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청원 "박근혜 전 대표를 돕는 것은 아름다운 행위"

입력 2007.04.13 05:56  수정

<데일리안 인터뷰>"당 대표 해보니 심정 이해, 리더는 선거로서 평가받는 것"

"줄서기? 내가 줄설 군번도 아니고, 그런 질문은 가혹한 것"

대권 도전에 앞서 한나라당의 당심을 놓고, ´빅 2´의 경쟁이 치열해 지고 있는 가운데 당내 중진으로 최근 박근혜 전 대표 진영에 지지의사를 보낸 서청원 전 대표와 10일 만났다.
"박근혜 전 대표를 돕겠다고 나선 것은 나 스스로 아름다운 행위를 한 것이다."

한나라당 ´빅 2´의 대권 경쟁이 한층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당내 중진으로서 박근혜 전 대표 진영에 공개지지를 선언한 서청원 전 대표의 자평이다.

서 전 대표는 박 전 대표를 지지한 이후 당내에서 제기되고 있는 ´줄서기 비판´에 대해 "내가 박 전 대표를 지지한 것은 당연한 행위이고, 아름다운 행위다. 내가 정치를 그만 두더라도 그것(지지선언한 것)만은 떳떳할 것"이라며 "당을 위해 그렇게 고생하고도 안타깝게 돼 있는 박 전 대표를 돕겠다고 하면서 앞으로 상쾌한 인생을 살 것 같다"라고 말했다.

데일리안과 10일 오후 3시 서울 장충동 쌍림빌딩 자신의 사무실에서 만난 서 전 대표는 말 그대로 ´매우 상쾌한 기분´으로 데일리안을 맞이 했다.

"박 전 대표는 쑥대밭이 된 한나라당을 구했다"

첫 질문은 ´왜 박 전 대표에 대한 공개지지를 선언했나´ 였다. 서 전 대표는 "영입제안에 많은 고민을 했고, 두분(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은 어려서 부터 인연이 좀 있었다. 두분에게서 ´좀 도와달라´는 부탁이 있었고, 내 힘도 없지만 함부로 움직일 수는 없었다"고 운을 뗐다.

서 전 대표는 박 전 대표 진영에 고문으로 참여하기 까지 1년 넘께 고심을 거듭했다고 한다. 서 전 대표는 "박 전 대표가 2004년 17대 총선에서 정말 침몰 직전의 한나라당을 구했고, 2002년 대선 패배 이후 어두웠던 시기와 탄핵정국을 거치며 쑥대밭이 된 한나라당을 구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당시를 회상하며 "당시 한나라당의 지지율은 7%에 불과했고, 지금 붕괴된 열린우리당 보다 형편 없었다"며 "그러나 박 전 대표가 나서 당사를 국가에 헌납하고 천막에 둥지를 틀었다. 울면서 국민들에게 도와달라고 했고, 정신차리겠다고 호소했다. 그렇게 해서 지금의 한나라당이 있지 않나? 제 1당이 된 것이다. 그 공을 누구도 잊어서는 안된다"고 했다.

서 전 대표는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을 살리고도 지지율이 열세인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시하며 자신의 지지선언 이유를 말하고 있다.
´이심 전심이니 갔지´

서 전 대표는 자신이 한나라당을 맡았던 시기를 떠올리며 "대표 참 어렵더라"고 토로했다. 서 전 대표는 "평상시도 어렵고 선거때는 더 어렵더라"며 "지난번(2002년) 선대위원장을 하면서 일주일을 밥 못 먹고 잇몸도 아팠다. 선거가 끝난 뒤 이빨 두개를 갈아야 했다"고 털어놨다.

서 전 대표는 "(남자인) 나도 그럴진데 연약한 몸으로 대단한 리더십을 발휘했다. 박 전 대표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해왔고, 작년 5.31 선거때는 깜짝 놀랄 지경이었다"고 말했다.

서 전 대표는 지난해 5.31 선거 당시를 계속 술회하면서 "대전지역이 열세인데 그곳을 순회하면서 선거를 승리로 이끌었다. 이는 당 대표로서 애당심과 책임감을 느끼지 못하면 못하는 것이다. 참 대단한 분이다"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웠다.

"작년 이맘때(3월)같다". 서 전 대표는 박 전 대표와 지난해 봄에 만났다고 전한 뒤 박 전 대표가 "도움을 요청했다"고 했다. 당시 박 전 대표는 서 전 대표를 찾아 "제가 출마하면 도와달라"고 했고, 서 전 대표는 "그러겠습니다"라고 했다고 밝혔다.

"전직 대표로서 당을 기우뚱하게 만든 책임이 있고, 그런 당을 박 전 대표가 살렸기에 정당 생활을 해본 사람으로 사실 박 전 대표가 대단하다는 것을 느꼈다"는 것이다.

서 전 대표는 "정당 대표는 선거 결과에 따라 리더십을 인정받는다"며 "그 양반에게 빚을 졌고, 어려운 정당을 넘겨줬는데 그 책임으로 부터 온전할 수 없었기에 도와드리겠다는 말씀을 드렸다"고 밝혔다.

서 전 대표는 "그해 가을(지난해) 이명박 전 시장이 보자고 해서 만났다. 식사를 같이 하면서 도와달라고 하더라. 난 그 양반하고도 오랜인연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대학은 다르지만 나도 몇개월 서대문 형무소에서 이 전 시장과 고생했고, 나오자 마자 63동지회를 통해 만난 동지나 마찬가지인데 그분은 기업인으로 나는 언론계로 몸담았다. 정치권에 들어와서 옛정을 나누고 했다"고 친분관계를 밝혔다.

서 전 대표는 그러나 "두분다 인연이 깊지만 누구를 내가 도와야 하느냐에서는 고민을 해왔는데, 내가 박 전 대표를 돕는 것이 옳은 길 같다"며 "전임 대표로서 당이 어려울때 당을 맡은 분이 나왔는데 돕는 것이 정당정치를 오래한 사람으로서 당연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서 전 대표는 또 "지난 3일 박 전 대표가 집에 찾아오셔서 ´제가 지난해 부터 말하지 않았느냐 고문을 맡아달라´고 해서 ´주변정리를 한 다음에 공식입장을 표명하겠다´고 말한 것"이라며 "한나라당을 구했고, 이런 분이 어려운 대한민국 지도자가 된다면 정당 정치의 당수로서 강한 리더십과 카리스마적 기질, 그리고 책임감을 발휘한 것을 놓고 볼때 대한민국을 잘 경영할 수 있다는 확신이 섰다"고 말했다.

서 전 대표는 자신을 향한 당내 줄서기 비판에 대해 "스스로 아름다운 행위를 한 것"이라며 비판 마저도 수용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줄서기라니? 내가 줄설 군번인가?"

서 전 대표는 공개 지지선언 후 당내에서 제기되고 있는 줄서기 비판에 대해 "내가 줄설 군번이냐"고 받아쳤다. 그는 이 질문을 던지자 "나는 줄서기가 아니다. 내가 무슨 줄서기를 하나. 그런 말조차 거부감이 든다. 나에게는 가혹한 질문이다"라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서 전 대표는 "민주제도의 장점은 선거고 선거는 정당이든, 국민을 상대로 한 것이든 간에 지지를 해야한다"고 전제한 뒤 "다만 언제 지지하느냐가 중요하고, 마지막이냐, 몇일 전이냐가 중요한데 정당의 대표선거에서는 당의 대의원들을 많이 확보하고 있는 위원장들에게 후보자들은 도움을 요청해야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도움을 요청하면서 어떤 것을 미끼로 한다거나 미래의 다른 보장을 한다거나 장미빛을 약속한다든지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분명히 하면서 "박 전 대표가 그럴 사람도 아니고, 그냥 도와 달라고 해서 돕겠다고 한 것"이라고 못 박았다.

서 전 대표는 "박 전 대표가 여론조사에서 밀리는 것이 사실 아니냐"면서도 "선거는 구도인데 아직 열린우리당 후보가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여론조사가 맞는가?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 전 대표는 "선거도중 테러까지 당했고, 한나라당을 위해 그 와중에도 고군분투한 박 전 대표가 이렇게 밀리는 것이 안타깝기만 하다"면서 "밀리지 않게끔 하는데 내가 힘이 된다면 돕고 싶다"라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서 전 대표는 그러면서 "고공행진을 하는 사람(이 전 시장)을 돕겠다고 나섰으면 언론에서 이렇게 날 주목할까"라면서 "내가 만약 줄서기를 했다면 이 세상에 부끄러움을 갖게 될 것이고, 박 전 대표를 돕겠다고 하면서 나 스스로 아름다운 행위를 한 것이다. 일부의 비판도 굉장히 좋게 받아들여진다"라고 심정을 밝혔다.

"안타까운 손학규"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탈당하기 전 서 전 대표를 찾았다고 한다. 손 전 지사는 지난 2월 서 전 대표를 찾아 "선거 총괄본부장을 맡아달라"고 요구했다고 서 전 대표는 전했다.

서 전 대표는 "당시 내가 그를 도왔다면 지지율이 10%는 올랐을 것이다. 그러나 그를 돕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고 말했다. 자신이 손 전 지사를 도왔다면 "탈당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서 전 대표는 "이번에 마침 그런 연유 때문에 손 전 지사에 대한 부담을 벗어내고 박 전 대표를 돕겠다고 나설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서 전 대표는 손 전 지사에 대한 얘기를 접고서는 자신이 제안한 인사청문회를 통한 검증론에 대해 말을 이어갔다. 그는 지난 2002년 대선때 김대업씨의 사례를 들면서 "후보자에 대한 흑색선전이 이회창씨의 큰 패인이었다"고 진단했다.

서 전 대표는 "이번에 그런 일이 없게끔 하기위해서는 사전에 후보들을 국회에서서 총리 인사청문회 하듯, 이제껏 자라온 과정과 재산, 가족관계 등을 펼쳐놓고 검증을 해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 전 대표는 "당시에도 김대업씨가 혼자서 할 수 있었겠는가. 그 당시에 뒤에 누가 있었다는 주장까지 나왔는데 절대 혼자 못하는 것이다. 이번에도 그렇게 하지 못하라는 법이 없다"고 우려했다.

서 전 대표는 "지금이라도 당이 나서서 검증을 하겠다고 하니 다행이다. 검증이 시작되면 그것이 선거운동이 되는 것이고, 당에서 그런 것을 해서 예방도 해주고 사전 도덕적 흠집이 있다면 국민에게 솔직히 밝히고 용서를 구해야한다. 그래서 지지율이 계속 이어지면 후보로 나서면 되고, 국민이 용서못하겠다고 하면 물러나는 게 당연한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서 전 대표는 "열린우리당에서 모 의원이 한나라당의 후보를 지칭해 한방이면 날리겠다고 했는데 한나라당에서 한방에 날라갈 후보를 왜 선택해야 하느냐"고 따져 물었다.

서 전 대표는 한나라당이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양측 진영이 낮은 자세로, 경선에 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YS와의 뒷얘기?

박 전 대표를 공개 지지선언하기 전 김영삼 전 대통령을 만난 서 청원 대표는 ´김 전 대통령의 의중이 어디있느가´라는 데일리안의 질문에 "가슴이 넓은 분이고, 참모들이 제기한 문제를 참 많이 받아주시는 분"이라고 답했다.

서 전 대표는 김 전 대통령을 만나 "박 전 대표를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고, 이 말을 들은 김 전 대통령은 묵묵부답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서 전 대표는 "박 전 대표를 도와야 하는 이유를 말씀드렸는데 다 이해해 주셨으리라 생각된다"며 "그 어른이 생각이 있으시면...."이라고 말했다.

서 전 대표는 박 전 대표를 지지선언하기 전 친분이 있었던 전·현직 의원들에게 전화를 했고, 일부는 만났다고 했다. 자신이 지지선언을 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고, "이제 아는 분은 다 알테니까 내뜻과 같이 동조한다면 박 전 대표를 지지하는 분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 전 대표는 앞으로 박 전 대표 진영에서 "고문을 맡았으니 무난한 경선을 치르게끔 중재자 역할을 할 것"이라며 "후보들이 겸손하게 생각하게 할 것이고, 양측 진영이 과격하게 맞서는 것을 방지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개지지선언을 한 직후 캠프에서 30여분간 회의를 가졌다는 서 전 대표는 박 전 대표 진영에 속한 참모들에게 이 같은 뜻을 주지시키면서 "한나라당 대선 필승을 위해서는 경선 후 하나가 될 수 있도록 인간적 관계를 갖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자세를 낮추고 무난히 경선을 치르는 것만이 2002년 대선 패배의 쓴맛을 보지 않는 길이라는 서 전 대표의 당면 정치철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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