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한, 드라마 속 재벌 2세 이미지 변화 주도

입력 2007.05.08 12:43  수정

재벌2세 캐릭터의 맏형 격인 드라마 <가을동화>의 태석(원빈 분)은 자신이 원하는 것이라면 무조건 가져야 하는 인물이다.


자신이 원하는 것에 대한 욕구로 뭉쳐 있는 그가 사랑을 얻기 위해 희생하는 것도 돈이다. 드라마 속에서 사랑을 얻기 위해서 돈이라도 지불하겠다는 극단적인 사고방식이 표출된 대사가 “얼마면 돼?”였다.

완벽한 재벌 2세다운 말투와 사고방식의 소유자가 <가을동화>의 ‘태석’이라면 <발리에서 생긴 일>의 조인성이 연기했던 ‘재민’은 좀 더 복잡하고 다면적인 인물의 변주를 그려낸다. 의존적이고 유아적 순수함을 지니면서도 자신이 원하는 사랑과 대상에 대해 보다 극단적 집착을 보인다.

가진 것 모두 잃어버릴 수 있단 사실을 병적으로 두려워하면서도 생애 처음으로 느끼는 사랑에 대한 집착을 보였다. 그리고 그 집착의 끝이 ‘수정’(하지원)을 죽음으로 몰고 갔다. 철저히 이기적인 욕심이 순수한 본성까지 무너뜨린 결과다.

요즘 진보된 재벌 캐릭터를 만들고 있는 MBC주말특별기획 <케세라세라>의 재벌2세 ‘준혁(이규한 분)’은 타고난 재벌은 아니다. 부모 세대의 갈등으로 인해 재벌의 손에 키워진 평범한 남자다. 이런 결정적인 차이 때문인지 준혁은 다른 드라마의 재벌2세들과는 다른 패턴의 말과 행동을 한다.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고 약한 자의 입장에서 대화하고 합리적이고 논리적으로 일을 처리한다. 좀체 감정적으로 흥분하는 일이 없고 부드러운 분위기로 좌중을 압도한다. 준혁의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돋보이는 것도 부드러운 날이 날카로움을 압도하기 때문.

준혁은 갈등의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는 <케세라세라>의 네 남녀 캐릭터들 중 가장 안정적이다. 지금까지 드라마에서 보여줬던 극단적인 감정으로 뭉친 재벌 캐릭터에서 한 발 나아갔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여자 주인공에게 무조건적으로 헌신하지도 바보처럼 바라보고 있기만 하지도 않는다. 정확히 사실적인 인물이라고 표현하고 있는 거.

<케세라세라>는 진부한 통속극으로 치부하기엔 인물들이 보여주고 있는 감정들이 너무나 현실적이다. 이런 설정들이 드라마 속 재벌 캐릭터의 진화를 이끌어내는 힘이며 이규한은 그의 첫 멜로 연기에서 보다 완성도 높은 재벌 2세 캐릭터 이끌어 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까지의 재벌 2세 통념을 깨고 있는 이규한의 연기가 어떤 결과를 맺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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