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일일극 초강세, 평일 미니시리즈 시장은 침몰
최근 공중파 3사의 드라마 시장 경쟁에서 주도권을 움켜쥐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KBS다. 지난주 방영된 각 방송사의 모든 프로그램을 합쳐 KBS 드라마가 ‘시청률 톱5’에 3편이나 이름을 올렸다.
일일극 <하늘만큼 땅만큼>은 지난 16일 방송에서 자체 최고 시청률은 34.3%의 높은 성적을 기록하며 전체 1위에 이름을 올렸고, 주말극 <행복한 여자>와 <대조영>은 최근 30%에 육박하는 고공비행으로 동시간대 선두를 굳건히 유지하고 있다.
최근 2년간 주말-일일극 시장은 그야말로 ‘KBS 천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일극 시장에서 <별난 여자 별난 남자>, <열아홉 순정>, <하늘만큼 땅만큼>이 모두 경쟁작인 MBC 드라마를 압도하며 동시간대 선두를 달렸고, 주말 저녁 8시대에서도 <부모님 전상서>, <슬픔이여 안녕>, <소문난 칠 공주>, <행복한 여자>, 10시대에는 <불멸의 이순신>,<대조영>같은 히트작들을 잇달아 배출했다.
주말-일일극은 미니시리즈와 달리, ‘롱런’이 가능하다는 것이 최대 장점. 올해 상반기 한동안 <내 남자의 여자>와 <쩐의 전쟁> ‘쌍두마차’를 앞세운 SBS에 한동안 시청률 선두를 내주었던 KBS로서는, 전통적 강세를 보이는 가족드라마와 대하사극의 꾸준한 인기를 통해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그러나 정작 평일 미니시리즈 시장으로 넘어오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올해 들어 KBS는 젊은 시청자들을 주요 타겟으로 하는 ‘트렌디 드라마’ 시장에서, 이렇다 할 히트작을 단 한편도 배출하지 못했다. 월화극 <꽃피는 봄이 오면>, <헬로 애기씨>, <꽃 찾으러왔단다>, 수목극 <달자의 봄>, <마왕> 등이 스타급 배우와 연출자들을 내세우고도 모두 기대보다 저조한 성적표를 거두는 데 그쳤다. 올해에만 벌써 평균 시청률이 5%에도 못 미치는 작품이 4편이나 된다.
최근작인 <한성별곡-정>과 <경성스캔들>도 작품적인 완성도에 대한 호평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은 한 자릿수에 머물고 있다. 동시간대 선두를 기록 중인 <커피프린스 1호점>(MBC)이나 <쩐의 전쟁-번외편>(SBS)에 비해 절반도 안 되는 낮은 수치. 그야말로 주말-일일극과 평일 미니시리즈 시장간 극심한 ‘빈익빈 부익부’의 양극화 현상이라 할만하다.
그나마 한 가닥 위안을 삼는 것은, 이 작품들이 낮은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완성도와 작품성에서 소수팬들의 지지를 얻으며 ‘마니아 드라마’로 호평 받고 있다는 것. 미스터리 스릴러물이었던 <마왕>, 퓨전 추리사극 <한성별곡>, 트렌디한 시대극 <경성스캔들> 등은 모두 기존의 드라마에서 보기 힘든 새로운 소재와 장르적 실험을 앞세워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정작 화제성 면에서는 시청률만큼의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KBS 드라마의 고민이다. <하늘만큼 땅만큼>은 시청률의 우위에도 불구하고 언론과 대중의 스포트라이트는 항상 <거침없이 하이킥>에게 더 많이 쏠렸다. <행복한 여자>는 파행적인 이야기 전개와 구태의연한 설정에도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고, <대조영>은 ´고구려사´ 드라마로서의 화제성을 <주몽>, <연개소문>에 빼앗기며 후발주자의 한계를 감수해야했다.
장르와 시청자 층의 특성상, 시청률에서 중장년층 팬들의 꾸준한 인기를 모을 수 있어도 다양한 세대에 어필할 수 있는 매력이나 방송외적인 파급효과는 오히려 경쟁작들에게 미치지 못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올해 하반기에도 KBS는 미니시리즈 시장에 확실한 구원투수가 눈에 띄지 않는다. 경쟁사들이 저마다 스타 배우와 연출-작가들을 동원하여 쟁쟁한 라인업을 대기시키고 있는 반면, KBS의 하반기 라인업은 아직까지 베일 속에 가려져있다.
일단 <경성스캔들> 후속으로 8월부터 방송될 예정인 <사육신>이 사상 첫 북한 외주제작형태로 국내에 방송되는 사극이라는 점, <한성별곡-정>의 후속작인 <아이앰 샘>이 양동근, 박민영 주연의 학원물로 주목을 받고 있지만, 시청률 면에서 확실한 기대주라고 보기는 힘들다. 가족드라마-시대극의 고공비행과는 달리 트렌디 드라마 시장에서 기획력의 열세를 드러내고 있는 KBS가 어떤 카드를 들고 나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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