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한국시간) 샌프란시스코 AT&T파크서 열린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은 이날의 MVP 이치로의 올스타전 사상 첫 그라운드 홈런을 앞세운 아메리칸리그 올스타팀이 내셔널리그 올스타팀을 5-4로 제압하며 그 화려한 막을 내렸다.
10일부터 올스타 휴식기에 들어가며 반환점을 돈 메이저리그는 13일부터 본격적인 후반기 레이스에 돌입한다.
보스턴 레드삭스나 밀워키 브루워스처럼 성공적인 전반기를 보낸 팀들이나, 뉴욕 양키스처럼 만족스럽지 못한 전반기를 보낸 팀들에게도 후반기는 시즌 전체 성적을 좌우할 수 있을 만큼 중요한 시기다.
반환점이라는 것은 새로운 출발을 의미하기도 한다. 2002년 20연승의 기적을 만들어 낸 오클랜드처럼 후반기 대도약을 꿈꾸고 있는 팀들 가운데는 전반기 막판 대반전에 성공한 시카고 컵스도 당당히 명함을 내밀고 있다.
6월 이후 22승 12패, 반격에 나선 시카고 컵스
메이저리그에서 마지막 남은 3대 저주인 ´염소의 저주´를 풀기위해 올 시즌 무려 3억 달러라는 엄청난 물량을 쏟아 부은 시카고 컵스는 후반기가 가장 기대되는 팀이다.
6월 2일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홈경기에서 3-5로 패하면서 시즌 22승 31패(승률 0.415)를 기록,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4위에 머물렀던 컵스는 이후 벌어진 34경기에서 22승(12패)을 따내며 시즌 44승 43패(승률 0.506)로 중부지구 선두 밀워키 브루워스에 4.5게임차 뒤진 2위로 올라서는 저력을 과시했다. 시카고 컵스는 최근 15경기에서 11승 4패를 기록하고 있다.
5월까지 등판한 11경기에서 13개의 홈런을 허용하며 5승 4패 방어율 5.24를 기록하는 부진에 빠졌던 에이스 카를로스 잠브라노가 6월 이후 등판한 8경기에서 5승 3패 방어율 2.56을 기록, 완전히 예년의 컨디션을 회복하며 선발진을 이끌어 준 것이 큰 힘이 되고 있다. 잠브라노는 팀 동료인 포수 마이클 바렛(샌디에이고로 트레이드)과의 충돌 이후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잠브라노는 6월 이후 등판한 8경기에서 1실점 완투패를 비롯해 7번의 퀄리티 스타트, 56.1이닝 동안 56개의 탈삼진과 피안타율 0.191를 기록하고 있다. 올 시즌 끝으로 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는 잠브라노는 시즌 초반 부진에 빠지면서 자칫 물 건너 갈 뻔 했던 대박계약의 꿈을 다시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시즌 초반에 비해 무뎌지기는 했지만 제이슨 마퀴스(6승 5패 3.67)와 테드 릴리(8승 4패 3.67) 리치 힐(5승 6패 3.81)등 안정적인 선발진은 잠브라노와 함께 컵스의 후반기 대반격을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 컵스의 선발진은 3.94의 수준급 방어율을 기록하고 있다.
타선에서는 한게임 3개의 홈런을 비롯해 6월에만 11개의 홈런(시즌 15개)을 몰아치며 0.697의 장타율과 OPS1.076을 기록하며 예년의 장타력을 되찾은 알폰소 소리아노와 비록 6개의 홈런에 그치고 있지만 팀내 최고인 0.330의 타율을 올리고 있는 데릭 리, 15홈런 51타점 .312의 타율을 기록하고 있는 아라미스 라미네즈, 최근 무서운 상승세를 타고 있는 마크 데로사가 눈에 띈다.
컵스의 후반기 가장 큰 고민거리는 포수와 불펜진. 마이클 바렛이 떠난 뒤 컵스의 안방을 지키고 있는 코이 힐은 0.148의 타율에 그쳐있고, 바렛과의 트레이드를 통해 샌디에이고에서 컵스로 팀을 옮긴 랍 보웬은 컵스에서 0.074라는 타율로 투수 잠브라노(2홈런,타율 0.238)에도 미치지 못하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공격력으로만 따진다면 올 시즌 컵스에서 9개의 홈런을 쏘아 올리며 타율 0.256를 기록했던 바렛의 빈자리가 너무도 커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11개의 블론 세이브를 저지른 컵스 불펜진의 방어율은 선발진보다 높은 3.96을 기록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18세이브를 성공시킨 마무리 투수 라이언 뎀스터가 후반기에 합류한다는 것.
염소의 저주를 풀어라!
1945년 월드시리즈 4차전에서 술에 취해 염소를 끌고 경기장으로 들어서려다 제지를 당한 샘 지아니스가 "다시는 리글리 필드에서 월드시리즈가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저주를 퍼붓고 떠난 뒤, 아직까지 그 저주의 사슬을 끊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 컵스에게는 염소의 저주를 풀어 버릴 수 있었던 절호의 기회도 있었다.
2003년 10월 14일 플로리다 말린즈와의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NLCS) 6차전. 월드시리즈 진출에 단 1승만을 남겨두고 있던 컵스는 3-0으로 앞선 8회초 1사 2루에서 루이스 카스티요가 친 평범한 파울 플라이를 좌측 펜스에 있던 컵스의 열혈팬 스티브 바트만이 수비수 모제이 알루보다 먼저 공을 낚아 채 버리는 바람에 아웃카운트 하나를 날려 버렸다.
아무것도 아닌 듯 보였던 이 파울 타구 하나에 컵스의 투수 마크 프라이어와 선수들은 심한 동요를 일으키며 자멸했다. 결국 컵스는 8회에만 무려 8점을 내주며 6차전을 내줬고, 7차전 마저 6-9로 패하면서 다 잡았던 월드시리즈 진출에 실패했다.
´운명의 파울볼´을 잡은 스티브 바트만은 이후 플로리다로 망명(?) 제의를 받는 등 플로리다의 영웅이 됐지만, 자신이 응원하던 컵스의 월드시리즈 진출 실패에 대한 자책감과 수많은 살해 협박에 시달려야 했다.
보스턴 레드삭스의 ´밤비노의 저주´와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블랙삭스의 저주´ 등 메이저리그의 3대 저주 가운데 이미 2개가 풀렸고, 이제 컵스의 염소의 저주만이 남은 상태다. 저주라는 것은 미신에 불과하고 말 만들기 좋아하는 호사가들의 입에서 나온 것이겠지만, 86년 월드시리즈 6차전에서 나온 보스턴의 1루수 빌 버크너의 어이없는 실책이나 2003년 바트먼의 파울볼 사건 같이 불운을 넘어 저주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경우도 있기 마련이다.
저주를 풀기위해 3억 달러의 돈을 투자한 컵스가 올 시즌 월드시리즈 진출에 성공하고 지긋지긋한 염소의 저주에서 탈출할 수 있을 지, 시즌 초반 부진을 딛고 반전에 성공한 시카고 컵스의 후반기 대반격을 주목할 만하다.
☞다저스에 축복 안겨준 2002년 드래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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