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축구협회(이하 FA)가 웨스트햄과 하비에르 마스체라노(현 리버풀)의 계약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갔다.
영국 <뉴스 오브 더 월드> 18일(이하 한국시간) 보도에 따르면, FA는 웨스트햄 구단으로부터 마스체라노 이적과 관련된 모든 서류를 입수, 세부적인 조사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FA의 대변인도 "웨스트햄으로부터 자료를 받아 정밀 조사에 들어갔다"며 이를 기정사실화했다. 프리미어리그 또한 FA의 단호한 입장을 받아들여 웨스트햄과 ‘아르헨티나 듀오’ 마스체라노-카를로스 테베스의 영입과 관련해 불법 개입 여부가 있었는지에 대해 조사 중이다.
마스체라노와 테베스는 지난해 8월 31일, 브라질 코린티안스에서 웨스트햄으로 이적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미디어 스포츠 인베스트먼트’(MSI)가 상당부분 프리미어리그 규정을 위반한 것이 포착됐다. 웨스트햄의 아르헨티나 듀오 영입은 애초에 1년 임대 계약으로 알려졌지만, 곧바로 완전 이적 계약으로 바뀌어 발표됐고, 이적료와 계약 기간 등 세부사항이 완전히 비공개로 이뤄져 강한 의혹을 낳았었다.
MSI는 테베스와 마스체라노의 소유권을 보유한 투자그룹으로서, 그들의 전 소속팀이었던 코린티안스 구단 지분의 상당부분을 소유하고 있기다. 지난해 여름 웨스트햄 구단 인수에도 적극적인 움직임을 나타냈고, 마스체라노와 테베스 이적 역시도 인수를 위한 하나의 포석이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당시 대중지 <미러>를 비롯한 영국 언론들에 의해, 마스체라노-테베스 듀오를 기용하지 않는 앨런 파듀(현 찰튼 감독)가 MSI로부터 압력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웨스트햄의 회장은 MSI와 아르헨티나 듀오가 지난 3년간 꾸준한 성장을 보이던 클럽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판단, MSI와의 인수협상을 철회한 바 있다.
마스체라노-테베스의 불법이적설이 잉글랜드 클럽축구를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 가운데, 여러 불법이적스캔들에 관한 사항들이 속속들이 드러나고 있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8일 존 스티븐스 경(前 런던시 경찰국장) 조사팀에 의해 발표된 보고서에 의하면 무려 50여건의 이적이 합법적이지 못한 방법으로 이뤄졌고, 이 불법 이적과 관련된 클럽 수만 해도 16개 팀에 이른다고 한다.
이 보고서는 프리미어리그를 둘러싼 총 362건의 계약에 대해 2004년 1월 1일부터 2006년 1월 31일까지 약 2년여 간의 조사를 토대로 이루어진 것. 조사팀의 보고서는 이미 프리미어리그의 리처드 스쿠다모어 회장에 넘겨졌으며, 불충분한 자료와 당사자들의 비협조로 인해 완료되지 못한 17건에 대해서는 현재 계속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리처드 스쿠다모어 프리미어리그 회장(좌)과 불법 이적건의 조사를 주도한 존 스티븐스 경(우)
◆ 서서히 드러나는 진실
이번 조사는 지난 2006년 1월, 루턴 타운의 감독 마이크 뉴웰이 축구계에서 은밀하게 이루어져 온 에이전트의 뇌물수수 관례를 공론화 시키면서 시작됐다. 뉴웰의 폭로 이후, 리처드 스쿠다모어 프리미어리그 회장의 지시로 존 스티븐스 경은 그간 2004년 이후의 모든 이적 관련 데이터를 조사해 왔고, 서서히 그 진실이 드러나게 됐다.
보고서에 의하면 불법 이적 거래는 <클럽과 선수 간에 FA의 공식적인 절차 없이 직접적으로 이루어진 거래>를 비롯해 <자격증이 없는 에이전트와의 거래>, <제3자나, 다른 에이전트를 통한 은밀한 거래> 그리고 <선수의 서면 동의가 없이 클럽과 에이전트간의 비공식적인 거래>, <선수와 무관하게 에이전트가 독자적으로 진행한 거래>등의 방식을 통해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FA는, 경미한 사안에 대해서는 경고와 주의 정도의 수준에서 책임을 물겠지만, 위반 정도가 심각한 건에 대해서는 자체 징계위원회를 통해 엄중하게 조사하고 그에 따라 징계를 내릴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프리미어리그 측 역시, 이 보고서가 나온 직후 곧바로 성명서를 통해, "이 보고서에 대해 충분한 시간을 두고 철저히 검토할 것“이라며 ”각각의 사건에 대해서는 적절한 방침을 정할 것이고, 징계가 요구되는 관련자와 해당 팀에 통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더불어 "아직 해결되지 않은 17건의 이적에 대해서는 FA의 충분한 지원을 받아 존 스티브와 함께 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큰 진전을 보이고 있다“며 불법 이적의 실태에 대한 조사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외부적으로는 UEFA 챔피언스리그 8강에 3팀을 올려놓으며 그 수준을 인정받고, 세계적으로도 많은 팬들을 거느리고 있는 프리미어리그가 그 이면에 숨겨진 비리들로 인해 곤욕을 치른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더욱이 최근 들어 빅 클럽들 간의 선수영입 전쟁이 과열되면서 불법적인 이적거래는 그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그동안 잉글랜드에서 선수 이적과 관련한 비리는 소문으로만 떠돌았고, 실질적인 법적 처분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 프리미어리그가 이번 조사를 토대로, 은밀하게 만연된 불법 이적거래의 관행을 어떻게 매듭지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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