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맨 척 리델(38·미국)의 빙백권(氷白拳)을 봉인하라!´
현재 UFC 라이트 헤비급에서 활약하고 있는 모든 파이터들의 목표를 단 한 문장으로 압축한 표현이다. 그만큼 현 챔피언 척 리델의 벽은 너무도 높고 두꺼워, 동 체급의 모든 키는 그가 쥐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옥타곤 무대가 마치 자기만의 땅인 양 활개치고 다니는 폭넓은 사이드 스탭과 레슬러 출신답게 좀처럼 넘어지지 않는 극강의 테이크다운 디펜스. 설령 넘어졌다 하더라도 믿을 수 없을 만큼 빨리 일어나 버리는 스탠딩 전환 능력까지…
하지만, 그보다 더 두려운 것은 마치 장총에서 탄환이 발사되듯, 순식간에 날아가 상대의 턱에 꽂히고 마는 얼음펀치다. 일명 ‘빙백권’으로도 불리는 이 주먹에 맞은 선수는 마치 온몸이 얼어붙은 듯 꼼짝 못하고 그대로 바닥에 고꾸라진다.
척 리델은 2003년 프라이드 원정경기에서의 고배를 끝으로 지금까지 단 한 차례의 패배도 용납하지 않고 있는 라이트 헤비급의 절대강자로 군림, 그야말로 난공불락의 개인요새를 쌓아 올리고 있다. 그리고 그 단단함을 누구도 깨뜨리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상황이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척 리델의 엄청난 위용은 여전하지만, 프라이드 출신의 강자 퀸튼 잭슨의 옥타곤 입성과 ´TUF(The Ultimate Fighter)´ 출신 기대주들의 비약적인 성장을 바탕으로 라이트 헤비급 전선에 세대교체 바람이 불어 닥치고 있는 것. 갑작스레 여기저기서 강자들이 잇달아 튀어나오고 있는 것은 물론, 유망주들의 기량발전도 무척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과연 척 리델의 아성이 무너지고 그토록 바랐던 세대교체가 이뤄질 지 두고 볼 일이다.
‘낭중지추(囊中之錐)!’ 고개 숙인 도전자들 속에도 복병은 있었다!
1998년 데뷔 이래 척 리델은 단 3패밖에 당하지 않았다.
´캡틴 아메리카´ 랜디 커투어, ´서브미션의 달인´ 제레미 혼 그리고 프라이드 무대에서 자웅을 겨뤘던 ´늑대인간´ 퀸튼 잭슨이 바로 리델에 3패를 안긴 주인공들. 그나마 잭슨을 제외하고는 모두 확실하게 리벤지에 성공했다.
라이트 헤비급에서 뛰는 것 자체가 ‘사기’라는 평가를 받았던 ´악동´ 티토 오티즈와 막강한 그래플링 솜씨를 자랑했던 헤나토 소브할 그리고 가장 미국인다운 파이팅을 선보인다는 극찬을 받았던 랜디 커투어까지…
내로라하는 모든 파이터들이 척 리델 앞에만 서면 고개 숙인 도전자로 전락하고 말았다. 심지어, UFC 측은 더 이상 척 리델의 적수를 찾지 못해 다음 타이틀매치를 걱정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새로운 대항마들이 나타나며 ‘타도 척 리델’을 부르짖고 있는 가운데 그 선봉에 과거 척 리델을 무참히 짓밟았던 퀸튼 잭슨(29·미국)이 나섰다.
예상을 깨고 펀치 난타전과 파운딩을 통해 리델을 완파했던 잭슨은 프라이드를 거쳐 WFA에서 잠시 활약했지만, UFC의 WFA 인수로 자연스럽게 옥타곤 무대로 이동한 케이스. 자신에게 패를 안겼던 마빈 이스트먼을 지난 2월 ´UFC 67´에서 화끈한 펀치 연타로 격파, 옥타곤 신고식까지 제대로 마쳤다.
비록 최근의 경기력이 과거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상성 부분에서 리델의 천적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는 만큼, 한 치의 양보 없는 치열한 혈전이 예상된다.
잭슨과 리델의 한판승부는 오는 27일(한국시간) ‘UFC 71’에서 펼쳐진다.
´유망주사관학교´ TUF 출신들의 약진
설사 퀸튼 잭슨이 척 리델을 다시 한 번 격파한다 해도, 당분간 절대강자라는 명성을 이어가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당장이라도 타이틀에 도전할 수 있을 정도로 훌쩍 커버린 파이터들이 줄줄이 거세게 치고 올라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TUF(The Ultimate Fighter)출신 4인방, 라샤드 에반스(28·미국)-키스 자르딘(32·미국)-포레스트 그리핀(28·미국)-마이클 비스핑(28·영국)은 하나 하나 그야말로 ´태풍의 눈´으로 꼽히고 있다. 그리핀은 ´시즌1´ 에반스와 자르딘은 ´시즌2´ 그리고 비스핑은 ´시즌3´이 낳은 스타들이다.
기량 면에서는 에반스와 자르딘이 근소하게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스타성에서는 그리핀과 비스핑이 후한 점수를 받고 있다. 하지만 각자 일장일단이 있는 만큼, 이 같은 요소들은 1~2경기에 따라 언제든 바뀔 소지가 있다.
그리핀은 곱상한 외모와는 대조적으로 어떤 상대를 만나더라도 터프한 경기를 펼치기로 유명하다. 무서운 기세로 연승행진을 달리다 후배 격인 키스 자르딘에 완패, 상승세에 제동이 걸렸다. 하지만, 한때 티토 오티즈와 막상막하의 경기를 벌였을 정도의 파이터라는 점에서 언제든 재도약이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그리핀에게 쓴맛을 안겼던 키스 자르딘은 상황에 따라서는 4인방 중 가장 먼저 챔피언에 도전할 가능성이 높은 파이터로 꼽힌다. 카리스마 넘치는 외모에서 뿜어져 나오는 파워풀한 파운딩 연타가 트레이드마크로, 판정 경기가 별로 없을 만큼 경기패턴 자체도 화끈하기 그지없다.
라샤드 에반스는 뛰어난 레슬링 실력을 바탕으로 승률 높은 그라운드게임을 즐기는 파이터다. 이런 스타일로 말미암아 한때는 ´수면제 파이터´라는 오명을 쓰기도 했지만, 최근 들어 타격과 독설(毒舌)을 보강(?)하며 캐릭터 변신에 애쓰고 있다.
마이클 비스핑은 위의 3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검증은 덜 받았지만, 주최 측에서 대놓고 키워주고 있는 파이터다. 영국 출신으로 향후 유럽시장개척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비스핑은 전승은 물론, 단 한차례의 판정경기도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으로 꼽힌다. 국내 팬들 사이에서도 ´제2의 쇼군이냐? 제2의 제임스 톰슨이냐?´로 즐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등 향후 행보가 주목되는 유망주다.
그 외에 거품론이 꾸준히 일고 있지만 연승행진으로 팬들과 관계자들을 놀라게 하고 있는 료토 마치다(28·브라질) 역시 언제든 복병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은 파이터로 분류된다.
☞ [UFC웰터급] 피에르와 코스첵, 한판 붙어볼까?
데일리안 스포츠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