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각종 사건에 연루되거나 부진으로 고개 숙인 대형 선수들이 속속 좋은 모습으로 팬들 앞에 서고 있기 때문이다. 매년 ‘명예회복’을 하는 선수들은 많지만 올해는 특히 이런 모습이 두드러져 눈길을 끌고 있다.
5번째 600홈런, 새미 소사
첫 테이프는 새미 소사(39·텍사스 레인저스)가 끊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소속팀이 없어 한국 프로야구에도 눈을 돌렸던 소사는 올 초 텍사스 레인저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전격 복귀했다.
이미 전성기를 훌쩍 넘긴 소사에게 별다른 기대는 없었다. 그러나 소사는 스프링캠프부터 맹타를 날리기 시작하더니 마침내 주전 입성에 성공했다. 그것도 ´막강 화력´으로 널리 알려진 텍사스의 중심타자로 나서기 시작했다. 이 모든 것이 소사의 철저한 준비 덕분이었다.
결국 소사는 6월 21일(이하 한국시간) 자신이 목표로 하던 600홈런 달성에 성공했다. 관중들은 소사에게 기립박수와 환호를 아끼지 않았다. 비록 스테로이드 스캔들에 휘말린 장본인이지만, 피나는 노력으로 재기에 성공한 노장에 대한 뜨거운 격려였다. 소사는 현재 700홈런을 목표로 잡고 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NL 올스타 최다 득표, 켄 그리피 주니어
켄 그리피 주니어(38·신시내티 레즈)의 활약도 단연 돋보인다. 그리피는 지난겨울만 하더라도 왼손 골절이라는 치명적인 부상을 당해 올해도 여전할(?) 것이라는 전망을 낳았다.
실제로 그리피는 신시내티 이적 후 매년 부상병동으로 풀타임을 소화하지 못했다. 2000년 145경기를 뛴 이래 100경기 이상 뛴 시즌이 고작 3번(2001년 111경기, 2005년 128경기, 2006년 109경기)에 불과하다.
하지만 모두의 예상을 깨고 2007년 그리피는 자신의 모습을 일부 회복했다. 83경기에 출장해 23홈런 59타점으로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타율(0.286)과 출루율(0.391), 장타율(0.566)까지도 모두 통산기록에 근접할 정도로 뛰어나다.
이런 맹활약으로 그리피는 친정팀인 시애틀 매리너스와의 원정경기에서 관중들의 열렬한 기립박수를 받았다. 또한 내셔널리그 올스타 최다 득표 선수라는 영예도 함께 안았다. 은퇴는 시애틀에서 하고 싶다는 그리피, 그런 그가 이제 600홈런에 단 14개만을 남기고 있다.
통산 최다 홈런 경신 초읽기, 배리 본즈
야구의 신으로 불리는 배리 본즈(43·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메이저리그 최다 홈런(행크 애런·755개) 경신을 눈앞에 두고 있다. 본즈는 현재 751개의 통산홈런을 기록 중이다. 물론 이렇게 빠른 홈런 페이스를 보여줄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올해 본즈가 때려낸 홈런은 17개. 지난해부터 급격히 무릎이 나빠지기 시작했기에 많은 출장도 의심스러웠던 그는 대기록을 향한 열정 때문인지 예년과 다름없는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볼넷이 무려 91개(경기당 1.17개)에 이를 정도로 투수들이 본즈를 피해가는 피칭을 하며 2001년 73홈런을 기록했던 시즌을 재연하는 듯하다.
본즈가 금지 약물을 복용했다는 명백한 증거는 없다. 그러나 30대 후반에 근육량이 증가하고 장타력이 더욱 향상되는 등 정황상 의심되는 부분이 많아 완전한 의혹을 벗기는 어렵다. 물론 그가 아니면 최근 755홈런에 도전장을 던질 선수 자체도 없었을 것.
4월에만 8개의 홈런을 몰아친 본즈의 대기록 수립은 이미 기정사실화 된 상태다.
ML 홈런 선두, 알렉스 로드리게스
4월을 ‘자신의 해’로 만든 알렉스 로드리게스(32·뉴욕 양키스·이하 에이로드)의 타격이 정점을 향하고 있다. 4월 월간 최다홈런인 14홈런을 때려낸 에이로드는 페이스를 그대로 유지하며 31홈런으로 메이저리그 홈런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다. 타점도 어지간한 선수들의 1년 기록인 87개나 된다.
에이로드는 2004년 보스턴과의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손치기 사건’을 통해 그간의 명성을 고스란히 잃었다. 이후 포스트시즌에서 극심한 부진으로 ‘A-Dog’라는 오명까지 얻게 됐다. 그의 천문학적인 몸값을 빗대 ‘Pay-Rod’라는 별명도 있던 터라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선수치곤 너무 많은 악평이 따라다니는 듯했다.
하지만 올해 에이로드의 맹활약은 악평을 잠재우기에 충분하다. 특히 최근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몸값 향상에 따라 에이로드의 막대한 연봉도 재평가에 들어갔다. 터무니없다는 쪽이 아니라 좀 부담스럽다는 의견으로 바뀌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에이로드의 천재성이 없다면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에이로드는 현재 494홈런으로 500홈런에 6개만을 남겨두고 있다. 현재의 페이스라면 본즈가 세우게 될 최다 홈런에 도전장을 낼 가장 유력한 후보 중 한 명이 바로 에이로드다.
´만년 유망주´ 꼬리표 땐 조시 베킷
그간 재능에 비해 빛을 보지 못한 조시 베킷(27·보스턴 레드삭스)의 승수 쌓기가 예사롭지 않다. 현재 12승을 거두며 클리블랜드의 C.C. 사바시아와 함께 아메리칸리그 다승 부문 공동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시속 95마일(약 153km)의 강속구를 가진 베킷은 커브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어 상대 타자를 제압하는 유형의 투수다. 특히 최근 제구력과 완급조절에 눈을 뜨면서 사이영상 후보로 거론되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베킷의 상승세는 6월 9일까지 무려 9연승을 가도를 달렸던 사실에서도 잘 나타난다.
현재 베킷은 12승 2패로 굉장히 높은 승률(0.857)을 자랑하고 있으며 보스턴의 든든한 화력을 등에 업고 20승까지 넘보고 있다. 따라붙었던 유망주라는 오명은 이미 전반기에 떨어져 나간 듯하다.
부상에서 회복, 벤 시츠
밀워키의 영원한 에이스로 남을 것 같았던 벤 시츠(29)도 이제는 30대 직전에 닿아있다.
그간 시츠는 부상으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한 선수 중 하나였다. 등 근육, 허리, 오른쪽 어깨 등 부상 부위도 갖가지. 이런 부상 탓에 최근 2년간 그는 시즌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 2005년은 156.2이닝, 2006년은 106이닝을 던지는 데 그쳤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고 있으며 10승 4패 3.41의 평균자책점으로 비교적 선전하고 있다. 투구 이닝도 지난해보다 많은 116이닝을 기록 중이다.
잦은 부상으로 인해 구속이 시속 94마일(약 151km) 정도까지 떨어진 가운데 특유의 체인지업과 커브의 구사는 여전하다. 비록 과거와 같이 폭발적인 ´삼진 쇼´를 펼치긴 어려워졌지만, 건강하게 시즌을 소화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명예회복´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기엔 충분해 보인다.
자신감 되찾은 제이슨 이스링하우즌
마무리 투수가 한 시즌 10개 이상의 세이브를 날리면 자리를 보전하기 어렵다. 제이슨 이스링하우즌(35·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 바로 그랬다.
지난해 이스링하우즌은 33개의 세이브를 올렸지만 무려 10개의 블로운 세이브를 저지르고 말았다. 여기에 9월 엉치뼈 수술을 받아 전력에서 이탈하기도 했다. 여러모로 팀을 어렵게 했던 마무리 투수였던 셈. 다행히도 배턴을 이어받은 애덤 웨인라이트가 훌륭하게 마무리 역할을 수행하면서 세인트루이스는 월드시리즈 우승이라는 값진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 상황은 완전히 역전됐다. 에이스인 크리스 카펜터가 팔꿈치 수술로 일찌감치 전력에서 이탈하면서 로테이션이 완전히 붕괴되고 말았다. 현재 세인트루이스 로테이션은 평균자책점이 3점 이하인 선수가 아무도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 팀도 40승 45패로 5할 승률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 가운데 묵묵히 깔끔하게 경기를 마무리 짓는 이스링하우즌의 활약은 돋보인다. 19번의 세이브 기회에서 17번을 성공시켰고 35.1이닝 동안 19안타 29삼진으로 완연히 예전의 모습을 회복했다.
팀의 부진으로 빛을 보고 있지는 못하지만 ´마무리 같지 않은 마무리´라는 비아냥거림을 들어야 했던 지난해의 모습과 사뭇 다른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시동 걸린 컵스…후반기 대반격 예고!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