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쩐의전쟁>, <에어시티> 등‘이색 소재’ 드라마 봇물
현실감 있는 상황 설정과 극적 완성도는 필수
사채업자, 공항직원, 국정원 요원, 로비스트에 이르기까지.
최근 들어 이색적인 직업군을 내세운 작품들이 주목받고 있다. ‘전문직 드라마’ 혹은 ‘장르극’으로 불리는 이런 작품들은 기존의 드라마에서 보기 힘들던 새로운 소재와 볼거리를 다루며 신선한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종래 한국 드라마 속에서 가장 흔한 직업은 형사, 깡패, 법조인, 재벌 2세(?) 등이었다. 그나마도 엄밀히 말해 주인공에게 있어서 직업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등장인물들의 배경을 설명해주는 도입부 정도만 지나고 나면, 주인공은 열에 아홉 이상이 ‘연애 올인’하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대기업의 CEO, 전문 변호사 등 도대체 일은 언제 하는지 모를 정도로 일상은 간데없고 오로지 연애담에만 매달리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현실감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전문직 드라마’가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주인공들의 직업이 곧 드라마의 주제고, 직장은 바로 무대가 되면서 ‘사랑 먼저, 일은 나중에’를 내세우던 기존 드라마의 클리세가 통하지 않게 된 것.
최근 드라마의 흥행공식은 ‘리얼리티’와 ‘전문성’에 있다. 수술에 임하는 의사의 손동작, 국제공항의 보안검색 절차나 떼인 돈을 받아내는 사채업자들의 수법 등 미세한 것 하나에도 철저한 고증이 없이는 드라마를 진행시킬 수 없다.
디테일을 중시하는 미국드라마나 일본드라마 같은 해외드라마들을 통하여 눈높이가 높아진 시청자들에게 이제 현실감 없는 드라마들은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히트>(여성 형사반장)와 <하얀거탑>, <외과의사 봉달희>(의사), <쩐의 전쟁>(사채업자) 등 최근 주목받았던 전문직 드라마들에는 모두 이런 규칙에 충실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소재와 장르의 다양화를 기대하는 시청자의 목소리에 대한 대안으로, 일반인이 모르는 이색적인 직업군의 세계를 심도 있게 그려내고 있는 것.
존재는 알려져 있지만 정작 일반인들은 깊이 알지 못하는 낯선 신세계, 또한 단순히 그들의 일상을 보여주는 것을 넘어서 이면의 헤게모니와 존재 이유까지 파헤치는 어드벤쳐가 최근 전문직 드라마만의 큰 매력이다.
<하얀 거탑>은 인명을 다루는 의학계의 거대한 권력투쟁과 관료주의 카르텔을 심층적으로 파헤쳐 큰 반향을 일으켰고, <에어시티>는 인천 국제공항을 배경으로, 단 한 번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항공-보안업무에 종사하는 공항직원들의 24시를 부각시킨다.
최근 시청률 정상에 등극한 <쩐의 전쟁>은 부정적인 이미지로 소비되고 있지만 정작 잘 열려지지 않았던 냉혹한 사채업의 세계를 다룬다.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혹한 사채업자이면서 가끔씩 복수심과 정의로움을 내비치기도 하는 모순적인 주인공. 일반적인 권선징악에서 벗어나 채권자와 채무자의 금전적 관계로 엮어져있는 등장인물 등 이색적인 갈등구도가 시선을 모으는 요소다.
이 같은 이색적인 직업을 다루는 드라마들은 소재 고갈에 시달리는 국내 드라마 시장의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거론되고 있는 게 사실이지만, 한편으로는 자극적인 소재의 개발에만 매달리고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완성도 높은 전문직 드라마를 소화하기 위한 고증과 스케일의 부담으로 나날이 높아지는 제작비. 총격전과 폭력, 욕설 등 지상파 드라마의 수위를 넘나드는 과격한 설정 등은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또한 가장 중요한 문제는 국내의 전문직 드라마들이 단순한 미국드라마와 일본드라마 모방에서 벗어나 한국적인 배경과 설정의 조화를 통하여 공감대를 높이는데 있다. <에어시티>나 <쩐의전쟁>, <히트>에서 지적된 전문직 이야기와 멜로의 ‘어색한 결합’. 독창적인 캐릭터와 에피소드간 개연성의 부족 등은 앞으로 한국형 전문직 드라마가 극복해야 나가야할 과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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