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시간대 옮긴 후, <야심만만>과 경쟁 열세
소재 고갈, 차별화 부족으로 식상함 우려
‘일시적 부진? 아이템 고갈?’
KBS 2TV <미녀들의 수다>(이하 미수다)가 최근 들어 점점 시청률 하락세를 드러내고 있다.
TNS 미디어리서치 조사결과 <미수다>는 지난 4일 방송에서 7.0%로 방영이후 자체 최저 시청률을 기록했다. 11.6%로 동시간대 선두를 기록한 SBS <야심만만>은 물론, 7.3%에 그친 MBC <개그야>에게도 뒤지는 최하위 수치. 지난 4월 30일 개편이후 일요일 오전에서 월요일 심야대로 방송시간대를 옮긴 이후 가장 저조한 성적이기도 하다.
<미수다>는 지난 5월 21일 방송에서 10.0%의 시청률로 두 자릿수에 간신이 턱걸이한데 이어, 28일 방송에서는 8.4%로 떨어졌고, 지난 4일 방송에서도 지난주와 비슷한 폭의 하락을 보이며 박빙의 경쟁을 벌이던 <야심만만>에 3주 연속 판정패로, 개편 이후 시청률 차이가 가장 크게 벌어졌다.
<미수다>는 방영 초기 일요일 오전시간대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10% 내외의 평균 시청률을 꾸준히 기록하며 화제가 됐다.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자랑하는 미녀 출연자들의 미모와 스타성을 앞세워, 종래 터줏대감이던 <그랑프리쇼-불량아빠클럽>을 밀어내고 황금시간대인 월요일 심야로 자리를 옮긴 <미수다>는 당초 큰 기대를 모았지만, 결국 개편 한 달여 만에 위기에 봉착했다.
<미수다>의 부진은 역시 단조로운 포맷과 새로운 아이템 부재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야심만만>의 경우, 이 시간대에서 4년 넘게 자리 잡으며 고정팬층이 있는데다 매주 스타 연예인들의 출연 여부에 따라 잠재적인 시청률의 상승폭이 크다.
반면, 연예인이 아닌 일반 외국인 여성들을 중심으로 토크쇼가 이루어지는 <미수다>는 일부 여성출연자와 남성 패널의 교체는 있지만 변화의 폭이 크지 않은데다 실질적으로 프로그램의 주도권이 소수의 인기 출연자 위주로 한정돼있다.
이 프로그램의 여성출연자들은 연예인이 아니라 일반인이다. 특히 기본적으로 한국어구사능력이나 한국문화에 대한 이해에 한계가 있는 외국인 여성들이 대상이다. 프로그램의 기획 자체는 기발했지만 매주 출연자들의 순발력이나 입담에만 의존, 황금시간대 방영되는 예능프로그램을 이끌어나가기에는 콘텐츠의 내실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미수다>는 미모의 외국인 여성출연자들에 힘입어 인기 프로그램으로 발돋움했지만, 완성도와 정체성에 대한 비판은 초기부터 끊이지 않았다. 이 프로그램만의 명분으로 내세우는 ‘타자의 시선으로 돌아본 솔직한 한국, 한국문화’라는 매력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다.
<미수다>는 소수의 인기 고정출연자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그나마도 사회계층마저 대학생이나 직장인 같은 일부 선택된 지식인 여성들에게만 국한되어있어서 국내에 거주하는 다양한 외국인들의 시각과 가치관을 반영하기란 무리가 따랐다. 이미 절반은 연예인화 되어버린 일부 출연자들은 이제는 연예인처럼 말하고 행동하려고 들고, 대중의 반응과 비판을 의식해 소극적인 반응을 보이기 일쑤다.
최근의 <미수다>는 여전히 매주 일정한 주제와 대화의 컨셉은 있지만, 다양성과 깊이는 점점 사라진 채, 점차 일부 출연자의 사적인 경험담과 신변잡기에 의존하는 ‘연예인 토크쇼’의 구태를 답습하고 있는 느낌이다. 주제나 대회 방향에서 별다른 새로움이 없고, 한국의 문화에 대하여 균형 잡힌 시각을 전달할 수 있는 패널의 부재도 프로그램의 무게를 가볍게 하는 요인이다.
‘타자의 시각’보다는 ‘미모의 외국인 여성’들을 부각시키는데 초점을 맞춘 <미수다>의 구성은 예능프로그램에서는 엄밀히 말해 일회성 아이템에 가까웠다. 여성 출연자들의 인기에 기대어 굳이 경쟁이 심한 심야로 시간대를 옮겼지만, 정작 예능 프로그램으로서의 정체성과 차별화에 대한 고민이 선행됐어야 했다는 지적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김윤진, "섹시화보집? 복수심으로 시작한 일"
데일리안 문화미디어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