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NBA 플레이오프] ‘최고-최악의 순간’은?

이준목 객원기자

입력 2007.06.18 16:0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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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오프의 향방을 좌우한 결정적 순간

샌안토니오의 4번째 우승으로 막을 내린 2006-07 플레이오프는 올해도 숱한 하이라이트 필름을 역사에 남겼다. 최후의 승자가 등장하기까지 숱한 별들이 찰나의 승부에 엇갈리는 운명을 반복해야했다. 이변과 반란, 충격과 환호가 교차한 올해 플레이오프의 결정적 순간들을 돌이켜본다.



골든스테이트 - 댈러스 / 서부 PO 1라운드 6차전(5월 4일)
시리즈 명 : 8번가의 기적
주연 : 배런 데이비스, 돈 넬슨
조연 : 덕 노비츠키, 마크 큐반

NBA 역사상 전무후무의 ‘8번가의 기적’이 완성되는 순간, 정규시즌 67승으로 NBA 최고승률을 기록했던 댈러스는 거칠것이 없어보였다. 그러나 정규시즌에서 3패를 안긴 ‘유일한 천적’ 골든스테이트를 1라운드 상대로 만난 것이 화근이었다. 전임 댈러스 사령탑출신으로 상대를 누구보다 잘 아는 돈 넬슨 감독은 변칙적인 스몰라인업과 극단적인 공격농구로 댈러스를 벼랑 끝까지 몰아넣었다.

5차전에서 노비츠키의 막판 맹활약으로 2승3패로 기사회생한 댈러스는 내친김에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려고 했지만, 배런 데이비스를 앞세운 골든스테이트의 물오른 폭발력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1쿼터에 부상을 당해 잠시 벤치로 물러났던 데이비스는 2쿼터에 코트에 복귀하자마자 11점을 몰아넣는 괴력을 선보이며 20점 10리바운드를 기록했고, 스테판 잭슨이 신들린 3점포로 30점을 몰아넣었다. 111-86의 대승, NBA 사상 가장 높은 정규시즌 승차(25게임)를 극복하고 이뤄낸 기적이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댈러스는 에이버리 존슨 감독이 돈 넬슨 감독과의 전술싸움에서 완패한 것이 결정적인 빌미를 제공했다. 높이의 장점을 포기하고 스몰 라인업으로 맞불을 놓았던 댈러스는 오히려 리바운드 싸움에서 38-53으로 밀렸고, 주포 노비츠키가 8점에 그치는 최악의 부진을 보이며 1라운드 탈락의 수모를 감수해야했다. 유럽 출신 첫 정규시즌 MVP로 선정된 노비츠키는 82년 모제스 말론 이후 소속팀을 2라운드에 견인하지 못한 최초의 MVP라는 민망한 기록까지 동시에 얻어야했다.

또한 댈러스의 괴짜 구단주 마크 큐반은, 2년전 자신이 버렸던 스티브 내쉬의 피닉스에게 플레이오프에서 덜미를 잡힌데 이어, 이번엔 옛 감독 돈 넬슨에게 1라운드 탈락의 치욕을 얻었고, 마이클 핀리가 샌안토니오에서 우승컵을 거머쥐는 모습까지 바라보며 이래저래 쓴 입맛을 다셔야했다.


유타 재즈- 휴스턴 로케츠 / 서부 PO 1라운드 7차전(5월 6일)
시리즈 명 : 티맥(T-MAC)은 괴로워
주연 : 메멧 오쿠어, 카를로스 부저
조연 : 트레이시 맥그레디

올해 플레이오프에서 유일하게 최종전에서 승부가 가려졌던 시리즈.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 2승 3패로 벼랑 끝에 몰렸던 유타는 6차전 승리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으나 마지막 최종전을 휴스턴 도요타 센터에서 원정경기로 치르게 되며 불리한 입장이었다.

3쿼터까지 71-60, 11점차까지 앞섰던 유타는 경기 후반 트레이시 맥그레디를 앞세운 휴스턴의 매서운 추격을 받았다. 4쿼터 8분여를 남기고 래퍼 앨스턴의 3점포와 야오밍의 연속 자유투 80-84까지 역전을 허용한 유타는 패색이 짙어보였다. 그러나 유타는 91-91로 마선 종료 3분전 메멧 오쿠어의 연속 3점슛에 힘입어 분위기를 장악했다. 99-97로 앞선 살얼음 리드 상황에서 종료 19초전 다시 오쿠어가 3점을 던졌으나 빗나간 것은 카를로스 부저가 극적인 공격 리바운드에서 이은 파울을 유도해내며 자유투 2개를 모두 적중시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이후 유타는 제 2의 칼 말론-존 스탁턴으로 불리는 카를로스 부저-데론 윌리암스 콤비를 앞세워 9년 만에 컨퍼런스 결승까지 오르며 명가의 부활을 선언할 수 있었다. 반면, 휴스턴의 맥그래디는 최종전에서 29득점 13어시스트로 분전했지만 팀의 패배를 구원하지 못했다. 맥그래디는 프로데뷔 후 6차례나 플레이오프 무대에 나섰지만 모두 1라운드에서 탈락했고, 특히 최근 세 차례의 7차전 시리즈에서 모두 고배를 마시며, 올해는 3승 고지를 선점하고도 역전패를 당하는 등 극심한 징크스에 눈물을 흘려야했다.


클리블랜드- 디트로이트/ 동부 컨퍼런스 결승 5차전(6월 1일)
시리즈 명: 왕의 귀환
주연 : 르브론 제임스
조연: 디트로이트 피스톤즈

클리블랜드와 디트로이트의 동부 컨퍼런스 파이널은, 그야말로 ‘킹 제임스’를 위한 시리즈였다. 시리즈 1,2차전에서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팀 패배의 멍에까지 짊어져야했던 르브론 제임스는 3차전에서부터 가공할 위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2승2패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린 상황에서 맞이한 원정 5차전. 시리즈 초반 제임스의 해결사 능력에 의문부호를 제시했던 언론들이 일제히 열광적인 찬사로 돌아서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3쿼터까지 19점을 기록한 제임스는 이후 상대의 거친 수비에 다소 주춤했으나 경기 막판에 다시 폭발했다. 4쿼터 막바지 디트로이트 천시 빌럽스에게 3점슛을 허용하며 패색이 짙었던 클리블랜드는, 종료 9초전 제임스의 호쾌한 덩크슛으로 승부를 연장으로 몰고 갔다. 첫 연장에서도 승부를 가리지 못한 양팀은 2차 연장에 돌입했고, 제임스는 104-107로 뒤진 상황에서 동점 3점슛을 작렬시킨데 이어, 종료 2초전에는 극적인 골밑 레이업까지 작렬하며 기나긴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제임스는 이날 자신의 플레이오프 최다인 48점을 기록했고, 9개의 리바운드와 7개의 도움도 추가했다. 디트로이트가 정규시즌 평균 91.8실점으로 NBA 전체 2위에 해당하는 ‘수비의 팀’임을 감안할 때 제임스의 위력은 더욱 돋보인다. 기세를 탄 클리블랜드는 파죽의 4연승으로 6차전에서 시리즈를 마감했고, 제임스는 생애 처음이자 프랜차이즈 사상 최초로 팀을 파이널에 견인시키며 에이스로서 한 단계 성숙해졌다는 찬사를 받았다.


샌안토니오-피닉스/ 서부 컨퍼런스 준결승 4차전(5월 15일)
시리즈 명 : 반지의 제왕
주연 : 로버트 호리
조연: 스티브 내쉬, 아마레 스타더마이어, 보리스 디아우

사실상 올 시즌 NBA 우승트로피의 운명을 갈랐던 시리즈. 사실상의 결승전으로 불리던 서부 컨퍼런스 준결승 샌안토니오-피닉스전은 ‘유혈 시리즈’라는 닉네임이 붙었을 정도로 거친 경기들이 이어지며 논란을 일으켰다. 브루스 보웬의 ‘악질 수비’ 논란과 아마레 스타더마이어의 ‘더러운 팀’ 발언은 시작에 불과했다.

시리즈 내내 상대의 거친 파울의 노골적인 표적이 되며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가장 많은 구타를 당한(?) 선수에 이름을 올렸던 스티브 내쉬는 1차전에서 샌안토니오 토니 파커와 충돌하여 코가 찢어져 선혈이 낭자했고, 3차전에서는 브루스 보웬에게 낭심을 가격당하기도 했다.

특히 승부의 분수령이 된 4차전에서. 역전승을 눈앞에 둔 피닉스는 스티브 내쉬가 경기종료를 앞두고 사이드라인을 따라 드리블을 하다가 샌안토니오의 로버트 오리에게 아이스하키를 연상시키는 강력한 핸드체킹을 당하여 코트에 나동그라졌다. 이에 흥분한 양 팀 선수들이 코트에 난입하면서 일촉즉발의 상황까지 치닫기도 했다.

오리는 거친 파울로 2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받았지만, 당시 벤치를 이탈하며 NBA 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주전급인 아마레 스타더마이어와 보리스 디아우도 1경기 출장정지의 징계를 받아 5차전에 결장했다. 4차전을 승리했던 피닉스지만 주전들이 빠진 5차전에서 결국 샌안토니오에 역전패를 당했고, 결과적으로 ‘오리의 살신성인(?)’이 시리즈의 향방을 결정지은 꼴이 되고 말았다.

이것은 NBA 사무국의 징계 기준에 대한 형평성 논란과 함께, 페어플레이 정신 실종으로 빈축을 사기도 했다. 최고의 클러치 슈터로 명성을 날렸던 오리는 결국 ‘자폭(?)’을 통하여 팀에 시리즈 승리를 안기며, 결과적으로 현역 선수 중 최다 우승반지(7개)의 주인공이 되었다.

☞ [NBA] ´8번가의 기적´에서 ´수퍼스타의 굴욕´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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