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율 4할’ KIA 이용규…가장 뜨거운 ‘여름 사나이’

입력 2007.08.04 11:20  수정

이용규, 7월 이후 ‘타율 0.409’

깊은 슬럼프 딛고 화려한 부활

올 시즌 처음 신설된 프로야구 서머리그의 열기가 점점 달아오르고 있다.


각 구단들의 순위다툼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사상 첫 서머리그 MVP를 향한 선수들의 각축전도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심정수(삼성)·이대호(롯데) 등 거포들이 홈런포를 앞세워 서머리그의 열기를 달구고 있지만 음지에서 폭발적인 타격감각을 뽐내고 있는 여름 사나이가 있다. 최하위로 떨어진 소속팀 성적과 거포들의 활약으로 가려져 있으나 KIA 이용규(22)는 올 여름을 가장 뜨겁게 보내고 있는 선수 중 하나다.


◆ 깊은 슬럼프

사실 이용규의 올 시즌 출발은 매우 좋지 못했다. 정초부터 악재가 겹쳤다. 전지훈련을 앞두고 오른쪽 발목에 뼛조각이 발견된 것이다. 수술과 재활치료, 양자택일의 길에서 이용규는 후자를 택했다. 당장 수술을 받고 시즌을 포기하는 것보다는 시즌과 재활치료를 병행하겠다는 복안이었다. 이용규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KIA는 올해 한국시리즈 진출을 목표로 삼았고 지난해 최다 안타왕과 함께 외야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차지한 이용규는 팀의 대업에 동참하고 싶었다. 또한, 뼛조각 부상은 뼛조각이 인대를 건드릴 때에만 통증을 느끼는지라 이용규로서는 진통제를 먹고 참아서라도 시즌을 치르고 싶은 마음이었다.

전지훈련에 열흘 정도 늦게 합류한 이용규는 정상적인 훈련량을 소화할 수 없었다. 2006년 이용규의 대선전에는 겨우내 집중적인 훈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작은 체구지만 덕수정보고 시절부터 오른쪽 다리를 들고 친 이용규는 빠른 배트스피드로 공을 최대한 끌어다놓고 치는데 일가견이 있었다.

그러나 훈련량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배트스피드는 공을 따라가지 못했으며, 공을 끌어놓고 치는 데에도 애로점이 많았다. 결국 시즌 초반부터 깊은 슬럼프에 빠졌다. 지난해 막판부터 약점으로 드러난 몸쪽 코스를 집중적으로 공략 당했으며 특유의 밀어치기로 만든 안타성 타구는 번번이 상대의 수비 시프트에 걸려 땅볼로 둔갑되기 일쑤였다.

훈련량의 부족과 심리적인 불안은 기술적인 문제로도 전이됐다. 공을 맞히는 임팩트 순간에 힘을 제대로 모으지 못했으며 상·하체 밸런스도 흔들렸다. 어깨가 일찍 열리고 몸이 앞으로 쏠리는 등 타격에서 나쁜 습관들이 하나둘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타격에서뿐만 아니라 주루플레이나 수비에서도 예의 날렵함이 사라진 기색이 역력했다.

발목 부상을 안고 있다 보니 폭발적인 주루플레이를 펼치기에 한계가 있었고, 이는 넓은 수비 범위마저 좁히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6월19일 한화와의 광주 홈경기에서는 베이스러닝 도중 왼쪽 발목까지 다치고 말았다. 시멘트바닥처럼 딱딱한 광주구장 인조잔디에서 슬라이딩은 결코 쉽게 감행할 수 없는 플레이였다.


◆ 화려한 부활

갖은 악재로 깊은 슬럼프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소속팀 KIA도 최하위의 구렁텅이로 떨어지고 말았다. 이용규만의 탓은 아니었다. 부상선수만으로 이열종대를 줄 세울 수 있을 정도로 부상선수가 속출한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그러나 이용규가 KIA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했을 때 그의 부상이 유독 아쉬웠던 것이 사실이다.

서정환 감독이 야심차게 준비한 ‘시스템 야구’는 달리고 밀어치고 팀플레이를 펼치는 것을 골자로 했다. 그러나 그에 가장 부합하는 이용규가 부상으로 타격 감각을 잃고 주루플레이마저 제대로 되지 않자 서 감독의 시스템 야구는 아무짝도 쓸모없는 구겨진 종이조각이 되어버렸다. 이용규 본인 역시 지난해 활약이 ‘커리어-하이’ 또는 ‘플루크 시즌’이라는 평가에 속을 앓아야했다.

하지만 여름의 햇살이 비추자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6월까지 이용규의 시즌 타율은 2할4푼2리였다. 하지만 7월부터 이전과는 180도 달라진 모습으로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7월 이후 치른 24경기에서 93타수 38안타, 타율 4할9리의 가공할만한 활약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한 경기 2안타 이상씩 기록하는 멀티히트를 무려 12차례나 기록했으며 3안타 이상 경기도 5차례나 해냈다. 특히 7월8일 현대와의 수원경기부터 7월31일 SK와의 문학경기까지 16경기 연속안타를 기록하기도 했다. 데뷔 후 가장 긴 연속안타 기록이었다. 이전까지는 지난해 기록한 14경기 연속안타가 가장 긴 기록. 이용규의 올 여름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용규의 갑작스런 부활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7월초 현대와의 수원 3연전을 앞두고 타격 폼에 미세한 변화를 주기로 결정한 것이다. 서정환 감독은 이용규에게 타격할 때마다 드는 오른쪽 다리를 땅에 찍기를 주문했다. 양 발목이 모두 한 차례씩 부상을 당한 가운데 타이밍에 맞는 정확한 타격을 위해서라면 다리를 들지 않고 공을 최대한 바라보며 치는 것이 나을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기대대로 이용규는 타격 폼을 바꾼 후 놀라운 안타행진을 벌였다. 다소 컸던 스윙을 짧게 만들고 최대한 공을 바라보며 맞히기 시작했으며, 단거리타자에게 어울리는 ‘찍어치기 타법’도 조금씩 빛을 발했다.

이용규의 서머리그 타율은 무려 4할2푼1리다. 2위 이종욱(0.409·두산)과도 꽤 차이가 난다. 게다가 최다안타에서도 24개로 당당히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출루율에서도 전체 3위(0.493)에 올라있다. 모든 성적이 시즌 전체 성적보다 좋다.

하지만 7월부터 정신없이 몰아친 덕분에 시즌 타율은 어느덧 리그 14위에 해당하는 2할9푼2리나 된다. 불과 한 달 만에 시즌 타율을 5푼이나 끌어올린 것이다. 현재 기세라면 2년 연속 3할 타율을 낙관해도 좋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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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안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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