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위 삼성…선발투수 없는 ´지키는 야구´

입력 2007.07.10 10:19  수정

5위 삼성 ‘지키는 야구’의 한계인가

선발투수 딜레마…돌파구는 없는가

삼성 선동렬 감독은 명장이다.

사령탑 데뷔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감독은 선 감독이 유일하다. 선수시절에도 최고였지만, 지도자로서도 선 감독은 최고의 길을 달리고 있다.

하지만 사령탑 데뷔 3번째 시즌에 고비가 찾아왔다. 특히 한국시리즈 2연패의 결정적인 원동력이었던 ‘지키는 야구’가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 선 감독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답답한 팀 타선이 가장 큰 문제다. 그러나 선발투수들의 부진은 근본적인 팀의 한계와 지키는 야구의 한계를 보여주고 있는 실정이다.



▲ ‘후크 선장’ 선동렬

올 시즌 삼성의 팀 방어율은 SK 다음으로 전체 2위(3.43)에 올라있다. 막강 불펜의 힘이 크게 작용했다. 오승환·권혁·권오준·윤성환 등이 중심이 된 삼성 불펜의 방어율은 리그 전체 1위(2.52)다.

그러나 문제는 선발진이다. 선발진 방어율은 리그 전체 4위(4.11)로 중위권이지만 선발투수 퀄리티 스타트 횟수는 마운드가 완전 붕괴된 현대 다음으로 적은 25회에 불과하다. 상대적으로 불펜에 대한 의존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삼성 선발진의 평균 투구이닝은 리그 전체 6위(5.19)에 그친다.

평균 투구이닝이 적고, 퀄리티 스타트 횟수도 떨어지지만 삼성 선발진은 8개 구단 중 한화 다음으로 5회 이전 조기강판이 적었다. 5회 이전 조기강판은 17회. 한화(10회)를 제외한 나머지 6개 팀들이 모두 20회 이상씩 선발투수들이 조기강판 된 것을 감안하면 삼성 선발투수들도 기본은 하고 있다.

문제는 선동렬 감독의 선발투수 퀵-후크다. 예부터 투수교체 타이밍이 빠르기로 소문난 선 감독은 3실점 이하 선발투수를 6회 이전에 강판시키는 퀵-후크가 무려 25회로 가장 많다.

물론 퀵-후크도 그 속을 들여다보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이 많다. 삼성 다음으로 많은 퀵-후크를 기록한 두산은 22회 중 12회가 5회를 채우지 못하고 조기강판 된 경우였다. 감독의 의지보다는 선발투수들의 한계였던 셈이다.

반면 삼성은 5회 이전 조기강판에 따른 퀵-후크는 6회밖에 되지 않았다. 나머지 19회는 모두 5이닝 3실점 이하로 막은 선발투수들이 모조리 강판을 당했다.

가장 최근에는 7일 대구 두산전에서 선발 임창용이 5이닝 동안 4피안타 무실점으로 막고 6회 곧바로 권혁으로 교체됐다. 임창용의 투구수는 불과 84개. 선발투수보다 불펜투수들을 믿는 선 감독의 모습이 단적으로 드러나는 장면이었다.

하지만 선발투수 퀵-후크를 한 25경기에서 삼성은 무려 19승을 챙겼다. 승률은 무려 0.760. 결과적으로 선 감독의 판단이 옳았던 셈이다.


▲ 선취점과 조기강판

올 시즌 삼성은 창단 후 최악의 타선 침체에 빠져있다. 팀 득점(266)·타율(0.244)·장타율(0.356) 모두 리그 최하위다. 양준혁을 제외하면 3할 타자도 없다. 4번 심정수는 홈런과 타점 수는 그런대로 괜찮지만, 타율은 규정타석을 채운 44명의 타자 중 44위다. 나머지 타자들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시즌 초반 선동렬 감독은 조영훈 등 신예들을 중용했지만 얻은 것은 극악의 득점력이었다. 결국 김한수 등 베테랑들을 기용했지만, 더 이상 왕년의 그들이 아니었다. 그러나 선 감독의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올 시즌 삼성의 희생번트는 리그 5위(48개)밖에 되지 않는다. 작전을 거는 대신 타자들에게 믿고 맡겼지만, 타자들이 기대에 못 미친 것일 뿐이다.



가장 큰 문제는 지키는 야구의 절대적인 관건인 선취점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올 시즌 삼성은 선취점을 얻을 때 승률이 0.793에 달한다. 무승부를 제외한 선취점을 얻은 29경기에서 삼성은 23승6패를 올렸다.

리그에서 역전패(6패)를 가장 적게 당한 팀이 바로 SK와 삼성이다. 재역전패(4패)까지 포함하면 삼성은 역전으로 패한 경기가 10패로 리그에서 가장 적다. 그만큼 불펜이 굳건하다.

그러나 선취점을 얻지 못하는 바람에 무기력하게 지는 경기가 많아지고 있다. 올 시즌 삼성은 최하위 KIA와 함께 역전승(5승)이 가장 적은 팀이다. 선동렬 감독이 선취점에 목을 거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최근에는 선발투수들이 일찍 무너지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 에이스 역할을 해줘야 할 제이미 브라운을 비롯해 브라이언 매존·전병호·안지만·임창용 등이 선발투수들이 돌아가며 조기강판 되고 있다.

올 시즌 삼성이 한 번도 리드하지 못하고 당한 완패가 26패로 리그에서 가장 많은 이유도 선발투수가 조기강판 되는 경기는 무조건 졌던 탓이다. 타선에 힘이 없으니 역전은 기대하기 어렵고, 곧바로 백기를 들고 지는 경기로 가는 것이다.

실제로 삼성은 선발투수가 5회 이전 조기강판 된 17경기에서 5승12패로 승률이 채 3할도 되지 않는다. 특히 최근 7경기에서는 경기를 뒤집지 못하고 그대로 패했다. 지키는 야구의 한계가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 돌파구는 없는가

지난 2년간 삼성의 승리 패턴은 간단했다. 타선에서 선취점을 뽑고 선발투수는 최소 5이닝을 확실하게 막으며 경기 후반부에는 막강 불펜이 가동돼 리드를 지키는 것이 삼성의 확실한 필승 패턴이었다. 그러나 타선이 죽어있는 가운데 선발투수마저 5회를 채우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가장 모호할 때는 근소한 점수 차로 뒤지고 있을 때다. 필승카드를 꺼내기에는 아깝고, 선발투수로 밀고 나가기에는 못 미덥기 때문이다.

올 시즌 삼성에서 붙박이 선발투수로 활약하고 있는 투수는 사실상 브라운과 전병호 그리고 크리스 윌슨의 대체 외국인선수로 영입된 매존까지, 단 3명뿐이다. 임창용은 한 차례 불펜으로 강등됐다 선발진에 복귀했고 안지만은 지금도 선발과 불펜을 오가는 스윙맨 역할을 맡고 있다.

그러나 그나마 붙박이로 기용되고 있는 브라운·매존·전병호도 확실한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 올 시즌 삼성의 실질적인 에이스는 전병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전병호는 솔리드 한 4~5선발이 어울리지, 2선발 이상으로는 한계가 있다. 브라운과 매존의 부진 아닌 부진이 실망스러운 이유다. 외국인 타자를 데려오려고 해도 무너진 선발진을 바라보면 그것마저도 쉽지 않다.

삼성으로서는 불펜에 집중된 유망한 투수 자원을 선발로도 돌릴 것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권혁·권오준·윤성환 등 구위로만 따지면 팀 내 최고투수들이 불펜에만 모여 있는 것은 오히려 지키는 야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줄어들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선 감독도 복안이 있다. 바로 윤성환을 선발투수로 기용하는 것. 이미 선 감독은 전지훈련 때부터 윤성환을 선발투수로 기용할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불의의 부상이 생겨 윤성환의 복귀가 늦어졌고, 계획에도 차질이 생겼다.

그러나 윤성환은 2004년 데뷔 후 선발투수로는 한 차례도 등판하지 않았다. 검증이 되지 않았다는 얘기. 권오준의 선발 전환도 고려할 수 있지만, 지난 2년간 많이 던진 탓에 올 시즌에는 구위가 영 미덥지 못하다.

삼성에는 확실하게 한 경기를 책임질 수 있는 에이스 투수가 시급하다. 타선도 문제지만 1점을 무조건 지킬 수 있는 에이스의 존재가 절실하다. 그래서 팔꿈치 인대접합수술로 올 한 해 통째로 재활로 보내게 된 배영수의 공백이 뼈아프다.

☞´10대 요소´로 살펴본 특급 선발투수-상-


데일리안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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