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 제한’ FIFA…솔로몬의 지혜? 독단?

이상엽 객원기자 (4222131@naver.com)

입력 2007.06.07 11:08  수정

해발 2500m 이상의 고지대 국제경기 금지

볼리비아 등 남미국가 거세게 반발

국제축구연맹(이하 FIFA)이 내놓은 국제경기 개최에 고도 제한을 두기로 한 조치가 ‘축생축사’의 남미를 강타하고 있다.

FIFA는 지난달 28일 호흡곤란 등 선수 안전을 이유로, 해발고도 2500m 이상의 고지대 경기장에서는 국제경기를 치르지 못하도록 결정했다. 이 같은 FIFA 결정에 안데스 산맥에 인접한 남미 국가들이 일제히 반발하고 나서 큰 진통이 예상된다.



FIFA ´고도 제한´, 솔로몬의 지혜?

FIFA는 매년 보도된 것만도 수십 명에 달하는 축구선수들의 심장마비 사망에 촉각을 곤두세워 왔다. FIFA는 이러한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 축구연맹에 리그경기 수를 줄이는 방안을 권고하고 있다.

주전으로 활약하는 선수가 한 해 소속클럽에서 뛰는 경기는 대략 40~50경기 정도다. 여기에 FIFA가 주관하는 월드컵을 비롯한 각종 A매치와 각 대륙의 컵대회 경기 수까지 합산하면, 한 시즌 60경기 이상을 소화해야 한다. 1년으로 따졌을 때, 6일에 1경기씩 출전할 수 있는 강심장을 가져야 하는 셈이다.

특히, 이번에 논란이 일고 있는 고도 제한은 선수들 안전을 위한 FIFA의 특단의 조치다. 실제로, 선수들이 고산지대에서 경기를 치를 경우, 호흡 곤란으로 애를 먹고 있다. FIFA는 산소부족으로 곤욕을 치르는 선수들의 건강을 염려해, 이처럼 남미 국가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번 조치를 강행 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남미 의견 무시하는 FIFA의 독단?

FIFA의 고도제한 결정에 결사반대를 외치는 곳은 주로 안데스 산맥에 위치한 남아메리카 대륙의 국가다. 에콰도르의 수도 키토는 해발고도 2850m이고, 콜롬비아의 수도 보고타가는 해발고도 2630m에 이른다. 특히, 해발고도 3693m의 볼리비아는 대통령까지 나서 거센 항의를 하고 있다.

앞으로 이들은 FIFA의 이번결정으로 인해 A매치를 치를 수 없게 됐다. 볼리비아와 같이 해발고도 2500m가 넘는 곳에서는 어떠한 A매치도 열리지 못하고, 타 국가들도 최소한 수도에서는 대표팀 선수들의 경기를 볼 수 없다는 것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도시 단위로 개최되는 올림픽과 달리 국가단위로 개최하는 월드컵을 유치할 수 없다는 치명타를 입게 된다. 이러한 문제의 해결책은 제시하지 않은 채, FIFA가 고도제한 조치를 단행하는 것은 독단적인 행동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또한, 멕시코의 수도인 멕시코시티의 해발고도는 2300m로, 사실상 FIFA가 면죄부(?)를 준 셈이라, 남미 국가들은 고도제한의 기준에 대해서도 강력 반발하고 있다.



해발고도 2500m, 평지에 비해 산소 73% 수준

고도에 따른 산소량을 해발고도 0m, 1기압을 100%로 기준을 잡는다면, FIFA가 정한 해발고도 2500m는 산소량이 대략 73% 수준. 활동량이 많은 축구선수에게 풍부한 산소는 필수다. 그러나 고도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그에 따른 산소량은 점차 감소하면서 선수들은 고산지대에서 호흡곤란을 겪게 된다.

따라서 산악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고도가 높을수록 축구선수도 산소부족으로 인해 경기 중 목숨을 잃을 위험은 더욱 커지게 된다. 이를 근거로, FIFA는 고도 제한이 현실적으로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FIFA 결정에 항의하는 의미로 해발고도 5300m에서 축구를 즐긴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을 비롯해 FIFA의 이번 조치는 부당하다는 반응도 만만치 않아 갈등이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FIFA와 남미 국가들의 실리와 명분 싸움에서 과연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솔로몬의 지혜’가 나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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