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까지만 해도 UFC에서 헤비급은 5개 체급 중 가장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타 체급의 선수층은 갈수록 두꺼워지고 인기 스타들도 계속 배출되는 반면, 헤비급은 ´옥타곤의 불곰´ 팀 실비아(31)와 ´핏불´ 안드레이 알롭스키(28) 정도를 제외하면 대형 파이터로 꼽을만한 선수가 없었기 때문.
프랭크 미어는 사고 이후 하향세가 뚜렷했고 제프 몬슨은 일정 수준 이상의 한계를 뛰어넘지 못했다. 또한 차기 슈퍼스타 감으로 떠오르고 있던 브랜드 베라 마저 계약문제로 인해 옥타곤 잔류가 불투명한 상태였다.
에밀리아넨코 효도르, 미르코 크로캅, 안토니오 호드리고 노게이라, 조쉬 바넷의 ´빅4´가 건재하고 에밀리아넨코 알렉산더, 세르게이 하리토노프, 마크 헌트 등까지 뒤를 받치고 있는 라이벌단체 프라이드와 비교하면 초라해 보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상황은 급격하게 달라졌다. 종합 격투계 최고 인기스타 미르코 크로캅을 필두로 프라이드의 대형 파이터들이 잇달아 UFC로 거취를 옮기며 지각변동이 시작된 것.
이제는 효도르, 바넷 등 몇몇 선수들을 제외하곤 세계적인 탑 파이터들이 모두 옥타곤 무대로 집결하는 양상이다. UFC 헤비급이 세계 MMA중량급의 중심이 되어간다는 말이 결코 과언이 아님을 알 수 있는 움직임이다.
막강한 위력의 ´굴러온 돌´
비록 ´불꽃하이킥´ 미르코 크로캅이 지난 UFC70에서 가브리엘 곤자가라는 복병에 덜미를 잡히고 말았지만, 여전히 외부에서 넘어온 이른바 ´굴러온 돌´들의 위력은 거세다.
단 한 경기로 크로캅을 폄하하기에는 그의 존재감이 너무 대단하고 또 라이벌관계를 형성했던 ´미노타우르스´ 안토니오 호드리고 노게이라마저 옥타곤에 입성해 데뷔전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보다 다소 네임밸류는 떨어지지만 역시 세계정상급 기량을 가진 파브리시오 베우둠 역시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다.
크로캅, 노게이라, 베우둠… 어떤 단체에 가도 정상권을 노릴 수 있는 막강 라인업이 아닐 수 없다.
최근 다나 화이트 UFC 대표의 거침없는 행보를 봤을 때 여기에 또 다른 선수들이 추가될 확률도 적지 않다. 만약 ´얼음황제´ 에밀리아넨코 효도르마저 가세하게 된다면 그야말로 세계헤비급의 천하통일은 UFC가 이뤄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단 ´굴러온 돌´들의 스타트는 그리 좋지 못했다. 승승장구가 기대됐던 크로캅이 2게임 만에 고배를 들었고, 강적과의 대결이었다고는 하지만 베우둠도 서전을 승리로 장식하지 못했다.
첫 경기를 기다리는 노게이라의 경우, 상대가 하항세가 뚜렷한 히스 헤링이라 무난한 승리가 예상되고 있지만, 최근 MMA계에 불어 닥치고 있는 이변의 폭풍을 감안했을 때 마냥 안심할 수 없다.
프라이드에서 넘어온 파이터들의 기량은 기존의 UFC선수들을 충분히 제압하고도 남을 만큼 강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크로캅의 경우에서도 볼 수 있듯 생소한 환경에서의 적응 문제가 새로운 암초로 대두되고 있으며, 이러한 난관들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예전 무대에서의 위력을 나타내지 못할 수도 있다.
부적응으로 인한 슬럼프냐, 무난한 상승세냐. 이들의 향후 행보에는 초반 몇 경기를 통한 적응여부가 지대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만만치 않은 ´박힌 돌´
UFC헤비급의 선수보강이 타 무대 파이터들에 의해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실비아와 알롭스키의 양 강으로 구성된 ´박힌 돌´라인에 가세한 것은 ´캡틴아메리카´ 랜디 커투어와 ´신성(新星)´ 브랜드 베라.
전형적인 백전노장과 차세대스타인 이들은 각각 컴백과 재계약을 통해 옥타곤 헤비급 무대를 팽팽한 긴장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랜디 커투어가 컴백을 선언할 때까지만 해도 주변 반응은 회의적이었다. 비록 현역시절 체급을 넘나들며 무수한 명 경기를 펼쳤던 대선수지만, 불혹을 훌쩍 넘긴 나이로 헤비급 무대에 뛰어든다는 것 자체가 자살행위라는 견해도 있었다.
그러나 커투어는 ´기적의 사나이´라는 애칭답게 이 같은 주변의 우려를 일축하고 팀 실비아를 완벽하게 제압, 헤비급 타이틀을 손에 넣는 대이변을 일으켰다. 나이가 나이인지라 현재의 상승세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미지수지만 지난 경기의 경기력만 유지할 수 있다면 어떤 선수와 맞붙어도 충분히 해볼만하다는 전망이다.
브랜든 베라는 전직 미공군 출신으로 크로캅이 오기 전까지만 해도 UFC 헤비급 무대에서 최고의 하이킥을 구사한다는 극찬을 받았던 선수다. 무에타이, 주짓수, 레슬링 등 다양한 종목의 베이스가 가능한 이른바 토털 파이터로 아직까지 공식경기에서 패배를 당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한 경기 제외하곤 판정까지 간 승부가 없을 만큼 내용 또한 화끈해 국내에도 팬들이 상당히 많다. 아직까지 제대로 된 강자와 겨뤄본 적이 없다는 것이 약점으로 지적되지만 향후 빅매치를 통해 기존의 경기력을 그대로 유지할 수만 있다면 언제든지 슈퍼스타로 급부상할 가능성이 크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실비아와 알롭스키는 졸지에 주춤한 입장이 되고 말았다. 특히 가뜩이나 없는 인기에 타이틀까지 뺏긴 실비아는 그야말로 적신호가 켜진 상태다. MMA라는 곳이 기량만으로 모든 것이 평가되는 무대가 아니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자칫 급속도로 존재감을 잃어갈 수도 있다.
알롭스키는 실비아에 비하면 그나마 나은 입장이다. 인기야 원래 나쁘지 않았고 최근 연승을 기록하며 성적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베우둠전에서 보여준 소극적인 파이팅을 또다시 보여준다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팬들의 눈높이에서 멀어질 우려도 있다는 지적이다.
그 외에 지난 경기에서 크로캅이라는 대어를 낚으며 네임밸류를 엄청나게 끌어올린 곤자가도 향후 행보가 주목되는 선수로 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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