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 ´8번가의 기적´에서 ´수퍼스타의 굴욕´까지

이준목 객원기자

입력 2007.06.17 13:1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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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오프 수놓은 이변과 화제...이색기록 총정리

2006-07 NBA(미국 프로농구) 플레이오프가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통산 4번째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장장 7개월여 동안 정규시즌 1230게임(팀당 82게임) 플레이오프 78게임의 대장정을 마감한 NBA는 새로운 챔피언과 함께 올해도 숱한 화제와 이변을 연출해냈다. 올해 NBA 플레이오프를 수놓은 굵직한 이슈들을 돌이켜본다.


‘8번가의 기적’ 꿈은 이루어진다.

정규시즌 42승 40패, 106.8실점으로 30개 구단 중 꼴찌(득점은 106.5점으로 2위)를 기록하며 13년 만에 플레이오프에 턱걸이한 팀이, NBA 최고 승률팀(1번시드)을 제압했다. 바로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다.

그러나 배런 데이비스, 스테판 잭슨, 제이슨 리처드슨 등으로 이어지는 ‘초음속 전사’들은 돈 넬슨 감독의 지휘 하에 거짓말 같은 기적을 일궈냈다. 역대 NBA 플레이오프 역사상 8번 시드가 1번 시드를 제압한 것은 93년 덴버 너게츠(대 시애틀) 99년 뉴욕 닉스(대 마이애미) 이후 불과 세 번째이자, PO 1라운드가 7전 4선승제(종전 5전 3선승제)로 바뀐 이후로는 처음이다. 또한 골든스테이트는 역대 ‘8번가의 기적’을 통틀어 가장 엄청난 정규시즌 승차(25게임)를 극복하고 업셋을 달성한 주인공으로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반면, 이변의 제물이 된 댈러스는 67승을 기록하고도 무릎을 꿇으며, 93년의 시애틀(63승) 이후 NBA 사상 가장 높은 정규시즌 성적에도 불구하고 2라운드 진출에 실패한 팀으로 불명예 기록을 경신하는 수모를 당했다. 골든스테이트는 비록 2라운드에서 유타 재즈의 벽을 넘지 못했지만, 화끈한 런앤건과 극단적인 공격농구를 앞세운 전사들의 투혼은 NBA 플레이오프사상 최대의 이변으로 신선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샌안토니오는 가장 재미없는 왕조?

클리블랜드를 꺾고 통산 4번째 우승을 차지한 샌안토니오는 보스턴(16회)-LA 레이커스(14회)-시카고(6회)에 이어 역대 4위에 이름을 올리며 ‘왕조’의 반열에 올라섰다. 챔피언전 사상 8번째 ‘스윕’ 기록과 최초의 유럽출신 챔피언전 MVP 배출 기록은 보너스.

그러나 샌안토니오는 한편으로 그다지 달갑지 않은 기록도 덤으로 받았다. 닐슨미디어리서치 조사결과 ABC 방송이 중계했던 이번 챔피언전의 평균 시청률은 6.2%로 역대 최악의 성적을 경신했다. 공교롭게도 종전 최저기록 또한 지난 샌안토니오가 우승을 차지했던 2002-03 시즌의 6.5%였으니, 샌안토니오로서는 이래저래 불명예 기록을 안게 된 셈.

화려한 스타를 앞세운 공격력보다는 높이와 수비를 앞세운 확률 중심의 농구를 선호하는 샌안토니오의 스타일은 화려함과는 다소 거리가 멀었다. 또한 수퍼스타들을 보유한 인기 팀들의 조기탈락도 플레이오프의 흥미를 반감시킨 요인, 전년도 우승팀(마이애미)와 준우승팀(댈러스)이 1라운드에서 동반 탈락하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했고, LA와 뉴욕, 보스턴 등 리그 인기를 주도하던 대도시 명문구단들이 최근 맥을 못 추는 것도 흥행몰이 부진에 한몫했다.


단기전은 역시 공격보다는 수비?

올 시즌 NBA 플레이오프는 역시 수비농구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정규시즌에서는 댈러스 매버릭스와 피닉스 선즈 등 리그 최고의 공격형 농구를 자랑하는 팀들이 좋은 성적을 보이며 강세를 드러냈으나, 플레이오프에서의 양상은 전혀 다르게 나타났다.

컨퍼런스 결승에 진출한 4강만 하더라도 수비력 리그 상위 5위안에 들었던 팀 중 3팀-샌안토니오(평균 90.1실점, 전체1위) 디트로이트(91.8점, 2위) 클리블랜드 (92.8점, 5위)- 이 올라온 반면, 피닉스(110.2점, 1위), 골든스테이트(106.5점. 2위), 덴버(105.3점. 3위)등 팬들의 인기를 끄는 공격농구형 팀들은 모두 2라운드를 넘기 전에 조기 탈락했다.

화끈하고 공격적인 농구를 선호하는 팬들의 취향에 비하여, 단기전인 NBA 플레이오프에서는 대부분 높이와 수비, 팀플레이를 중시하는 팀들이 좋은 성적을 거둘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는 결과라 할만하다.

플레이오프의 이색 기록들

올 시즌의 NBA는 그야말로 외인들이 평정한 한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독일 국적의 덕 노비츠키(댈러스)가 NBA 사상 최초의 유럽출신 정규시즌 MVP(최우수선수)로 선정된데 이어, 프랑스 국적의 토니 파커(샌안토니오)역시 최초로 챔피언전 MVP에 이름을 올리며 외인파워의 강세가 절정에 달했다. 비미국 국적의 선수들의 정규시즌과 챔피언전 최우수선수 타이틀을 싹쓸이한 것도 올해가 처음이다.

그러나 노비츠키는 댈러스가 정규시즌 최고승률을 기록하고도 플레이오프 1라운드 통과에 실패하며 82년 모제스 말론 이후 25년 만에 소속팀을 PO 2라운드에 이끌지 못한 MVP로 다소 민망한 이름을 남기게 됐다.

통산 4회의 우승기록에 빛나는 샤킬 오닐(마이애미)은 소속팀이 올해 시카고에 0-4로 완패하며, 화려한 명성에 걸맞지 않게 개인 통산 6번째 ´스윕´(Sweep)과 함께 전년도 우승팀의 1라운드 탈락이라는 굴욕을 함께 감수해야했다.

트레이시 맥그레디(휴스턴)와 그랜트 힐(올랜도)는 나란히 1라운드 통과에 실패하며 개인 통산 단 한 번도 플레이오프 시리즈 승리를 거두지 못하는 수모를 겪었다. 한때 올랜도에서 한솥밥을 먹기도 했던 두 선수는 맥그레디가 통산 6회, 힐은 5회의 플레이오프 출전 경험을 가지고 있으며, 특히 맥그레디는 7차전 시리즈만 세 번을 겪어서 모두 역전패로 무너지는 독특한 징크스 또한 갖고 있기도 하다.

이들과는 대조적으로 샌안토니오의 식스맨 로버트 호리는 이번 시즌 개인 통산 7번째 우승반지를 차지하며 현역 선수 중 가장 많은 우승반지를 거머쥔 ‘운 좋은 남자’의 반열에 이름을 올리기도. 그러나 단순히 벤치만 지킨 것이 아니라 고비마다 클러치샷을 성공시키는 팀의 숨은 해결사로 맹활약한 공헌도를 감안할 때 호리의 우승자격은 충분하다. 결국 정상을 맛볼 수 있는 것은 실력만큼이나 운과 시기가 맞아야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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