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별곡>과 <경성스캔들>이 남긴 것

이준목 객원기자

입력 2007.08.02 19:27  수정

퓨전 시대극의 또다른 가능성, 새로운 소재-현대적 감각 돋보여

시청률로 평가할 수 없는 ´완소 드라마´

평일시간대 실험적인 구성과 뛰어난 작품 완성도로 호평을 받던 두 편의 KBS 미니시리즈가 이번 주 나란히 막을 내렸다. 월화극 <한성별곡-정>과 수목극 <경성스캔들>이 그것.



두 작품은 나란히 시청률 면에서는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이렇다 할 톱스타나 전작의 후광 같은 요란한 홍보효과를 등에 업지 못한 두 작품은, <커피프린스 1호점>(MBC)과 <쩐의 전쟁>(SBS)같은 막강한 경쟁작들에 밀려 방영 내내 한 자릿수 시청률에 만족해야했다.

이것은 사실 두 작품만의 문제는 아니다. KBS 드라마는 일일극과 주말극 시장이 꾸준한 강세를 보이는 반면, 평일 미니시리즈 시장에서는 지상파 3사 중 최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전작이었던 <꽃찾으러왔단다>와 <마왕>도 작품적으로는 호평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한 자릿수 시청률의 징크스를 벗어나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주목할 것은, 이 두 작품이 보여준 드라마로서의 새로운 실험정신과 네티즌들에게 쏟아진 열광적인 지지에 있다.

<한성별곡-정>과 <경성스캔들>은 낮은 시청률로서는 이례적으로 젊은 시청자와 네티즌들을 중심으로 작품적 완성도에 높은 평가를 받았으며, 어지간한 흥행작 부럽지 않은 높은 인기를 자랑했다.

두 작품은 모두 역사 드라마의 패러다임을 전복하는 새로운 소재의 ´퓨전 시대극´으로 주목받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조선 정조시대를 배경으로 한 <한성별곡-정>이 추리사극이라는 외피 속에 진보와 보수, 개혁과 수구의 대립, 신-구세대의 갈등이라는 시대적 배경을 현대적인 관점에서 재조명해 눈길을 끌었다.

<경성스캔들>은 1930년대 일제 경성을 배경으로, 항일무장투쟁과 청춘남녀의 로맨스라는 상반된 요소를 결합, 어둡고 음울한 시대로 기억되던 일제강점기에도 사랑과 연애가 존재함을 보여주는 ´트렌디한 시대극´으로 화제를 모았다.

기존 드라마의 진부한 역사관이나 틀에 박힌 장르적 클리세를 거부하는 두 작품의 시도는 아직 보편적인 대중성을 획득하기에는 다소 부족했지만, 한국 드라마에 소재와 장르의 한계를 극복했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한성별곡>이 18세기 조선시대 후기의 격변기를 다양한 사회적 요구와 갈등이 공존하는 현대 대한민국의 투영으로 해석했다는 점과 <경성스캔들>이 독립운동과 친일파 이야기로만 국한되어 있던 일제시대를 로맨스적 접근을 통해 ´보편적 감성´들이 공존하는 무대로 재조명했다는 점은 신선한 시도였다.

영화 속의 개성 넘치는 조연전문에서 <한성별곡>을 통해 시대의 그늘에 저항했던 고독한 개혁군주 정조 역을 호연하며 재조명된 중견배우 안내상, <경성스캔들>에서 기존의 깐깐한 도시남 이미지에서 베일 속에 가려진 항일투사의 리더로 속 깊은 매력을 보여준 류진, 매력적인 모던걸이자 카리스마 있는 여전사 차송주를 통해 개성파 여배우로서의 입지를 굳힌 한고은 등은 이 두 작품이 보여준 ´최고의 발견´들이라 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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