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운드 제로> ‘짧지만 강했다´

이준목 객원기자

입력 2007.07.13 11:18  수정

낮은 시청률-초미니시리즈 한계 불구 명품 드라마 호평

뛰어난 영상미-배우들 호연,‘TV 영화´ 가능성 선보여

짧지만 강했다.



MBC 2부작 특집극 <그라운드 제로>가 낮은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웰메이드 드라마’로서 시청자들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지난 2001년 9월11일 발생한 미국 ‘9.11 테러’로 인해 남겨진 폐허를 가리키는 용어 ‘그라운드 제로’(Ground Zero)를 모티브로 한 이 작품은 제목에서 연상되듯 저마다 가슴 아픈 현실과 슬픈 기억을 간직한 세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9.11테러로 사랑하는 약혼녀를 잃어야했던 상처를 간직한 주현(김남진), 직장에서의 누명과 아내의 불륜으로 인한 배신감에 고통 받는 천수(김갑수), 심장병으로 인해 사경을 헤매는 아내를 둔 택시기사 동선(박철민) 등, 각자의 사연을 간직한 세 주인공들이 저마다 상처를 딛고 새로운 희망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려내며 호평을 받았다.

<메리대구공방전> 후속으로 특집 편성된 <그라운드 제로>는 ‘파일럿 편성’의 한계로 별다른 홍보효과를 누리지 못한데다, 동시간대 방영된 <쩐의 전쟁-번외편>과 아시안컵 축구(한국-사우디 전) 등 막강한 경쟁 프로그램에 밀려 첫 회 3.4%, 2회 4.4%(TNS 미디어리서치)의 저조한 시청률에 그쳤다.

그러나 작품을 본 시청자와 네티즌들의 지지는 인기드라마 못지않았다는 평가. 저마다 다른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세 주인공들이 같은 시간과 공간에서 느슨하게 얽혀드는 ‘러브 액츄얼리’ 스타일의 짜임새 있는 옴니버스식 구성.

김남진, 김갑수, 박철민, 윤유선 등 눈에 띄는 스타는 없지만 탄탄한 연기력을 신구 중견배우들의 뛰어난 앙상블, 삶과 현실의 고단함을 있는 그대로 이야기하면서도 결코 작위적으로 감정을 착취하지 않는 절제된 연출과 영상미 등은 명품드라마로서 손색이 없는 완성도를 보여줬다는 평가.

오늘날 국내 드라마 시장이 흥행 공식과 스타파워 위주로 고착화되면서, 다양한 소재와 구성을 갖춘 작품들을 찾아보기가 날로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독립적인 완성도를 보장받던 단막극처럼 실험적인 장르가 점점 위축되고, 본래 기존 드라마에서 다루기 힘든 폭넓은 소재와 주제를 소화하기 위하여 도입된 미니시리즈는 최근 지나친 시청률 경쟁으로 인해 변질된 지 오래다.

비록 2부작이라는 짧은 호흡이었지만, 시청률에 연연하지 않고 요즘 황금시간대 주류 드라마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신선한 구성과 주제의식을 표방한 <그라운드 제로>의 시도는 주목할 만하다. 국내에서도 일본이나 미국과 마찬가지로 기존 드라마의 한계를 넘어서 ‘TV 영화’에 가까운 완성도로 평가받는 작품들이 나올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

한편 후속작인 이준기 남상미 주연의 수목드라마 <개와 늑대의 시간>은 다음주 18일 전파를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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