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의 순수성 잃고 외국인 출신 연예인 등용문으로 변질
제작진 통제력-소재 고갈로 한계 드러내
KBS <미녀들의 수다>(이하 미수다)가 갈림길에 서있다.
한때 연예인 아닌 일반인 외국 여성들을 출연시켜 ‘타자의 시점으로 돌아본 한국, 한국문화’라는 기획으로 신선한 반응을 끌어냈던 <미수다>는 최근 초기의 방향성을 상실하고 입방아에 오른 지 오래다.
방송 초기부터 지적되어왔던 출연자 선정기준의 문제와 잇단 설화, 일부 외국인 출연자들의 노골적인 연예인화는 이제 피할 수 없는 현상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에바, 사오리 등 특정 인기 출연자들에게 대한 제작진의 과도한 의존도와 편애는 필연적으로 출연자들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하는 빌미가 됐다.
재능과 미모를 겸비한 외국인 여성들의 연예계 진출을 강제로 막을 이유는 없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이들을 스타로 키워낸 <미수다>의 정체성이 최근 들어 초기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코너로서의 순수성에서 벗어나, 점차 한국에서 방송활동을 꿈꾸는 일부 외국인 출연자들의 ‘연예계 등용문’으로 악용되는 현상은 문제다.
가장 큰 이유는 사전에 확실한 원칙을 수립하지 못한 제작진에 있다. 베트남 국적의 하이옌을 연예활동을 시작했다는 이유로 프로그램에서 하차시켰던 제작진은 이미 오래전부터 방송-예능 분야에서 활약했던 고정 출연자들에 대해서는 아무런 제재도 가하지 않았다. 또한, 최근에는 외국에서 이미 연예활동 경력이 있는 여성 출연자를 버젓이 출연시켜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미수다>에서 얻었던 ‘반짝’ 인기에 기대어 성급하게 연예계 진출을 추진하는 일부 출연자이나 연예기획사의 행태도 문제다. 사실상 이미 연예인을 공식 선언했거나 그에 준하는 방송활동을 하고 있는 에바 포피엘이나 사오리 장 등은 최근 <미수다>를 벗어나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지만 대체적으로 좋은 평가를 얻지 못하고 있다.
<미수다>에서는 연예인 자격이 아닌 일반인으로서 작은 실수나 어눌한 발음까지도 신선한 매력으로 어필했지만, 전문적인 연예인으로서의 세계는 전혀 다른 무대다. 어쩔 수 없는 언어와 문화의 격차, 국내 방송가의 트렌드나 템포, 출연자간의 사적인 교감 등에서 모두 열세일 수밖에 없는 외국인 출연자들은 초기의 아마추어적인 신선함마저 사라지고 나면 냉정한 평가를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또한 근본적인 문제는 이미 초기의 활력을 잃어버린 <미수다>의 행보가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지난 4월 30일부터 종래의 일요일 오전에서 시청률 경쟁이 치열한 월요일 심야로 시간대를 옮긴 이후, <미수다>는 오히려 시청률 하락세를 드러내며 고전하고 있다. 5월말이후 이 시간대의 터줏대감인 <야심만만>과의 경쟁에서 10주 연속 밀려낸 <미수다>는 현재 한 자릿수 시청률을 오락가고 있는 형국이다.
제작진은 현재 출연자의 지속적인 교체를 통하여 정체된 프로그램의 활력을 회복하겠다는 복안이지만 성과는 미지수다. 잇단 설화와 비판적인 여론에 위축된 일부 외국인 여성 출연자들은 이제 예전처럼 솔직하게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려 들지 않는다. 이것은 출연자만의 문제라기보다는 소수 외국여성들의 스타성에만 의존한 제작진의 아이템 부재에 있다.
이야기는 자연히 사적인 에피소드나 가벼운 신변잡담으로 흐를 수밖에 없고, 최근 <미수다>를 떠난 레슬리 이후 한국이나 한국문화에 대하여 균형 잡힌 시각에서 이야기해줄만한 출연자나 패널도 선뜻 눈에 보이지 않는다.
미모의 외국인 여성들을 주체로 내세운 <미수다>는 첫 방영 당시에는 대단히 기발한 아이템이었지만, 문제는 이러한 일회성 소재의 한계를 극복할만한 독창적이고도 지속적인 포맷 개발 실패에 있다.
한바탕 소란이 지나갔지만 <미수다>의 앞날이 여전히 순탄해보이지 않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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