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어벡호의 운명은?…‘두 가지 경우의 수’

이준목 객원기자

입력 2007.07.17 09:4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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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강 진출과 실패, 운명의 갈림길

핌 베어벡 감독과 한국 축구국가대표팀의 운명은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지난 15일(이하 한국시간) 2007 아시안컵 조별예선 두 번째 경기에서 바레인에게 충격의 1-2 역전패를 당한 한국은, 현재 1무 1패(승점 1, 골득실 -1)로 D조 최하위까지 추락하며 사실상 조별리그 통과가 힘들어진 상황이다.


한국, 8강 진출의 가능성은?

이미 자력진출 가능성은 사라진지 오래다. 한국의 입장에서는 일단 18일 홈팀 인도네시아(승점 3, 골득실 0)와의 경기에서 최소한 2골차 이상으로 이기고, 사우디(승점 4, 골득실 +1)와 바레인전(승점 3, 골득실 0)에서 어느 쪽이든 승패가 갈리기만을 기다려야한다.

만일 비기거나 패하면 무조건 탈락이고, 사우디와 바레인이 무승부를 기록해도 한국은 승자승 우선 원칙에 따라 바레인에 밀려 일찌감치 짐을 싸야한다.

상황은 여러모로 불리하다. 지난 사우디와 바레인전에서 졸전을 거듭한 한국은 공수 전술의 완성도와 조직력 면에서 분명히 한계를 노출했다. 마지막 상대인 인도네시아는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분명 한국보다 한 수 아래라지만 지난 바레인과 사우디 전에서 드러났듯, 홈 어드밴티지를 등에 업고 의외의 탄탄한 경기력을 과시하고 있어서 지금의 한국이 쉽게 대승을 장담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중동 국가 특유의 끈끈한 ‘커넥션’에 따른 담합 가능성이다. 한국이 최종전을 이기더라도, 어차피 비기기만 하면 나란히 8강에 진출하는 사우디와 바레인으로서는, 최종전에서 굳이 무리한 플레이를 펼치지 않고 의도적인 무승부 게임을 펼칠 가능성도 있다.

또 다른 변수는 역설적으로 인도네시아의 선전 여부에 달려있다. 만약 초반부터 한국이 대량득점으로 앞서나가게 될 경우에는, 사우디와 바레인이 일찌감치 무승부 담합을 펼칠 가능성이 높지만, 만약 인도네시아가 한국에 비기거나 이길 경우에는, 승자승에서 밀리는 바레인이 탈락할 가능성도 있어 무승부만 믿고 마냥 느긋하게 경기할 수도 없는 게 사실. 결국 최종전에서는 결과 못지않게 경기 과정을 놓고도 치열한 눈치싸움을 벌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애물단지 되어버린 베어벡의 운명

한편으로 벼랑 끝에 몰린 한국축구의 8강 가능성에 대한 복잡한 ‘경우의 수’ 못지않게 시선을 모으는 것은, 향후 최종성적에 따른 사령탑 핌 베어벡 감독의 거취문제에 있다.

만일 베어벡호가 조별리그에서 탈락하게 될 경우, 베어벡 감독으로서는 이미 지난 도하 아시안게임 노메달에 이어 벌써 두 번째 실패다. 베어벡 감독은 당초 이번 대회 출사표를 알리며 한국이 아시안컵에서 최소한 4강에 들지 못할 경우 진퇴 여부를 고민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단순히 이번 대회에서의 졸전뿐만이 아니라 지난 1년간 쌓여온 지도력에 대한 의문부호를 감안할 때, 설사 인도네시아전에서 승리해 운 좋게 8강에 진출한다 할지라도 베어벡 감독이 이미 잃어버린 신뢰를 돌이키기는 쉽지 않을 전망.

당초 한국과 함께 아시안컵 우승을 놓고 경쟁할 라이벌로 거론되던 호주와 일본은 모두 8강 진출에 성공했다. 베어벡 감독은 이번 아시안컵을 앞두고 K리그의 불만을 무시해가며 당초 계획대로 2주전 소집에 성공하며 호주와 일본에 앞서 대회를 준비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확보했다. 47년만의 우승탈환을 공언했던 베어벡 감독으로서는 박지성-이영표-설기현 등 해외파의 공백을 감안하더라도 조별리그에서 보여준 경기력은 변명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설사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된다 할지라도 당장 베어벡 감독을 경질한다는 것 또한 쉽지 않다. 베어벡 감독은 올림픽 사령탑을 겸임하고 있다. 아시안컵이 끝나고 나면 다시 올림픽 최종예선이 코앞으로 다가오는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사령탑 교체는 성인 대표팀만이 아니라 올림픽 팀에까지 총체적인 혼선을 야기할 수 있다.

과거 쿠엘류와 본프레레의 사례에서 보듯, 외국인 감독에게만 모든 책임을 지우는 잦은 사령탑 교체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출범 초기의 야심찬 목표와는 달리, 취임 1년도 채우기 전에 좌초위기에 직면한 베어벡호는 이래저래 한국축구의 애물단지가 되어가고 있다.

☞ 베어벡호, 투지-압박축구는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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