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요원한´ 부활…엇갈린 희비

입력 2007.08.10 11:46  수정

[데일리안 스포츠 매거진]

화려한 부활 그 이면의 요원한 부활

올 시즌 프로야구 키워드는 ‘부활(復活)’이었다.

부활의 사전적 의미는 ‘죽었다 다시 살아남’이다. 프로스포츠 세계에서 부진은 곧 죽음이다. 하지만 부활이라는 단어는 아무에게나 쓰이지 않는다. 한 시대를 풍미한 스타들에게만 쓰일 수 있는 특별한 단어다. 올 시즌을 앞두고 프로야구에는 유독 부활을 부르짖는 스타들이 많았다. 그러나 결과는 각양각색이다.



▲ 화려한 부활

전성기에 빠른 강속구로 먹고 산 투수가 부활했다면 십중팔구 기교파 변신 성공이다. 올 시즌 정민철(한화)이 그렇다. 정민철의 부활은 놀랍지만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지난해 막판부터 정민철은 팔꿈치 통증이 사라지면서 볼 스피드가 상승하기 시작했다.

정민철은 2003시즌 종료 후 받은 팔꿈치 수술로 전성기 구위를 잃었다. ‘5이닝용 투수’라는 비아냥거림도 있었던 것이 사실.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정민철의 선발등판 평균 투구이닝은 4.86이닝에 불과했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리그 전체 4위에 달하는 경기당 평균 6.14이닝을 던지고 있다. 팔꿈치 통증이 사라지고 겨우내 충분한 훈련 성과를 올린 덕분이다. 시즌 전체 성적은 9승4패 방어율 2.85. 특히 방어율은 리그 전체 2위다. 아름다운 부활이라는 말은 이럴 때 쓰라고 있다. 정민철의 부활은 그의 폭포수 커브만큼이나 아름답다.

부활을 선언한 스타 중 가장 젊은 축에 속하는 김수경(현대)은 시즌 10승을 개인통산 100승과 함께 달성하며 부활을 알렸다. 김수경 역시 어깨와 무릎을 차례로 다치며 전성기 위력을 잃었다. 겨우내 FA 시장에서는 찬밥대우를 받으며 설움을 곱씹기도 했다.

하지만 이를 악물었다. 함께 부활을 꿈꾼 여타 스타들과 달리 김수경은 젊었다. 30줄에도 접어들지 않은, 앞으로 가야할 길이 한참이나 남은 선수였기에 더욱 독기를 품었다. 그 결과가 올 시즌 부활이다. 21경기에서 10승4패 방어율 3.29를 올리고 있다. 팀 내 최다승이자 리그 전체 4위이며 방어율에서도 8위에 랭크돼 있다. 전성기 때의 불같은 강속구는 사그라졌지만, 높은 타점에서 내리꽂는 특유의 투구 메커니즘과 포크볼처럼 떨어지는 슬라이더의 위력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역시 화려한 부활이다.

타자 쪽으로 눈길을 돌리면 심정수(삼성)와 정수근(롯데)이 두드러진다. 사실 시즌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화려한 부활보다는 절반의 부활이 어울렸다. 하지만 전성기 때 위력을 떠올리면 부활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 자체가 어색했다.

7월을 기점으로 두 선수는 과거 한솥밥을 먹었던 두산 시절처럼 함께 신바람을 내고 있다. 심정수의 7월 이후 성적은 타율 2할9푼8리·10홈런·29타점. 7월 이후 가장 많은 홈런을 치고 타점을 올리고 있는 타자가 바로 심정수다.

특히 해결사 능력이 돋보인다. 전체 타점에서 당당히 1위(74개)이며 결승타도 12개로 리그에서 가장 많다. 정수근도 7월부터 톱타자 본색을 발휘하고 있다. 7월 이후 타율이 무려 3할7푼이나 된다. 올스타전 MVP 수상을 계기로 몸과 마음이 모두 야구장으로 돌아온 모습. 전체 성적은 아직 완전치 않지만 화려한 부활을 만들어 가고 있는 두 선수다.


▲ 험난한 부활



염종석(롯데)의 시즌 첫 8경기는 환상적이었다. 경기당 평균 6.46이닝을 소화하며 4승3패 방어율 2.09 WHIP 1.05 피안타율 2할1푼8리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후 6경기에서 경기당 평균 3.22이닝에 5패 방어율 12.57 WHIP 2.64 피안타율 4할3푼5리라는 극악의 성적을 내고 말았다.

피로가 쌓이자 7월 한 달간 2군에서 머무르며 원기회복에 힘을 쏟았으나 1군 복귀전이었던 4일 광주 KIA전에서 1⅓이닝 6피안타 2볼넷으로 6실점하며 2회도 버티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시즌 초반 염종석의 선전에는 투구 폼이 자리하고 있었다. 와인드업 후 왼쪽 다리를 잠깐 멈추는 동작이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고 제구력이 향상되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

그러나 시즌을 거듭할수록 투구 폼이 예전처럼 멈춤 동작이 없어졌고, 덩달아 피칭마저 흔들리면서 쉽지 않은 부활이 되고 있다.

이대진(KIA)은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기적일지도 모른다. 지금 현재의 모습만으로도 부활이라는 단어가 아깝지 않다. 2001년부터 무려 3차례나 어깨 수술을 받으며 재활이라는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내고 마운드에 돌아온 것만으로도 올드팬들에게는 진한 감동을 선사하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객관적인 성적이라는 절대적인 기준을 잣대로 한다면 아직 부활이 아니다. 물론 시즌 첫 3경기 연속으로 퀄리티 스타트를 할 때만 하더라도 좋았다. 그러나 이후 어깨 피로누적으로 두 달 가까이 2군에서 몸을 추스르기도 했다. 1군으로 돌아온 이후에도 시즌 초반만큼 안정된 피칭을 보이지 못했다. 최근 2경기에서는 경기 초반 볼넷 남발로 위기를 자초하며 2회도 채우지 못하고 강판됐다. 아직은 기교로만으로 승부하기에 노하우가 부족한 모습으로 결국 다시 2군으로 떨어졌다.

임창용(삼성)과 조성민(한화)도 부활이 쉽지 않다. 2005시즌 중반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고 재활을 거쳐 올 시즌을 대비한 임창용은 선발과 불펜을 오가고 신세다. 성적은 28경기 3승6패2홀드 방어율 5.19. WHIP는 무려 1.60이며 피안타율도 3할7리에 달한다. 사실 볼 스피드는 전성기에 비하면 떨어졌지만 위력이 완전히 죽은 것은 아니다. 평균 시속 140km를 찍고 있다. 그러나 이렇다 확실한 결정구의 부재와 조급한 피칭으로 위기를 부르는 경우가 잦다.

배수의 진을 치고 올 시즌을 준비한 조성민은 전반기 12경기에서 1승2패 방어율 4.19를 기록했다. 제5선발로 비교적 쏠쏠한 활약을 했다. 그러나 부족한 스태미나로 인해 많은 투구이닝을 소화하기에 어려움이 있으며 투구패턴도 간파된 감이 없지 않다. 임창용·조성민 모두 체력과 투구패턴에서 문제점과 보완점을 안고 있다는 점이 공통점이다.


▲ 요원한 부활


부활에 실패하면 남는 것은 이름값에 비례하는 씁쓸함이다. 사실 지난해 이종범(KIA)의 부진은 노쇠화 탓만은 아니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참가로 겨우내 훈련이 부족했으며 개인적인 문제로 마음도 복잡했다.

하지만 올 시즌은 달랐다. 지난해 시즌을 마치자마자 겨울 동계훈련부터 봄 전지훈련까지 충실하게 소화해냈다. 시즌을 앞두고 3할과 30도루를 목표로 설정하며 새로운 마음가짐을 다졌다. 그러나 올 시즌 성적은 처참하다. 67경기에서 타율 1할7푼1리를 기록하는데 그치고 있다. 홈런은 하나뿐이며 삼진(21개)이 볼넷(8개)보다 월등히 많다. 지난해부터 급격히 나빠진 볼넷/삼진 수치는 선구안이 나빠졌다기보다는 빠른 볼과 몸쪽 공에 대한 약점이 부각되면서 심리적으로 위축된 것이 큰 요인이라는 지적.

2군을 다녀온 뒤에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고 있다. 은퇴설도 심심찮게 나돌고 있다. 현실적으로도 올 시즌 내 부활은 어렵다. 겨우내 총체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비록 타격에서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지만, 아직 대수비나 대주자로도 활용가치가 높기 때문에 이대로 포기하기에는 아쉬운 시점임에 틀림없다.

이종범 못지않게 은퇴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정민태(현대)도 부활이 점점 요원해지고 있다. 2004시즌을 마치고 어깨 수술을 받고 2년여를 재활에 쏟아 부었다. 같은 날, 같은 의사에게 수술을 받은 후배 조용준보다 빠른 재활속도를 보일 정도로 재기에 대한 의지가 강했다.

그러나 현실은 너무 차디찼다. 올 시즌 5경기에서 5패 방어율 14.59를 기록하고 있다. 정민태의 성적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기록이지만 사실이다. 게다가 피안타율은 무려 3할7푼5리나 된다. 한 때 리그 최고의 투수였던 베테랑 정민태라는 것을 감안하면 볼 배합이나 마운드 운용능력의 문제라고는 볼 수 없다.

구위가 확연하게 떨어진 마당에 변화구마저 제구가 되지 않은 채 밋밋하게 홈플레이트를 들어오면서 타자들에게 통타당하기를 반복하고 있다. 또한, 김시진 감독의 지적대로 슬라이더를 주로 던지는 투수라 기교파 변신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나란히 연봉 4억 원을 받으며 팀내 연봉 서열 공동 2위에 올라있는 LG 마해영과 진필중도 부활이 점점 멀어지고 있다.

지난해 초유의 방출예고 통보를 받는 등 우여곡절 끝에 LG에 잔류한 마해영은 올 시즌 1군 11경기에서 타율 7푼1리를 기록한 채 2군에서 4개월째 장기체류 중이다. 겨우내 구단에서 마해영을 방출예고하자 올 시즌에는 마해영이 구단에게 방출을 요구하는 등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부활을 위해 끊임없이 훈련에 매달리며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해답을 얻지 못하고 있어 마해영 본인의 마음고생도 크다.

진필중의 상황은 더욱 좋지 않다. 올 시즌 1군 무대에 아예 오르지 못한 진필중은 2군에서도 3패에 방어율 5.94로 부진하다. 올 시즌을 끝으로 FA 계약기간이 만료되지만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연봉 감액 문제로 구단과 법정공방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커질 정도로 사이가 악화됐다. 두 선수 모두 사실상 올 시즌 LG 전력에서 제외돼 부활의 길이 점점 요원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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