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에서 누르고, 밑에서 올라오고…´
최근 UFC 미들급의 현실을 보노라면 이런 말도 떠오른다.
프라이드의 몰락과 더불어 UFC의 위상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미들급은 예전과 별반 다르지 않은, 아니 어찌 보면 더욱 나빠질 수 있는 상황에 직면해있다. 물론, 위기라는 표현은 무리가 따르지만, 적어도 UFC 타체급과 비교했을 때 많이 떨어져 보이는 것만은 사실이다.
기존의 안드레이 알롭스키, 팀 실비아의 ´양강체제´에 랜디 커투어가 복귀하고 미르코 크로캅, 안토니오 호드리고 노게이라 등 프라이드의 탑 파이터들이 가세한 헤비급.
퀸튼 잭슨에 의해 척 리델의 장기집권이 종지부를 찍은 가운데 티토 오티즈 등 기존의 베테랑들과 포레스트 그리핀, 키스 자르딘, 마이클 비스핑, 라샤드 에반스 등 TUF출신의 신흥 강자들 그리고 마우리시오 쇼군, 댄 핸더슨 등 프라이드의 실력자들의 합류가 확실시되며 일약 ´전국시대´가 도래한 라이트 헤비급.
불안한 챔피언 맷 세라를 필두로 조르쥬 생피에르, 맷 휴즈가 건재하고 디에고 산체스, 조쉬 코스첵, 카로 파리시안, 조쉬 버크만 등 특정종목의 스페셜리스트들이 호시탐탐 왕좌를 노리고 있는 웰터급.
강력한 챔피언 션셔크에 그에 못지않은 기량을 뽐내고 있는 ´천재´ 비제이 펜과 ´돌아온 작은 악마´ 젠스 펄버 그리고 복병 에르메스 프랑카와 로저 후에르타가 확실한 존재감을 과시하는 라이트급까지…
UFC는 치열하지 않은 체급이 없을 정도로 팽팽하고 긴장감이 넘친다. 어떤 의미에서는 미들급이 재미가 없고 약한 것이 아니라 다른 체급이 요즘 너무 잘 나가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실바와 프랭클린 ‘미들급 흥행 이끈다!’
뭐니 뭐니 해도 미들급 흥행의 가장 큰 축은 현 챔피언 앤더슨 실바(32, 브라질)와 전 챔피언 리치 프랭클린(33, 미국)의 양강구도. 존재감이나 기량 면에서 독보적인 파이터로 꼽히는 이들은 상대적으로 타 체급에 비해 흥행 위기를 맞고 있는 미들급 전선에서 실질적인 ´양강체제´를 이뤄가고 있다.
Meca, CR, 프라이드 등 다양한 무대에서 활동하던 실바는 지난해 옥타곤에 모습을 드러내기가 무섭게 ‘UFC 64’에서 당시 최고 인기챔피언 가운데 하나였던 리치 프랭클린을 TKO로 제압하고 왕좌에 올랐다.
실바는 극강의 챔피언이라고 평가받던 프랭클린을 상대로 특기인 무릎공격을 거칠게 퍼붓고 완전히 만신창이로 만들어버렸다. 실바의 존재조차 잘 모르던 미국 팬들에게는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국내 팬들 역시 프라이드에서 초난 료에 역전패를 당하는 등 여러 단체를 전전했던 실바가 그 정도의 경기력을 발휘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때문에 비록 타이틀은 거머쥐었지만 ´행운이 따른 챔피언´정도로 평가 절하되기 일쑤였지만, 지난 ‘UFC 67’에서 파워를 갖춘 그래플러 트래비스 루터마저 잠재우며 최정상급 기량을 보유하고 있음을 입증했다.
특히 루터를 상대로 트라이앵글 초크와 근거리에서의 타격기술을 응용한 노련한 경기운영으로 탭을 받아낸 장면은 실바가 이제는 더 이상 타격만 강한 파이터가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 입증한 쾌거였다.
체급 내에서 독보적인 존재로 군림하다 삽시간에 체면을 구긴 전 챔피언 리치 프랭클린은 다시금 마음을 다잡고 왕좌 재탈환을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다. 주최 측에서 밀어주고 있는 선수인데다, 그만한 스타성을 갖춘 인물도 드물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가까운 시일 내에 2차전이 펼쳐질 것이 확실하다.
명문 신시내티 대학원에서 교육학을 전공하며 고등학교 수학교사까지 지냈던 수재로도 유명한 프랭클린은 레슬링이 베이스지만, 타격기술도 만만치 않아 전체적인 밸런스를 이른바 ‘토털 파이터’로 평가받고 있다.
격투무대에 뛰어든 지 7년여 동안 단 2패만을 당했고 마빈 이스트먼, 이반 터너, 켄 샴락, 네이션 쿼리 등 쟁쟁한 파이터들을 제압해왔다.
더 놀라운 것은 단 1경기를 제외하곤 판정경기가 없을 만큼 무척 화끈한 경기를 펼치며 높은 승률과 함께 흥미로운 경기내용으로 팬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지난 경기에서 제이슨 맥도날드를 압도하며 TKO승을 거뒀던 프랭클린은 오는 16일 북아일랜드 벨페스트서 열리는 ´UFC 72-Victory´ 메인이벤트에서 ´떠오르는 신예´ 오카미 유신(27,일본)을 상대로 챔피언으로 가는 마지막 절차를 밟는다.
차세대 스타를 발굴하라!
실바와 프랭클린을 이을 차세대 스타로는 UFC 유망주 육성프로그램 TUF ´시즌1´ 출신의 마이크 스윅(28, 미국)과 앞서 거론한 오카미 유신이 꼽히고 있다.
´퀵´이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화끈한 파이팅이 인상적인 스윅은 태권도, 킥복싱, 주짓수 등 다양한 종목을 베이스로 한 인기 파이터다. 그 중에서도 기관총 같은 펀치세례와 거침없는 파운딩은 삽시간에 팬들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는다. 때문에 향후 미들급을 주도해 나갈 가장 강력한 후보로 지목됐었다.
그런 그의 상승세에 찬물을 끼얹은 선수는 다름 아닌 오카미 유신. 지난 UFC 69 ´SHOOTOUT´에서 경기를 가졌던 스윅은 ADCC 일본 대표경력도 있을 정도로 그라운드 기술이 뛰어난 오카미에 3라운드 내내 끌려 다니다 결국 무기력하게 판정패했다. 더욱이 2라운드에서 잠깐 저돌적인 펀치러시를 보여준 것 외에는 별다른 활약이 없어 승패를 떠나 내용 자체에서 큰 아쉬움을 남겼다.
그 때문일까?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현재 스윅은 체급을 낮춰 웰터급으로의 전향을 검토하고 있어 그를 아끼는 팬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가뜩이나 스타가 모자란 미들급에서 스윅이 빠져나간다면 그 빈자리는 더욱 크게 느껴질 것이기 때문.
스윅은 최근 MMA 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웰터급에서 싸우는 것에 대해 매우 오랫동안 고민해왔으며 감량을 통해 실천에 옮길 생각"이라고 밝혀, 9월로 예상되는 다음경기에서는 타 체급에서 뛸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한때 최고의 인기를 누리며 주최 측과 팬들에게 뜨거운 사랑을 받았던 크리스 리벤(28,미국)같은 경우 지난 UFC 71에서 무기력한 경기력을 보이며 "이제는 기대를 접어야 되지 않냐?"는 반응이 형성되는 분위기다. 또 "충분히 기회를 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량이 성장하는 게 아니라 퇴보한 것 같다"는 악평까지 쏟아지고 있다.
이렇듯 스타부재에 시달리고 있는 미들급이지만 전혀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워낙에 선수층이 두꺼운 옥타곤 무대인지라 의외의 곳에서 ´복병(伏兵)´이 종종 튀어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라이트헤비급에서 미들급으로 전향한 이후 연승행진을 달리고 있는 테리 마틴(26,미국)이 대표적인 케이스로, 마이크 타이슨을 닮은 외모(?)에서 뿜어져 나오는 괴력을 바탕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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