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경기 출장’ 송진우…죽지도 사라지지도 않았다

입력 2007.08.10 09:32  수정

‘현역 최고령 선수’ 송진우

대전구장 입구 외벽에는 큼지막한 걸개사진들이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한화의 주축 선수들이 차례대로 나열된 걸개사진들 중 유독 눈에 띄는 사진이 있다. 나머지 사진들보다 족히 4배 정도 더 큰 대형 걸개사진, 그것도 외벽의 가장 앞에 자리하고 있다. 경기장에 들어서는 대전 팬들을 맞이하는 첫 사람이 바로 ‘최고령 투수’ 송진우(41)다.



그러나 대형 걸개사진에 어울리지 않게 올 시즌 활약 자체만을 놓고 볼 때 실망스러운 것이 사실. 올 시즌 한 차례 선발등판 포함 23경기에서 17⅓이닝을 던져 승 없이 2패1세이브4홀드 방어율 6.75 WHIP 1.56을 기록하는데 그치고 있다. 유일한 선발등판이었던 6월13일 SK와의 문학 원정경기에서는 2이닝 동안 홈런만 2방이나 맞으며 교체됐다. 선발투수로 뛰었다면 그의 600경기 출장은 조금 더 미뤄졌을지도 모른다.

한국프로야구 사상 첫 개인통산 200승이라는 위업을 달성한 송진우는 살아있는 전설 그 자체다. 200승이라는 대기록을 떠나 1966년생으로 우리나이 마흔둘에 현역으로 활약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전설이다. 그렇다고 그가 선수생활 연장에 대한 욕심으로 실력 없이 유니폼을 입었던 것도 아니었다.

밀레니엄 시대 무렵부터 노장 소리를 귓속에 박히도록 들어왔지만 팀 공헌도는 매년 웬만한 젊은 선수들을 능가했다. 1999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간 송진우는 연평균 162.9이닝을 던지며 11.9승에 방어율 3.54를 올렸다. 지난 8년간 가장 많은 투구이닝을 소화해낸 투수가 바로 송진우였다. 이 기간 FA 계약 포함 3차례나 다년계약을 맺기도 했다. 송진우는 FA 모범생으로도 유명하다.

그러나 올 시즌은 시작부터 좋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지난해 포스트시즌부터였다. 2005년부터 팔꿈치 통증을 호소한 송진우는 지난해 한국시리즈를 마친 후 곧장 일본으로 건너가 종합검진을 받았다. 검사결과 이상이 없다는 판정을 받고 전지훈련에 참가했다. 그러나 전지훈련 막판 또 팔꿈치에 짜릿한 통증을 느꼈고, 결국 시즌 개막 엔트리에 합류하지 못했다.

4월말에는 통증 완화를 위해 일주일간 다시 일본으로 가 윤활 주사를 3차례나 맞으며 몸 상태를 끌어올리기 위해 부단히 애썼다. 결국 지난 5월26일 두산과의 대전 홈경기에서 뒤늦게 시즌 첫 등판을 했다. 그러나 한 달 만에 허벅지 통증으로 2군에 내려가야 했다.

그러나 송진우를 탓할 수는 없었다. 누구보다 몸 관리에 철저하기로 소문난 선수다. 올 시즌 잦은 부상은 송진우의 탓이 아니라 세월을 탓해야 할 일이다.

허벅지 통증이 완화된 이후 1군으로 복귀했지만 송진우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몸 상태도 좋지 않지만 달라진 환경도 송진우를 괴롭히는 요인 중 하나다. 올 시즌부터 상하로 넓어지고 좌우로 좁아진 스트라이크존은 좌우 코너워크를 자유자재로 활용했던 송진우에게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물론 9이닝당 볼넷은 3.12개로 그리 많은 편이 아니지만, 3할에 가까운 피안타율(0.296)은 구위의 하락과 함께 스트라이크존의 활용도가 떨어진 것도 한 요인이다. 최근에는 주로 원포인트 릴리프로 등판하고 있으나 확실하게 타자를 제압하지는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올 시즌을 끝으로 계약이 만료되는 송진우에게 부진은 뼈아프다. 우아하지만 살벌한 프로세계에서 경쟁력 상실은 프로선수에게 사형선고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경쟁력 상실의 이유가 왜, 무엇 때문인가를 파고든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불혹이 넘은 노장선수에게 잦은 부상은 엔진에 고장이 났음을 알리는 경보음일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선수라면 벌써 포기했을지도 모를 지금 이 순간에도 송진우는 마운드에 있다. 자신의 이름값을 결코 과대포장하지 않으며 언제나 몸값에 걸맞은 활약으로 구단과 팬들에게 보답한 그다.

대전구장 입구에 걸린 대형 걸개사진의 주인공은 아직 죽지도, 사라지지도 않았다.

☞´화려한´ ´요원한´ 부활…엇갈린 희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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