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머리그 14승6패 승률 7할
되살아난 타선…역전승 속출
한국시리즈 2연패의 저력은 죽지도 사라지지도 않았다.
삼성 라이온즈가 올 시즌 처음으로 신설된 프로야구 서머리그 초대 챔피언에 올랐다. 삼성은 11일 현대와의 대구 홈경기에서 4-1로 역전승하며 서머리그 20경기에서 14승6패, 승률 7할이라는 가공할만한 성적을 올리며 남은 일정에 관계없이 자력으로 서머리그 우승을 확정지었다. 물론 서머리그 우승은 상금 2억 원을 빼면 성적에 어떠한 어드밴티지도 없다. 부자구단 삼성에게 2억 원의 상금은 큰 매력이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삼성은 서머리그 우승으로 후반기 판도를 좌우할 강력한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 타선이 살아났다
전반기 동안 삼성의 타선은 리그 최약체였다. ‘살아있는 전설’ 양준혁만이 독야청청하며 팀 타선을 이끌었지만 나머지 타선들이 좀처럼 뒷받침하지 못했다. 2할5푼도 되지 않은 전반기 팀 타율은 리그 최하위(0.247)였으며 경기당 평균 득점(3.85점)은 뒤에서 두 번째에 불과했다. 겨우내 타선의 세대교체를 명목으로 내걸며 동계훈련부터 전지훈련 그리고 시범경기까지 젊은 선수들을 키우는데 중점을 두었으나 결과는 참혹했다. 조동찬은 허벅지에 이어 어깨를 다치며 시즌-아웃됐고, 조영훈은 52경기에서 1할6푼9리라는 타율을 극악의 기록을 남기고 2군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7월을 기점으로 삼성의 팀 타선은 완벽하게 되살아났다. 팀 타율은 4월(0.231)·5월(0.235)·6월(0.261) 점차적으로 상승했지만 7월 이후 팀 타율은 리그 상위권인 2할7푼3리이며 6월까지 3.7점이었던 경기당 평균 득점도 4.7점으로 늘어났다. 시원한 장타 한 방은 고사하고 작전이나 팀 배팅으로도 득점을 올릴 수 없었지만, 7월부터 4번 심정수가 컨디션을 회복하고 자리를 잡자 전체적인 타선의 짜임새가 몰라보게 좋아졌다. 특히 홈런이 급증했다. 7월 이후 삼성의 팀 홈런은 32개로 올 시즌 전체 홈런(75개)의 무려 42.7%에 달한다. 7월 이후 30경기를 치렀는데 한 경기당 하나씩 홈런포를 가동시킨 셈이다.
7월 이후 성적이 타율 2할9푼4리·11홈런·32타점이 되는 심정수의 어마어마한 활약은 이제 입이 아프다. 심정수의 7월 이후 홈런·타점은 리그에서 가장 많다. 심정수뿐만 아니라 나머지 타자들도 쏠쏠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심정수의 뒤를 받치는 5번 박진만은 7월 이후 타율 3할7푼3리·3홈런·21타점으로 맹활약하고 있으며 양준혁도 같은 기간 동안 타율 3할2푼5리·4홈런·14타점으로 제 몫을 하고 있다.
톱타자 박한이도 타율 2할8푼2리·출루율 3할6푼3리로 안정된 활약을 했다. 게다가 채태인·김창희·신명철·김재걸·이정식 등도 번갈아가며 한 건씩 해결, 팀의 부족한 2%를 틈날 때마다 메워줬다. 잘 나가는 팀들의 모습이 후반기 삼성에도 그대로 나타나있다.
◆ 역전승이 많아졌다
선동렬 감독 부임 후 삼성은 불펜을 중심으로 한 지키는 야구를 팀컬러로 내세웠다. 5회까지 리드를 잡으면 6회부터 리그 최고의 불펜을 가동해 리드를 지키는 수동적이지만 위력적인 야구를 했다. 그러나 지난해 막판부터 타선의 힘이 약해지고 올 시즌 선발진이 붕괴되면서 지키는 야구는 지킬 점수마저 내지 못한 채 경기를 끌려 다니기에 이르렀다. 올 시즌 전반기에 삼성은 경기를 뒤집는데 많은 애로점을 드러냈다. 일각에서는 지키는 야구의 종말론까지 언급했다. 전반기 동안 삼성의 역전승은 재역전승까지 포함해 11승으로 KIA·롯데 다음으로 적었다. 순수 역전승은 5승으로 가장 적었다.
하지만 후반기에는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5회까지 리드를 빼앗기면 맥없이 그대로 무너졌던 것과 대조적으로 이제는 동점 상황에서도 필승카드를 투입시킬 정도로 벤치의 경기운용도 적극적으로 변했다. 후반기 19경기에서 삼성이 거둔 15승 중 무려 10승이 역전승이다. 특히 8월1일 LG와의 경기부터 4일 SK와의 경기까지 4경기 연속으로 대구 홈에서 7회 이후 경기를 뒤집는 무서운 뒷심을 발휘했다. 역전승 과정도 강팀의 진면목을 보여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7월22일 한화전 심정수의 끝내기 홈런, 8월1일 LG전 김재걸의 끝내기 안타, 2일 LG전 채태인의 동점홈런과 양준혁의 결승타, 3일 SK전 상대 실책에 따른 편승 등등 내용도 다양하다.
역전승이 많아진 것은 궁극적으로 타선에 힘이 붙었기 때문이다. 특히 양준혁-심정수-박진만으로 구성된 클린업 트리오가 팀 타선의 중심을 잡아줌으로써 짜임새가 생기고 득점공식이 잡힌 것이 그렇다. 하지만 비단 타선의 힘으로만은 설명하기에는 어렵다. 투타에 걸쳐 선수단 전체가 집중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서머리그 기간 동안 10세이브를 올린 오승환을 중심으로 한 불펜이 변함없이 힘을 발휘했으며 후반기 실책(9개)이 현대(3개) 다음으로 적은 수비진도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게다가 일본인 트레이너를 3명이나 고용할 정도로 체계화된 체력관리 시스템과 선동렬 감독의 장기적 안목에서 비롯되는 페넌트레이스 운용도 후반기를 거듭할수록 삼성에 힘이 붙고 있는 이유다.
◆ 후반기 ‘태풍의 눈’
삼성은 후반기 19경기에서 14승5패 승률 7할3푼7리라는 놀라운 성적을 거두고 있다. 전반기부터 이렇게 힘을 냈더라면 리그 판도는 어떻게 됐을지 모를 일이다. 하지만 하위권을 제외하면 아직 판도는 완전하게 고착화되지 않았으며 8개팀 저마다 후반기 30경기 내외씩 남겨두고 있다. 제이미 브라운과 전병호를 제외하면 믿을만한 선발투수가 없다는 것이 아킬레스건이지만, 이길 경기는 확실하게 잡고 내주는 경기는 과감하게 내주는 선동렬 감독의 선택과 집중도 후반기에 갈수록 힘이 붙고 있다. 현재 페이스대로라면 후반기 태풍의 눈은 두말할 나위 없이 삼성이다.
삼성은 올 시즌 97경기에서 50승3무44패, 승률 5할3푼2리로 리그 3위를 마크하고 있다. 2위 두산(51승2무43패)과는 1.0경기 차이이며 1위를 달리고 있는 SK(56승5무36패)와는 7.0경기차다. 1위까지는 힘들더라도 최소 2위를 자치할 가능성은 높은 편이다. 두산의 페이스도 만만치 않지만 삼성의 페이스는 6월 중순부터 7월초까지 11연승 행진을 내달린 SK 못지않다. 전반기 내내 흐름을 타지 못해 애를 먹었지만 이제 확실히 흐름을 타고 분위기를 다잡은 모습이다. 투타에 걸쳐 야구를 잘 알고 잘 하는 베테랑 선수들이 많다는 점에서 후반기 삼성의 저력은 단순히 겉으로 드러나는 수치 그 이상이라는 평이다.
우승 플래카드를 내걸고 단체 기념사진을 찍는 것은 삼성에게 전혀 어색하지 않은 풍경이다. 지난 2년간 페넌트레이스-한국시리즈 우승 플래카드는 모두 삼성의 몫이었다. 서머리그에서도 삼성은 초대 우승팀에 오르며 또 다시 플래카드를 걸고 환한 웃음과 함께 단체 기념사진을 찍었다. 삼성 선수단의 능숙한 기념촬영 포즈는 그들이 과연 고기를 먹어본 사람이라는 것을 느끼게 만드는 대목이기도 하다. 과연 삼성의 기념사진 촬영은 올 가을에도 재현될 수 있을까. 태풍의 눈으로 떠오른 삼성의 후반기 행보에 야구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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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안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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