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정상탈환 실패, 3위로 대회 마감
하승진, 양희종 등 세대교체 희망 찾아
최부영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이, 일본 도쿠시마에서 열린 제 24회 아시아남자농구 선수권에서 카자흐스탄을 물리치고 최종 3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당초 목표였던 10년만의 아시아 정상탈환의 꿈은 물거품이 되었지만, 3위까지 주어지는 2008 베이징올림픽 예선 플레이오프 진출권을 확보함에 따라 12년만의 올림픽 본선진출에 실낱같은 희망을 이어나가게 됐다.
기대했던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던 결과물이지만 크게 낙담할 필요도 없다. 세대교체 이후 평균 연령 25세의 젊어진 선수 층에, 이규섭, 방성윤, 현주엽 등 당초 기대했던 베스트멤버들이 상당수 빠진 사실상 1.5군의 전력으로 우승권에 근접한 성적을 보였다는 것은 높이 평가할만하다.
역대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던 지난 2005년 대회에서는 아시아선수권에서는 4위를 기록했다. 세대교체 첫 해이던 지난 도하 아시안게임에서는 5위에 그쳤다. 그러나 이번 아시아선수권은, 한국농구가 참담한 실패를 겪었던 지난 두 번의 국제대회에 비하면 내용이나 과정 면에서 모두 의미 있는 발전을 보여주었다고 할만하다.
아쉬웠던 것은 역시 경험부족과 확실한 해결사의 부재. 한국 대표팀은 이번 대회 초반 5연승의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카자흐스탄과 레바논에 연패하며 우승의 꿈을 놓쳐야했다. 두 경기 모두 단 한골(2점)차 승부로서 4쿼터 승기를 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에서 막판 자유투 난조와 결정적인 실책으로 다이긴 경기를 내준 것이 두고두고 아쉬웠다.
이번 대회 한국은 하승진-김주성의 ‘트윈타워’가 확실하게 자리 잡으며 아시아 정상급의 고공농구를 자랑했다. 종래 신장의 열세로 슈터 위주의 불안정한 3점 농구에 의존해야했던 한국 남자 농구는 제공권을 장악한 하-김 콤비와 귀화파 이동준-김민수까지 가세한 센터진의 강력한 높이를 앞세워 골밑에서 경쟁력 있는 팀으로 변모했다.
반면 포워드진은 역대 최약체로 분류될 만큼 최상의 선수구성에 실패한 것이 결국 발목을 잡았다. 당초 대표팀 주전슈터로 예상되었던 방성윤과 이규섭 등이 모두 부상으로 대회 전 엔트리에서 탈락하며, 최부영호에서 슈터라고 부를만한 선수는 사실상 김동우 한 명 뿐이었다.
김동우는 기복심한 플레이와 무리한 슛 셀렉션으로 팀에 큰 보탬이 되지 못했고, 양희종은 슈터라기보다는 수비 전문 선수로 활약했다. 대학생 선수인 차재영과 윤호영 역시 크게 중용되지 못했다. 결정적인 순간에 흐름을 반전시켜줄 수 있는 확실한 3점 슈터와 해결사의 부재는 경험이 부족한 한국팀이 접전 상황에서 정상적인 플레이를 펼치지 못하고 번번이 무릎을 끓는 빌미가 되어야했다.
그러나 주목할 것은 단순히 이번 대회 성적으로만 평가할 것이 아니라 대표팀의 연속성을 유지시켜나가려는 데 있다. 세대교체는 1,2년 안에 단기적으로 이뤄지는 과제가 아니다. 대표팀의 세대교체는 현재진행형이며, 이번 대회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미약하나마 희망을 찾아가고 있는 과정으로 평가해야 마땅하다. 중국이나 중동팀들, 카자흐스탄 등의 사례를 교훈삼아 꾸준히 젊은 선수들을 육성하고 상비군 제도와 전임감독제의 정착을 통해 장기적 비전을 두고 대표팀 전력을 강화시켜나가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올림픽 진출은 현실적으로 어려워졌지만, 사실상 올림픽 진출에 ‘준하는’ 세계예선 플레이오프에서 한국농구가 얻을 수 있는 경험은 결코 적지 않을 것이다. 하승진, 양희종, 양동근, 강병현, 김민수 등 세대교체를 통하여 한국농구가 발굴해낸 젊은 선수들은 여전히 성장하고 있는 과정에 있으며, 방성윤, 이규섭 등 경험 많은 슈터들이 복귀하는 내년, 한층 진일보한 대표팀이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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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안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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