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었던 방망이 대폭발…서머리그서 7승2패
선동렬 감독, 여름 겨냥한 장기레이스 운용
삼성 라이온즈는 전통적으로 여름에 강했다.
연고지가 가장 무덥기로 소문난 대구라 여름에 내성이 강해진 덕분인지 몰라도 삼성은 여름이 될수록 힘을 냈다. 지난 25년간, 7~8월 승률은 삼성이 가장 높았다. 역대 7~8월 승률은 5할7푼8리.
KIA(0.550)와 한화(0.519)를 제외한 나머지 팀들이 모두 5할 승률조차 기록하지 못한 것에서 나타나듯, 여름은 기나긴 페넌트레이스 일정에 있어 최대 고비가 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삼성만큼은 예외였고, 이는 올 시즌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 여름, 방망이가 폭발하다!
선동렬 감독은 막강한 마운드를 바탕으로 한 지키는 야구를 팀컬러로 표방, 타자들에게 큰 것을 노리는 대신 팀 배팅과 작전수행을 주문했다. 과거 화끈하게 폭발하는 타격을 당연하게 생각한 삼성팬들로서는 낯선 풍경이었다.
하지만 삼성 타선은 지난 2년간에도 강했다. 2년 연속 팀 득점 부문 2위에 오른 것이 그것을 증명한다. 삼성팬들로서는 2년 연속 팀 홈런 4위에 머무른 것이 한국시리즈 2연패 속에서도 나온 불만의 이유였다.
그러나 올 시즌에 비하면 차라리 지난 2년이 좋았다. 올 시즌 삼성은 창단 이래 최악의 집단적인 타격 부진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 시즌 초반부터 양준혁을 제외한 나머지 타자들이 모두 침묵을 거듭했다. 선동렬 감독은 희생번트 지시를 줄이고 최대한 타자들에게 맡겼지만, 의도와는 다르게 역효과만 나타나고 말았다.
설상가상으로 부상선수들이 속출, 좀처럼 정상전력을 가동할 수 없었다. 팀 타율이 2할5푼조차 되지 않는 삼성 타선은 눈을 비비고 봐도 믿기지 않는 현실이었다.
하지만 여름을 기점으로 삼성 타선은 완연한 상승세로 돌아섰다. 사실 4월부터 6월까지 삼성 타선은 완만하게나마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팀 타율은 4월(0.231)·5월(0.235)·6월(0.261)을 거칠수록 조금씩 상승한 것. 그리고 7월에는 봇물처럼 터지고 있다. 7월 19경기에서 팀 타율은 무려 2할7푼9리다. 경기당 평균 득점도 5.0점. 6월까지 삼성의 경기당 평균 득점은 3.7점으로 최하위 KIA 다음으로 좋지 않았다. 시원한 한 방은 고사하고 팀 배팅과 작전으로도 득점을 뽑아낼 수 없었다.
가장 고무적인 것은 홈런포다. 삼성은 7월에만 26홈런을 터뜨렸다. 이는 올 시즌 팀 홈런(69개)의 37.7%에 달한다. 특히 26홈런 중 양준혁(4개)·심정수(8개)·박진만(3개)으로 이루어진 클린업 트리오가 15홈런을 합작했다. 심정수의 부활과 박진만의 가세가 큰 힘이 되고 있는 것.
후반기 8경기에서도 삼성은 8개의 홈런을 기록했다. 경기당 1개씩의 홈런이 가동되고 있는 셈. 여름의 태양은 뜨겁고, 삼성의 방망이도 화끈하게 달아오른 모습이다.
◆ 선동렬식 장기레이스 운용
선동렬 감독 부임 후에도 삼성은 여름에 강한 면모를 이어갔다. 지난 2년간 7~8월 승률은 6할3리. SK(0.634) 다음으로 높은 승률을 기록했다. 삼성의 전력이 좋았던 것이 결정적 요인이다.
그러나 지난해의 경우에는 오히려 전력손실이 많았다. 투타의 양대 산맥이었던 임창용과 심정수가 부상으로 시즌을 거의 날렸고, 팀 하리칼라를 비롯해 진갑용·김한수·박종호·김재걸 등 핵심멤버들이 크고 작은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했다 복귀하기를 반복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은 페넌트레이스 우승을 차지했다. 올 시즌에도 배영수를 시작으로 박진만·김창희·조동찬·박종호·강명구·권오준 등 부상선수가 속출했지만 크게 처지지 않았다. 전력누수가 심한 가운데에서도 꾸준히 성적을 낸다는 것은 무언가가 있다는 얘기다.
선동렬 감독은 ‘페넌트레이스는 42.195km 마라톤, 끝까지 달려야 결과를 알 수 있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어차피 승부의 판가름은 여름에 날 것이라는 생각도 갖고 있다. 지난해 초반과 올해 초반, 여기저기서 삼성의 ‘지키는 야구’에 한계가 왔다고 했지만, 오승환을 중심으로 한 삼성의 지키는 야구는 결코 무너지지 않았다. 마운드는 방망이처럼 쉽게 무너지는 모래성이 아니었다.
특히 선 감독은 2년 연속 초반 부진에도 조급해하지 않았다. 물론 야구를 잘 알고 잘 하는 베테랑 선수들이 많은 것도 그 원동력이겠지만, 감독이 조급해하면 팀 전체가 조급증에 시달리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선수들의 부상 방지와 체력 비축에도 선 감독은 신경을 기울였다. 삼성에는 일본인 트레이닝 코치가 3명이나 있다. 선 감독이 수석코치 부임 때부터 일본에서 데려온 하나마스 고지 코치는 유명하다.
삼성에서 4년째를 맞고 있는 하나마스 코치의 연봉(1억2000만원)은 삼성 코칭스태프 중 선 감독 다음으로 많다. 일본프로야구에서 23년간 니혼햄의 트레이닝 코치로 활약했을 정도로 경험이 풍부하다. 기대대로 하나마스 코치는 체력훈련과 스트레칭으로 선수들의 부상예방 및 체력증강에 기여하고 있다.
여름에 처지지 않고 오히려 힘을 내고 있는 데에는 하나마스 코치의 힘도 크다. 1억2000만원이나 되는 그의 연봉에서 삼성 구단이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사실 올 시즌 삼성 선수들이 부상을 많이 당했지만, 그 과정 하나하나를 뜯어보면 불의의 사고에 따른 부상이 많았다. 시즌 초반 박진만의 부상은 LG 포수 조인성과의 충돌에서 일어난 사고였다. 김창희 역시 마찬가지 이유로 허벅지를 다쳤으며 강명구는 도루 중 손가락을 접질렸다. 시즌-아웃된 박종호는 팔꿈치에 고질적인 부상을 안고 있었던 탓이었다.
선 감독은 마운드 운용도 무리하지 않는다. 지난해에 다소 무리한 오승환은 올 시즌 철저하게 관리 받고 있다. 권혁이 다소 무리하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지만, 지난 2년간 부상으로 쉬었던 것을 감안하면 체력에는 문제가 없다. 오히려 임태훈(두산)·안영명(한화)·김민기(LG)의 이닝 및 경기출장이 권혁보다 더 많다.
선 감독은 페넌트레이스 운용의 초점을 여름에 맞추며, 근시안적은 선수단 운용을 결코 허락지 않는다. 양준혁 등 베테랑 선수들이 여름이 되어서도 힘이 달리지 않는 데에는 효과적인 휴식과 철저한 체력훈련의 덕이다. 올 시즌 여름에도 이는 여과 없이 증명되고 있다.
올해부터 신설된 서머리그에서 삼성은 당당히 1위(7승2패)를 달리고 있다. 어느덧 시즌 성적에서도 삼성은 2위 한화, 3위 두산과의 승차를 0.5경기로 좁혔다. 창단 첫 우승을 향해 질주하고 있는 SK의 최대 걸림돌도 어쩌면 두산이나 한화가 아닌 삼성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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