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오 "바둑 돌 던지듯 이쯤에서 개헌 문제 정리해야"
나경원 "억지 논리로 몽니 부리면 국민들만 피곤할 뿐"
노무현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 움직임에 대한 한나라당의 비판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
정치권의 유보 요청에도 불구하고 청와대가 ‘차기 국회에서 대통령 4년 연임제를 골자로 한 개헌 추진을 당론으로 담보하라’고 요구하는 등 개헌안 발의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는데 대해 한나라당은 13일 “개헌에 대한 당의 공식 입장은 이미 수차례 밝혀왔고, 청와대가 요구하는 조건 또한 이미 한나라당의 입장 속에 충족돼 있다”면서 개헌안 발의 철회를 거듭 촉구하고 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주요당직자회의와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 출연 등을 통해 “정권 말기일수록 대통령은 귀를 더 열고 자기 고집을 버려야 하는데 점점 더 귀와 눈이 멀고 있다. 프로 바둑기사들이 판세가 안 되겠다 싶으면 돌을 던지듯, (노 대통령도) 개헌 문제를 이쯤에서 정리해야 한다”며 이 같이 주장했다.
특히 그는 “‘4년 중임제’에 대한 국민적 동의가 다소 높다고 해서 청와대가 이를 못 박는다는 건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라면서 “권력구조에 집착하는 개헌은 21세기 상황에 전혀 맞지 않는다. ‘원 포인트’ 개헌은 있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 원내대표는 또 지난 11일 6당 원내대표들의 개헌안 발의 유보 합의 요청과 관련, “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위해 최대한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노력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깝다”며 “청와대의 잘못된 판단과 태도 때문에 소모적인 기 싸움으로 흘러가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전재희 정책위의장도 이날 회의에서 “모든 정당과 정파가 정중히 예를 갖춰 개헌 철회를 요청했는데도 청와대가 자꾸 억지조건을 붙이고 있다”며 “이는 국정 통합과 조정을 위한 대통령의 헌법상 지위를 스스로 포기하고 정치를 희화화 시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김성조 전략기획본부장은 ‘차기 대통령은 정치를 아는 사람이면 좋겠다’던 노 대통령의 발언에 빗대 “‘퇴로’를 확보해주기 위한 교섭단체 원내대표들의 합의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오직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개헌안을 발의한다면 정치를 모르는 대통령보다 더 못한 대통령으로 평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병석 원내수석부대표 또한 “대통령이 구속력도 없는 당론 결정을 요구하는 것은 정략적 이익을 얻고 자존심을 세우기 위한 치기에 불과하다”며 “마치 장난감을 사달라고 떼쓰는 아이를 보는 것 같아 민망하다”고 비판했다.
이에 한나라당은 이날 오후 2시부터 열리는 정책의총을 통해 개헌에 대한 한나라당의 입장을 ‘재확인’한다는 방침.
이와 관련, 나경원 대변인은 이날 현안 브리핑에서 “더 이상 억지 논리로 몽니를 부려봤자 국민들만 피곤하다”면서 “대통령은 그만 족한 줄 알고 말을 돌려야 한다. 아이가 ‘뗑깡’부리면 엄마가 처음 한두 번은 얼러보지만 나중에 마음대로 하라고 내버려둔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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