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누적’ 손민한-류현진, 절실한 부활

입력 2007.08.04 11:34  수정

가장 큰 공통점은 피로누적

계속되는 부진 장기화 우려

지난 2년간 프로야구 최고투수는 롯데 손민한(32)과 한화 류현진(20)이었다. 손민한은 2005년 페넌트레이스 MVP이며, 류현진은 지난해 페넌트레이스 MVP와 신인왕을 동시 석권한 최초의 선수가 됐다.


최고의 오른손 투수가 손민한이라면, 최고의 왼손 투수는 류현진이라 불러도 무방하다. 비록 결과는 참혹했지만, 지난해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대만·일본전 선발투수가 각각 손민한과 류현진이었다는 점이 그들의 위상을 입증한다. 그랬던 그들이 최근 동반부진에 빠졌다. 이는 단순히 그들 개인과 소속팀뿐만 아니라, 2008 베이징 올림픽을 향한 야구대표팀에도 비상이 걸렸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 손민한 : 21경기 9승9패 방어율 3.65

시즌 초반 손민한은 과연 ‘전국구 에이스’였다. 생애 처음으로 개막전 선발투수로 나선 4월6일 현대와의 경기에서 8이닝 무실점으로 개막전 선발승을 신고하며 기분 좋게 스타트를 끊었다. 4월 5경기에서는 3승1패 방어율 2.31 WHIP 1.09 피안타율 2할4푼1리로 에이스다운 위력을 발휘했다. 5월에도 5경기에 선발 등판한 손민한은 2승1패 방어율 2.83 WHIP 1.29 피안타율 2할8푼4리로 제 몫을 했다.

그러나 6월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6월, 5경기에서 2승3패 방어율 5.10으로 부진했다. WHIP(1.23)·피안타율(0.270)은 오히려 5월보다 나았지만, 부진의 이유는 분명했다. 홈런 때문이었다. 4~5월 도합 피홈런 숫자가 4개였으나, 6월에만 4개의 피홈런을 맞으며 무너지기를 반복한 것이다. 7월 이후 6경기에서도 2승4패 방어율 4.64 WHIP 1.36 피안타율 2할8푼으로 안정감 있는 피칭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특히 7월 이후에 맞은 무려 피홈런은 6개로 시즌 피홈런 부문도 전체 2위(14개)가 되고 말았다.

이 같은 손민한의 부진은 피로누적을 가장 먼저 언급할 수 있다. 올 시즌 손민한의 등판간격일은 평균 5.9일이다. 이것도 6월말부터 코칭스태프에서 등판간격일에 여유를 준 덕이다. 올 시즌 손민한이 4일 휴식 후 선발 등판한 경우는 9차례나 된다. 선발투수 개개인에 따라 적당한 등판간격일이 있기 마련이지만 시즌 초반에 상대적으로 손민한의 부담이 컸다. 게다가 손민한의 투구이닝은 리그 전체 3위(133이닝)일 정도로 많은 편이다. 피로가 누적되자 볼 끝이 밋밋해졌고 장타에 대한 노출이 커진 셈이다.

그러나 단순한 슬럼프인지, 아니면 계속될 하향세인지는 두고 볼 대목이다. 투수의 구위를 가늠할 수 있는 피안타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2004년(0.226)·2005년(0.240)·2006년(0.247) 최근 3년간 손민한의 피안타율은 모두 2할5푼 밑이었지만 올 시즌에는 2할6푼8리로 치솟았다.

물론 손민한은 구위로 먹고 사는 투수가 아니다. 뛰어난 제구력과 다양한 변화구를 앞세운 완급조절능력이 최대 강점이다. 손민한의 마운드 운용능력은 모든 투수들이 자기 것으로 만들고 싶은 롤-모델이다. 그러나 구위가 떨어지면 기존의 강점도 안전하다고 보장할 수는 없다. 특히 손민한의 주무기인 체인지업은 직구의 구위가 어느 정도 있어야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구질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 류현진 : 20경기 10승6패 방어율 3.30


전반기까지 류현진은 ‘2년차 징크스’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쾌속질주를 거듭했다. 4월6일 SK와의 대전 홈 개막전에서 1회부터 이재원에게 올 시즌 프로야구 1호 홈런의 희생양이 될 때만 하더라도 곧 2년차 징크스의 먹구름이 덮칠 것만 같았지만 괴물은 역시 괴물이었다. 출발만 좋지 않았을 뿐, 류현진에게 2년차 징크스 따위는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지난해 활약상이 너무 대단했던 나머지 올 시즌 활약이 퇴색된 감이 없지 않았다.

전반기 동안 류현진은 17경기에 선발 등판, 124⅔이닝을 소화하며 10승4패 방어율 2.67 WHIP 1.19 피안타율 2할5푼1리를 기록했다. 9이닝당 볼넷은 2.38개, 9이닝당 탈삼진은 7.94개를 마크했다. 다승·방어율·WHIP·9이닝당 볼넷 모두 리그 전체 3위. 다니엘 리오스(두산)-케니 레이번(SK) 다음으로 좋은 성적이었다. 한 차례 완봉승 포함 완투를 4차례나 해냈고 5회 이전 조기강판은 한 차례도 없었다. 경기당 평균 116.0구로 투구수는 지난해보다 많아졌지만 대신 등판간격일이 6.2일로 여유도 생겼다.

그러나 후반기 시작하자마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후반기 3경기에서 모두 5회를 기본으로 채웠음에도 불구하고 2패 방어율 7.79 WHIP 2.02 피안타율 3할4푼8리라는 극도의 부진을 보였다. 등판간격일은 전혀 문제가 없었다. 모두 5일 휴식 후 선발로 등판했으나 타자들에게 공략당하기 일쑤였다. 타자들에게 공이 맞아나가는 것도 문제지만 오히려 제구력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 심각하다. 류현진의 제구력은 코너워크를 자유자재로 할 정도로 수준급이다. 그러나 후반기 3경기에서 9이닝당 볼넷은 5.71개에 이른다.

이 같은 류현진의 부진도 피로누적이 우선적으로 손꼽힌다. 지난해 데뷔 첫 해부터 류현진은 201⅔이닝을 던졌다. 리그 전체 2위에 해당하는 투구이닝이었다. 이미 지난해 막판부터 구위가 하락된 조짐이 역력했다. 올 시즌에도 시즌 내내 구위가 지난해만 못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지난해 11개였던 피홈런은 올해 벌써 13개로 리그 전체 3위에 오르고 말았다.

그러나 구위의 하락이 무조건적으로 혹사의 이유가 될 수는 없다. 혹사는 매우 민감한 사안으로 구단과 코칭스태프가 더욱 전문적이다. 올 시즌 한화 코칭스태프는 적어도 등판간격일에서는 류현진을 보호했다. 그럼에도 구위가 떨어진 것은 투구이닝도 한 이유지만, 체인지업이나 커브 그리고 가끔 던지는 슬라이더에 재미를 붙인 것도 간과할 수 없다. 변화구 구사비율이 높아질수록 구위가 조금씩 떨어지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 공통점은 피로누적

부진하다지만 그래도 손민한과 류현진만한 투수는 많지 않다. 최근 연이은 부진으로 방어율 수치는 올라갔지만, 선발투수의 가장 큰 덕목이라 할 수 있는 투구이닝에서 두 선수는 각각 3·2위에 올라있다. 류현진은 최근 2년간 다니엘 리오스(두산) 다음으로 가장 많은 투구이닝(343⅔)을 소화하고 있으며, 손민한도 최근 3년 연속 선발투수로 활약하고 있는 선수 중 역시 리오스 다음으로 많은 투구이닝(453⅔)을 기록했다. 류현진이 이제 겨우 고졸 2년차 신인이라는 점, 손민한이 큰 부상 없이 꾸준히 마운드를 지키고 있다는 점은 매우 높이 평가받아야 할 부분이다.

물론 4년 연속 200이닝 돌파가 유력한 리오스에 비하면 별 것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외국인선수들은 통상적으로 많은 투구이닝을 소화하는 나름의 노하우를 갖고 있으며 코칭스태프에서도 이를 될 수 있으면 존중해주는 것이 관례다. 리오스의 경우에도 시즌 중 불펜피칭을 최소화하는 등 나름의 관리 노하우가 있다. 리오스가 KIA에서 두산으로 이적한 후 더욱 빛을 보고 있는 것도 코칭스태프에서 리오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존중한 덕분도 없지 않다. 그러나 국내 투수들은 상대적으로 관리 노하우가 부족하며, 나머지 선수들과 다른 훈련방법을 택한다면 곱지 않은 시선을 받기 일쑤다.

기본적으로 투수의 어깨는 소모품이다. 공을 던지면 던질수록 피로누적이 쌓이는 것은 사과가 땅으로 떨어지는 만유인력의 법칙과 같다. 물론 마쓰자카 다이스케(보스턴) 같은 예외도 있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선발투수가 많은 이닝을 던지는 것이 일반화된 지 오래다. 유소년야구 때부터 체계적인 웨이트 트레이닝을 받아 상·하체에 고르게 근육이 단련돼 있다. 게다가 일본프로야구는 6인 선발 로테이션을 고수하고 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선발 등판하는 것이 기본이 되어있는 것이다. 한 경기에 많은 투구이닝을 소화해도 무리가 없고 부담도 없다.

하지만 한국야구는 적어도 유소년 야구에서는 웨이트 트레이닝이 일반화되지 않았으며, 5인 선발 로테이션이 정착된 것도 10년이 조금 넘었을 뿐이다. 때때로 선발로 등판해 6이닝을 던진 투수가 이틀 쉬고 중간계투로 마운드에 오를 정도로 구시대적 악습이 남아있는 곳이 한국프로야구다. 손민한도 최근 3년간 불펜으로 등판한 경우가 3차례 있으며 류현진도 2차례 불펜에서 등판한 적이 있다. 최근 몇 년간 피로가 누적된 가운데 혹서기의 폭염을 맞아 부진을 보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 모른다.

그러나 부진의 장기화는 우려되는 부분이다. 손민한의 부진이 6월부터 계속되고 있다는 점, 류현진이 올 시즌 어느 정도 관리 받고 있지만 후반기부터 이상조짐을 보이고 있는 점은 결코 달갑지 않다.

잠깐 스쳐가는 소나기는 매 말랐던 땅을 더욱 기름지게 만들어주지만, 계속되는 가랑비에는 옷이 젖기 마련이다. 이는 곧 오는 12월 대만 타이중에서 열리는 아시아야구선수권대회 겸 2008 베이징 올림픽 아시아예선전에 참가하는 야구대표팀에게도 적잖은 고민거리가 될 것이다. 손민한과 류현진의 부활이 절실한 또 다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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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안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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