 다양한 시청자들의 욕구와 불만을 동시에 감수해야하는 것은 <무한도전>이 숙명적으로 짊어져야할 유명세이기도 하다. 그러나 웃음의 강도에는 매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무한도전> 자체가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지나친 몸 개그나 과장된 설정에 거부감을 느끼는 팬들도 있지만, 그만큼 <무한도전>은 상황과 트렌드에 따라 다시 어떤 포맷으로든 자유롭게 변화할 수 있는 유동성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시청자나 언론이 유독 <무한도전>에 대해서만 까다로운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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