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세이브, 구원 부문 1위 탈환
마무리 주요기록에서 모두 1위
삼성 오승환(25)은 올 시즌 예년만 못하다는 소리를 자주 들어야했다.
성적은 나쁘지 않았지만 공의 위력이 많이 사라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 2년간 오승환은 한국프로야구 최고의 마무리투수였다. 풀타임 마무리투수 첫 해였던 지난해에는 아시아 한 시즌 최다 세이브 신기록(47세이브)도 세웠다. 마무리투수로서 롱런한 선수로는 단연 구대성(한화)을 꼽을 수 있지만 단기간 위력으로 따지면 오승환도 뒤질게 없었다. 물론 다승·방어율·구원 타이틀을 한꺼번에 거머쥔 1996년 구대성도 있지만, 그 때는 투수분업화가 채 이뤄지지 않은 시기였다.
오승환의 최대 강점은 역시 쇳덩이처럼 묵직한 볼 끝이었다. 그러나 올 시즌 전반기 동안에는 좀처럼 볼 끝이 살아나지 않아 애를 먹었다. 타자들은 오승환의 무뎌진 볼 끝을 족족 커트해내며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 상대 중심타자들이 오승환의 공을 정타로 때려내는 것도 심심찮게 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만약 삼성이 대구구장의 외야 펜스를 뒤로 미루지 않았더라면 전반기에 오승환은 더욱 고전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오승환으로서는 필연적인 부진이었다. 2005년 입단 후 전지훈련-페넌트레이스-한국시리즈-코나미컵을 치른 오승환은 2006년에도 전지훈련-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페넌트레이스-한국시리즈-코나미컵-도하 아시안게임으로 이어지는 살인적인 강행군을 치러야했다. 게다가 지난해에는 67경기에서 79⅓이닝을 소화했다. 팀의 페넌트레이스 126경기 중 절반을 출장했으며 2이닝 이상을 소화한 경기도 11차례나 됐다. 올 시즌 구위가 떨어지지 않았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었을 것이다.
다행히 선동렬 감독은 올 시즌 오승환을 철저하게 관리할 것임을 천명했다. 실제로 오승환은 올 시즌 40경기에서 40⅔이닝을 던졌다. 1경기에 1이닝 꼴로 소화하고 있는 셈이다. 우규민(LG·50⅓이닝)·정대현(SK·56이닝)·한기주(KIA·48⅓이닝)·송신영(현대·56⅔이닝) 등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무리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전반기 동안 충분한 휴식을 취한 덕분인지 몰라도 후반기 4경기에서 오승환은 4이닝 무실점 1승3세이브를 기록했다. 특히 볼 끝이 포수 미트까지 살아 움직이는 특유의 무브먼트가 되살아나며 위력을 완전히 회복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후반기 첫 4경기에서 3세이브를 추가한 오승환은 어느덧 다시 세이브 부문 단독선두(23세이브)로 올라섰다. 세이브 부문을 제외하면 기록적으로 올 시즌 최고의 마무리투수는 단연 오승환이었다. 방어율은 0점대(0.89)이며, WHIP 역시 0점대(0.89)를 마크하고 있다. 0점대 방어율은 오승환이 유일하며, 0점대 WHIP는 오승환과 함께 우규민(0.89)·한기주(0.97)밖에 없다. 게다가 오승환은 피안타율(0.174)도 8개 구단 마무리투수 중 가장 낮고 9이닝당 탈삼진도 10.4개로 전체 마무리투수 중 가장 많다.
직구밖에 없어 투구 패턴이 단조롭다는 평을 들은 오승환은 올 시즌 변화구 구사비율도 높이고 있다. 전반기 동안에는 직구의 위력 감소로 인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직구 위력을 상당부분 회복한 최근에도 슬라이더와 슬로 커브를 자주 구사하고 있다. 변화구의 각도가 예리한 맛은 없지만, 보여주는 변화구만으로도 상대 타자들에게 혼란을 안겨줄 수 있기에 충분히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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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안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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