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안 스포츠 매거진]
집중견제 중심 감독 김성근-선동렬
프로야구에서 오해와 편견이 가장 많은 사람들 가운데 SK 김성근 감독(65)과 삼성 선동렬(44) 감독을 꼽을 수 있다.
SK를 단독선두로 올려놓은 김성근 감독은 이런저런 오해와 편견으로 그라운드 안팎에서 나머지 7개 구단으로부터 집중적 포화를 맞고 있다. 선동렬 감독에게도 어색하지 않은 풍경이다. 지난 2년간 선 감독 자신도 김 감독처럼 당한 일이기 때문이다.
▲ 김성근, 왜 벌떼마운드인가
김성근 감독을 향한 가장 날선 비판은 역시 ‘벌떼마운드’ 운용. 한 경기, 한 이닝, 한 타자마다 바꾸는 투수는 경기시간을 엿가락처럼 늘리는 주범(?)이기도 하다.
게다가 김 감독의 벌떼마운드는 때때로 괜한 오해도 불렀다. 지난 5월23일 대구 삼성전에서 나온 조웅천의 ‘투수→좌익수→투수’ 기용과 6월30일 수원 현대전에서 9회 2사 후 투수를 교체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 하지만 조웅천의 기용은 반드시 잡아야 할 경기에서의 승부수였고, 9회 2사 후 투수교체는 예기치 못한 부상이 그 이유였다. 그러나 오해에서 비롯된 편견은 상황적 판단을 배제시켰다.
더 나아가 김 감독의 벌떼마운드는 상대에 대한 어긋난 예의로도 비쳐졌다. 독주체제를 구축한 팀이 굳이 벌떼마운드를 가동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 물론 SK는 팀 방어율 1위(3.40)에 올라있는 마운드의 팀이다. 하지만 확실한 에이스는 없다. 케니 레이번이 12승을 올렸지만 에이스로서 무게감이 떨어진다. 지난 1일 레이번이 2군으로 강등된 것에서 잘 나타난다. 이는 2선발을 맡고 있는 마이크 로마노도 크게 다를 바 없다.
실질적으로 SK는 확실한 선발투수가 없다. 레이번을 제외하면 선발로 등판한 투수들 모두 불펜에서도 등판했다. 선발진 방어율은 3위(3.40)지만 평균 투구이닝은 6위(5.15)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K가 팀 방어율 1위를 달리고 있는 것은 불펜의 힘이 크다. 불펜 방어율은 전체 1위(2.75)이며 평균 투구이닝은 전체 2위(4.00)다.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하면서 가장 좋은 방어율을 기록하고 있는 셈이다.
몇몇 특급 셋업맨만으로는 이뤄낼 수 없는 성적. 경기당 평균 3.8명씩 구원투수가 등판하고 있는 벌떼마운드의 힘이다. 선발진이 빈약한 가운데 확실한 벌떼마운드로 상대 타선을 봉쇄하고 있는 것이다. 제1의 셋업맨 조웅천과 마무리투수 정대현이 같은 잠수함으로 투구 스타일이 비슷하다는 것을 감안하면 벌떼마운드의 필요성은 더욱 커진다.
이승호·엄정욱·신승현 등 확실한 1~3선발들이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한 SK로서는 벌떼마운드가 승리를 향한 지렛대가 되고 있는 셈이다. 이것도 모두 야구의 룰 안에서 이뤄지고 있어 문제될게 전혀 없다. 또한, 과거 쌍방울 시절 이미지가 강한 나머지 지금도 김 감독이 스몰야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오해하는 사람들도 많다. 실제로 지난해 김재박 감독의 현대가 한 시즌 최다 희생번트 신기록(153개)을 세우기 전까지 김성근 감독의 1996년 쌍방울이 143개의 희생번트로 한 시즌 최다기록을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시절에는 약한 팀 전력상 득점을 짜내는 야구를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올 시즌 김 감독의 SK는 희생번트는 뒤에서 두 번째인 60개밖에 되지 않는다. 번트를 선호하지 않기로 유명한 김경문 감독의 두산(57개) 다음으로 가장 희생번트를 기록하고 있는 팀이 바로 김성근 감독의 SK다.
팀 홈런(86개)·장타율(0.409)에서 모두 1위인 팀이 굳이 희생번트를 댈 이유가 없다. 주전과 백업멤버 가릴 것 없이 각자 맡은 바 역할을 다하는 타자들이 많은 SK에서는 김 감독도 선 굵은 야구를 하고 있는 것이다.
▲ 선동렬, 왜 선발 퀵-후크인가
선동렬 감독이 가장 오해를 받는 부분은 선발투수 조기강판. 물론 선발투수가 경기 초반부터 대량실점하며 무너지면 조기강판 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5회 이전 승리투수 요건을 갖추기 직전이라 할지라도 불안한 피칭을 하는 투수는 일말의 여지없이 교체되며, 5회를 채우고 난 후 힘이 남아있음에도 교체되는 경우가 삼성에서는 흔하다.
3실점 이하 선발투수를 6회 이전에 강판시키는 퀵-후크에서 선동렬 감독의 삼성은 33회로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부임 첫 해부터 불펜을 중시하는 ‘지키는 야구’를 선언한 선 감독으로서는 리드를 잡을 때마다 불펜투수들을 믿는 경향이 강하다.
선발투수들로서는 5회만 채우면 된다는 생각을 갖는 선수들도 있겠지만, 욕심이 있는 선수들로서는 아쉬운 부분도 없지 않다. 이 같은 선 감독의 한 박자 빠른 투수교체는 어떤 면에서 매정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우선적으로 승리를 추구 하는 프로세계는 성적으로 모든 것을 말한다.
삼성은 선발투수 퀵-후크를 한 33경기에서 24승1무8패를 기록했다. 승률이 무려 7할5푼이나 된다. 선 감독의 퀵-후크는 곧 삼성의 승리를 부르는 현명한 선택이었던 것. 그리고 24승 중 절반에 달하는 12승은 선발투수의 승리로 돌아갔다. 선발투수가 승리를 챙기고 팀도 승리를 챙기는 긍정적인 결과가 자주 연출됐다. 이제 선 감독의 퀵-후크는 삼성의 승리를 향한 솔로몬의 선택으로 자리매김했다.
게다가 타자들에 대한 불신도 상당 부분 사라졌다. 선 감독은 2004년 수석코치 부임 때부터 마운드 강화에 역점을 두었다. ‘야구는 결국 투수놀음’이라는 것이 선 감독의 지론이었다. 사령탑으로 부임한 후에도 삼성 타선은 한 방을 노리기보다는 작전과 팀 배팅을 기반으로 했다.
2005년에는 희생번트·희생타에서 각각 3·2위에 올랐으며 지난해에도 각각 5·3위에 랭크됐다. 확실한 타자가 아니라면 풀스윙보다는 작전이나 팀 배팅이 우선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코나미컵 아시아시리즈 실패를 계기로 선 감독은 타선 강화에도 신경을 기울였다. 올 시즌을 앞두고 야심차게 야수진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올 시즌 삼성의 희생번트와 희생타는 각각 62개·90개로 리그 전체 6·7위에 불과하다. 결과가 기대보다 좋지 못하지만 선 감독이 타자를 전혀 안 믿는 수준은 아니며 무조건적인 스몰야구를 펼치는 것도 아니다.
편견이나 오해와는 별개의 문제가 될지도 모르지만, 시즌 전 연례행사처럼 이어지고 있는 선 감독의 ‘엄살 아닌 엄살’은 결코 엄살이 아니었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매년 강한 자의 여유 또는 엄살이라는 소리를 들었지만 틀린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올 시즌에도 선 감독은 4강이면 족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시즌 초반에는 사령탑 부임 후 최다인 7연패의 수렁에 빠지며 최하위로 추락하는 등 크게 고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선 감독은 서두르지 않았다. 감독이 조급해하는 것이 보이면 팀 전체가 흔들린다. 하지만 선 감독은 장기레이스를 운용하는 노하우를 터득하며 조급함보다는 여유를 갖고 멀리 내다보는 장기적인 안목을 길렀다. 엄살을 부리지만 그에 대한 대비를 소홀히 하지 않는 것도 선 감독의 강점이라 할만하다.
올 시즌에도 후반기에만 11승4패로 승승장구하며 뒷심을 발휘하고 있다. 물론 5년 장기계약과 ‘스승’ 김응룡 사장의 프런트 외압 방지라는 든든한 보호막도 그 배경으로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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