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C 70 ´NATIONS COLLIDE´ 돌아보기②
지난 22일 새벽(한국시간)에 열린 UFC 70 ´NATIONS COLLIDE´의 최대 화두는 단연 미르코 크로캅의 ‘실신 KO패’였다.
국내에서도 가장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크로캅의 KO패 충격은 아직도 가시지 않고 있다.
사실, 크로캅에 가려서 그렇지 이번 UFC 70에는 크게 주목받을 경기가 많았다. 아쉽게 묻힌 경기들, UFC 70의 알토란같은 승부들을 되짚어본다.
■ 헤비급 매치
칙 콩고(31,프랑스) vs 아세리오 실바(32,브라질)
정통 타격가와 스탠딩 능력을 장착한 그래플러의 맞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경기에서는 타격에서의 우위를 앞세운 칙 콩고가 판정승을 거줬다.
´옥타곤의 불곰´ 팀 실비아와도 난타전을 벌였던 실바라는 것에 기대 조심스레 스탠딩 상태에서의 펀치 공방전도 예상됐지만, 경기는 역시 각자의 특기를 살린 전형적인 패턴으로 전개됐다.
칙 콩고는 킥복서 출신답게 경쾌한 스탭에서 나오는 송곳 같은 펀치와 킥 그리고 클린치 상태에서의 니킥 공격을 퍼부어 댔고, 실바는 두꺼운 몸으로 상대를 밀어붙이며 시종일관 테이크 다운을 노렸다. 최대한 각자의 특기를 살리려는 전략이었지만, 평소와 달리 큰 효과를 나타내지 못했다.
실바는 콩고의 타격을 몸으로 받아내며 수차례 테이크 다운을 성공시켰지만, 그라운드로 전환한 상태에서는 상대의 방어를 뚫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다. 그라운드 상태로 가기만 하면 콩고의 노골적인 디펜스 전략에 실바는 서브미션은커녕 제대로 된 파운딩 한 번 날리지 못했다. 결국 스탠딩 상태에서 근소하게 점수를 따낸 콩고의 손이 올라갔다.
하지만 두 선수 모두 인상적인 경기를 펼치지 못해 이번 매치를 통해 얻은 것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정도 경기력으로 어필하기에는 현재의 UFC 헤비급이 너무도 탄탄하기 때문이다.
■ 라이트 헤비급 매치
료토 마치다(28,브라질) vs 데이빗 히스(31,미국)
국내 마니아들에게 ´신비주의 파이터(?)´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료토 마치다가 빠른 스탭과 다양한 발차기를 바탕으로 한 아웃 파이팅으로 데이빗 히스의 리듬을 완전히 흐트러뜨리며 완승했다.
무패 행진을 달리고 있는 두 파이터들의 타격과 그라운드가 모두 수준급이라, 화끈한 파이팅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마치다는 난타전보다는 철저하게 거리를 두고 포인트를 획득하는 전략을 고수했고, 이에 성질 급한 영국 관중들은 야유를 퍼부었다.
하지만 마치다는 냉정했다. 로우킥과 미들킥으로 꾸준히 상대를 견제하며 단 한 차례도 페이스를 뺏기지 않았고, 3라운드 막판에는 니킥 연타로 히스를 넉아웃 일보직전까지 몰아갔다. 그라운드로 전환한 상태에서도 확실하게 포지션을 유지하는 등 이렇다 할 위기도 없이 무난한 승리를 거뒀다.
이론의 여지가 없는 낙승이었지만 보는 이에 따라서 평가가 엇갈릴 수 있는 경기로, 마치다에 대한 논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 라이트 헤비급 매치
마이클 비스핑(28,영국) vs 엘비스 시노식(36,호주)
대회의 또 다른 주인공인 마이클 비스핑이 노장 엘비스 시노식을 TKO로 잠재우며 무패행진을 이어나갔다.
비스핑은 TUF(The Ultimate Fighter) ´시즌3´ 라이트 헤비급에서 KO로 전승하며 우승한 것을 비롯해 이제까지 단 한 번의 패배도 당하지 않았다. 특히 판정으로 승부가 갈린 경기도 없을 만큼, 화끈한 파이팅을 과시하고 있어 UFC 차세대 수퍼스타로 꼽히고 있다.
예상대로 영국 팬들은 비스핑에게는 일방적인 응원을, 상대적으로 약자인 시노식에게는 엄청난 야유를 퍼부으며 경기 전부터 분위기를 비스핑의 것으로 만들어줬다.
체력과 힘 등 모든 면에서 우위에 있던 비스핑은 적극적인 스탠딩 공격으로 시노식을 옥타곤 바닥에 쓰러뜨리며 거친 파운딩 공격으로 1라운드를 완전히 장악했다. 탑 포지션에서 궤적이 큰 파운딩을 쉴 새 없이 퍼붓는 비스핑 공격에 시노식의 얼굴에는 선혈이 낭자했다.
2라운드 들어 시노식의 스탠딩에 이은 그라운드 상황에서의 서브미션 공격이 작렬해 대반전이 일어나는 듯했지만, 1라운드에서 받은 충격과 체력문제 등으로 다시금 비스핑에 포지션을 뺏기고 말았다. 이후 혼신의 힘을 다해 쏟아 부은 비스핑 특유의 파운딩 연타에 시노식은 더 이상 버티지 못했다.
영국무대에서의 흥행을 위한 제물로 던져지다시피 했던 시노식은 예상대로 피투성이가 된 채 쓸쓸히 퇴장했고, 비스핑은 관중들의 환호작약 속에 승리를 만끽하며 포효했다.
■ 헤비급 매치
안드레이 알롭스키(28,벨로루시) vs 파브리시오 베우둠(30,브라질)
UFC의 간판 파이터와 프라이드 출신의 주짓수 달인 대결로 큰 관심을 모았던 경기였지만,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말처럼 내용 면에서는 실망스러웠다는 비난이 빗발친 게임이었다.
´핏불´ 알롭스키는 헤비급답지 않은 빠른 스피드를 바탕으로 경기 내내 펀치와 로우킥 등 이른바 연타공격으로 상대를 압박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날 경기에서도 알롭스키는 거침없이 베우둠을 몰아갔지만, 상대의 엄청난 주짓수 실력을 의식한 탓인지 특기인 카운터성 펀치는 거의 뻗지 못했다. 혹시나 있을 그라운드 공방전을 의식해 깊숙이 들어가 공격하지 못했다. 아마시절부터 쌓아온 탄탄한 삼보실력의 소유자라는 명성이 무색할 지경이었다.
베우둠 역시 강자와 대전할 때마다 소극적으로 변하는 습성을 다시 한 번 드러냈다. 여러 경기를 통해서 입증된 뛰어난 ‘타격 회피’ 능력은 알롭스키를 상대로도 여전했지만, 실상 스탠딩 상황에서의 공격력이 떨어져 소극적으로 보이기 일쑤였다. 이따금씩 기습적으로 쏟아내는 펀치연타 정도로 알롭스키를 위협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또한 장기인 주짓수를 살리려면 어떻게든 그라운드로 몰고 가야 했지만, 테이크 다운 시도가 너무 적어 상황 자체를 만들지 못했다. 성공 여부를 떠나 1라운드부터 적극적으로 테이크 다운 시도를 했다면 알롭스키에 상당한 부담이 됐을 가능성도 있어 그 아쉬움이 더 크다.
서로가 서로를 지나치게 의식하며 스탠딩에서 지루한 공방전이 이어졌고, 결국 타격에서의 근소한 우위를 앞세운 알롭스키가 승리를 차지했다. 하지만 옥타곤을 대표하던 파이터로서의 명성에 걸맞은 경기내용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 옥타곤에서 이대로 추락하나…´불꽃 하이킥´ 크로캅
데일리안 스포츠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