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리우드에 밀린 한국영화…‘히든카드’ 없나

이준목 객원기자

입력 2007.06.19 12:27  수정

헐리우드 대작 속편들 극장가 장악

<황진이> 기대보다 흥행 저조

여름을 맞이하여 국내 극장가에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의 공세가 절정에 달해있다.



5월 첫 포문을 연 <스파이더맨 3>를 비롯해, <캐리비안의 해적-세상의 끝에서>,<슈렉 3>,<오션스 써틴>에 이르기까지. 검증된 시리즈의 ‘속편 열풍’이 어느 때보다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최근 몇 년간 한국 영화의 5~6월 비수기 현상은 계속 반복되고 있는 추세다. 2005년 <킹덤 오브 헤븐>,<배트맨 비긴즈><미스터 앤 미세스 스미스>,<우주 전쟁>,<아일랜드>등이 여름 시즌에 일제히 개봉하며 극장가를 장악했고, 2006년에는 <포세이돈 어드벤쳐>,<다빈치 코드>,<미션 임파서블 3>,<슈퍼맨 리턴즈>,<캐리비안의 해적-망자의 함> 등 블록버스터가 강세를 이어갔다.

당시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와 맞불을 놓았던 상반기 한국영화들은 대부분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7~8월에 등장한 구원투수들이 성공을 거두며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2005년에는 박찬욱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와 박광현 감독의 <웰컴 투 동막골>, 2006년에는 강우석 감독의 <한반도>와 봉준호 감독의 <괴물>이 극장가를 장악하며 기사회생할 수 있었다. 최근 몇 년간 대체로 스타급 배우들의 티켓 파워가 기대에 못 미친 가운데, 오히려 검증된 감독들의 티켓파워가 훨씬 유효함을 확인했던 것도 성과였다.

반면 올해의 한국영화는 아직까지 마땅한 대항마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전도연의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특수를 기대했던 이창동 감독의 <밀양>이나 제작비 100억원의 대작으로 기대를 모았던 장윤현 감독의 <황진이> 등이 어느 정도 선전하고 있지만, 흥행 성적에서 헐리우드 대작들에 대항하기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인간의 속죄와 구원이라는 무거운 주제의식을 다루고 있는 <밀양>은 작가영화에 가까운 특성상, 관객들이 대중적으로 접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고, <황진이>는 수려한 영상미와 주연배우 송혜교의 연기변신이 시선을 모았지만, 대체로 산만한 구성과 황진이의 캐릭터를 제대로 살려내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으며, 흥행 성적에서도 헐리우드 대작들에 비해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최근의 극장가는 지난해와 비슷한 분위기를 보이고 있지만, 결정적으로 올해의 한국영화에는 이렇다 할 비장의 카드가 없다. 박찬욱, 봉준호, 강우석, 최동훈 같은 검증된 스타 감독들의 차기작도 예정되어있지 않다. 헐리우드 블록버스터가 <다이하드 4>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 <러시아워 3>,<판타스틱 4-실버서퍼의 위협> 등 여전히 쟁쟁한 ‘속편’들이 여름을 넘어 가을시즌까지 줄지어 기다리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침체기를 맞이하고 있는 한국영화는 이제 ‘여름 장르’로 자리 잡은 공포영화들의 선전에 기대를 건다. 톱스타 황정민 주연의 스릴러 <검은집>(21일 개봉)을 비롯해 <해부학교실>,<므이>,<기담>,<리턴> 등의 작품들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헐리우드의 공세가 다소 주춤해지는 7월에는 하반기 최고 기대작으로 꼽히는 김지훈 감독의 <화려한 휴가>(7월 26일 개봉)가 기다리고 있다. 5.18 광주 민주화 항쟁을 배경으로, 시대의 광기 속에서 사랑하는 이들을 지키기 위해 총을 들어야했던 평범한 시민들의 투쟁을 다룬 대작 영화. 김상경, 안성기, 이준기, 이요원 등 쟁쟁한 배우들의 출연 역시 시선을 모은다. ´한국형 SF´의 대안을 꾸준히 모색해온 심형래 감독의 차기작 <디 워>(8월 2일 개봉) 역시 기대를 모으는 작품이다.

스크린쿼터 축소와 기대작들의 잇단 흥행부진이라는 악재 속에 위기에 봉착한 한국영화계가 헐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의 강세에 맞서 다시 한 번 한국영화의 저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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