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기´ 유재석…새로운 길 모색할 때?

이준목 객원기자

입력 2007.07.30 23:03  수정

최근 예능가에서 최고의 흥행 보증수표를 하나만 꼽으라면, 단연 열에 일곱여덟은 ´뚝사마´ 유재석을 첫 손에 꼽는다.

강호동, 신동엽, 이휘재, 이경규, 김용만, 김제동 등 내로라하는 스타급 진행자들이 즐비하지만, 오직 유재석만이 자타공인 ´국민 MC´라는 호칭을 얻을 정도로 그의 존재감은 독보적이다.

고정출연하는 프로그램만 <무한도전>,<놀러와>(이상 MBC), <해피투게더-학교가자>(KBS),<진실게임> <일요일이 좋다-옛날 TV>(이상 SBS) 등 5개에 이르며, 지상파 방송 3사를 모두 넘나든다.

이 코너들은 모두 프라임 시간대에 방영되는 각 방송사의 주력 예능 프로그램이다.

유재석은 자신이 맡은 모든 프로그램에서 패널이나 게스트가 아닌, 간판이라 할 수 있는 메인 MC다. 케이블에서의 재방송까지 포함한다면 TV를 보는 전 국민들이 하루도 유재석을 보지 않고 지나치는 날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놀라운 것은 유재석이 진행하고 있는 프로그램들이 모두 최소 3년 이상 길게는 5년 넘게 장수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 진행자가 자신의 이름을 내건 예능프로그램을 4∼5개 이상 동시에 진행하면서도 수년 넘게 장수한다는 것은 국내 방송가에서도 전례가 드물다.  

<무한도전>과 <놀러와>는 첫 방영 시절 때부터 함께한 창단 멤버였고, <해피 투게더>는 2004년 신동엽-이효리의 후임으로 첫 진행을 맡은 이후, 탁재훈-김아중-이효리-유진 등 수많은 진행자들이 교체되고 코너의 포맷이 두 번이나 바뀌는 (쟁반노래방-프렌즈-학교가자) 동안에도 여전히 살아남았다.

<일요일이 좋다> 역시 2003년 ´X맨´ 시절부터 함께했던 강호동-박경림-김제동-이혁재 등 스타급 동료 진행자들이 거쳐 가는 동안, 변함없는 프로그램의 간판스타는 여전히 유재석이었다.

이처럼 유재석이 장수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의 인기가 꾸준했기 때문. <무한도전>은 현재 주말 버라이어티의 절대강자로서 동시간대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으며 나머지 프로그램들도 비교적 기복 없는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다.

MC로서 유재석의 진행 스타일은 스포츠로 치면 탁월한 스트라이커나 홈런타자라기보다는 리딩에 능한 포인트가드나 노련한 포수에 가깝다.

오랜 무명생활을 통해 다져진 경험과 인내를 바탕으로 진행자로서 발군의 순발력과 ´한 방´을 터뜨릴 수 있는 능력도 충분히 갖추고 있지만, 홀로 튀기보다는 항상 프로그램의 포맷이나 동료 출연자들의 화합을 우선시하며 ´희생번트´나 ´어시스트´에 충실한 마인드를 보여준다는 게 특징.

유재석은 일정한 형식과 규칙에 얽매이는 토크쇼나 정통 개그프로그램보다는, 자유분방한 버라이어티에 더 잘 어울린다. <스타 서바이벌-동거동락>이나 <무한도전>,같이 다양한 개성을 지닌 출연자들이 집단으로 무대로 등장해 신명나는 놀이판을 펼치는 ´집단 버라이어티´의 조율사로서 유재석이 유독 강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또한 유재석의 장점은 시청자에게 주는 신뢰감이다. 흔히 예능 PD들은 가장 함께 일하고 싶은 연예인 MC로 유재석을 첫손에 꼽는다. 10년이 넘는 연예인 경력과 수많은 매체 노출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이렇다 할 ´안티´나 ´설화´가 없는 유재석은 동료와 제작진, 심지어는 시청자들 모두에게 가장 편안히 기댈 수 있는 믿음을 주는 MC로 꼽힌다.

어떤 출연자나 프로그램의 다양한 색깔에도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유연성은 ´최고의 개그맨´은 아니었던 무명의 메뚜기를 버라이어티 전성시대를 맞이해 ´최고의 MC´로 끌어올린 원동력이었다.

유재석은 아마 예능 MC로서 지금이 최고의 전성기라고 할만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지금이야말로 유재석이 변화와 안정 사이의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할 시점이라고 하다. 유재석이 보여줄 수 있는 최상의 아이템은 이미 <무한도전>과 을 통해 모두 보여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재석의 최근 프로그램들은 오히려 과거에 이미 한 번이상 보여준 유재석의 모습을 복제하는 것에 가깝다. <공포의 쿵쿵따> <위험한 초대> 시절과는 반듯해질수록 역설적으로 유재석 고유의 캐릭터는 다소 희미해진다.

또한 오랫동안 반복되어온 유재석 식의 진행과 애드리브는 이제 어떤 프로그램에 출연해도 비슷한 느낌을 주는 것이 사실이다. 몇몇 특정출연자들과는 방송사와 프로그램을 넘나들며 계속 엇비슷한 캐릭터로 호흡을 맞추는 것도 식상함에 한몫을 담당한다.

코너에 맞춰서 유재석이 진화하는 것이 아니라, 프로그램의 포맷 자체가 유재석 중심 또는 ´유재석 라인화´되는 경향은 앞으로 극복해야할 과제다.

☞무한도전, ´몸개그´의 끝없는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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