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드라마 <주몽>…빛과 어둠 남기고 역사 속으로

이준목 객원기자

입력 2007.03.08 16:27  수정

‘한민족의 알렉산더’ <주몽>이 남긴 업적과 명암

지난 6일 MBC 월화드라마 <주몽>이 81회를 끝으로 10개월여 간의 대장정을 마감했다.

최종회에서 주몽이 이끄는 고구려와 부여의 연합군은 한나라와의 마지막 전투를 승리로 이끌며 요동을 장악한다. 전쟁이 끝난 후 소서노는 두 아들 비류와 온조를 데리고 새 나라를 건국하기 위해 고구려를 떠난다. 주몽은 고구려의 영광을 부르짖으며 새로운 정복전쟁에 나서는 것으로 대미를 장식했다.



-주몽이 남긴 기록들

<주몽>은 지난 2006년 5월 15일 첫 방영을 시작한 이래, ‘국민 드라마’로 군림하며 방영 내내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첫 방영에서 16.3%(TNS 미디어리서치)의 시청률로 출발, 방영 3주 만에 20% 고지를 돌파했고 한국 드라마 사상 최초로 35주 연속 시청률 종합 1위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평균 시청률만 40.7%, 연장방송 이후에는 ‘꿈의 시청률’로 불리는 50%대 고지를 돌파하며 안방극장의 절대강자로 군림했다. 방영 10개월간 약 주조연과 단역 배우들을 합쳐 3만여 명의 연기자들이 참여했고, 전투장면에 동원된 말만 약 4천~5천여 필, 상고시대의 철기문화와 복식을 재현하는데 35억 이상의 의상비가 투입됐다. 이로써, <주몽>은 순제작비만 200억을 넘는 ‘초대형 블록버스터 드라마’로 한국 드라마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무엇보다 잊혀진 우리 민족의 역사를 복원해내며 <연개소문>, <대조영> 등으로 이어지는 안방극장에 ‘고구려 사극’ 돌풍을 일으키는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아울러 외세의 핍박과 민족 분열의 소용돌이 속에서 통합과 포용의 리더십으로 한민족의 찬란한 전성시대를 가꾸어낸 주몽. 그의 일대기는 ‘영웅’을 갈망하는 대중의 시대적 요구와 맞물려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안겨주었다.

권력투쟁의 정치 사극이면서 한 남자의 성장과 멜로, 어드벤처, 전쟁 등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시청자들에게 다채로운 볼거리를 제공했다.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사회적으로 고구려사에 대한 관심이 고취되었고 출판, 문화, 관광, 학습, 게임 마케팅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부가가치 창출의 효과를 낳기도 했다.

타이틀롤을 맡은 송일국은, 특유의 남성적 카리스마로 시대를 개척한 ‘한민족의 알렉산더’ 주몽 역을 호연하며 명실상부한 톱스타로 자리매김했다. 한혜진(소서노), 김승수(대소), 전광렬(금와), 허준호(해모수), 오연수(유화부인), 이계인(모팔모), 원기준(영포) 등 드라마의 주-조연급 연기자들도 모두 스타로 부상하며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 고무줄 편성, 엉성한 완성도... 뒷심 부족했던 용두사미

그러나 한편으로 <주몽>은 차츰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자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초기의 기획의도를 상실한 채 지나친 상업화로 인한 역사왜곡과, 엉성한 극적 완성도가 도마 위에 오르며 ‘용두사미’라는 비판에 시달려야했다.

역사적 사료가 부족한 상황에서 고구려 건국초기를 재현해야했던 제작진의 고충도 이해가 가지만, 상업적 구성에 치우쳐 아예 고증을 무시한 극의 일부 설정들은 오히려 ‘역사 왜곡’ 논란을 일으키며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극 초반부 한나라와 부여의 종속관계, 당대 철기문화에 대한 잘못된 고증, 시대에 맞지 않는 의상과 투구 등 잊혀진 우리 역사를 재조명하겠다던 처음의 기획의도를 벗어나고 말았다.

또한 <주몽>은 극 중반부를 넘어서자 노골적으로 연장방영을 의식. 이야기를 늘려나가기 시작했고 이 같은 행태는 시청자들의 빈축을 샀다. 극 전개상 비중 없는 에피소드들로 한 회를 채우거나, 부여궁 탈출을 포함해 주요 등장인물들의 납치, 구출 등 비슷한 에피소드들이 반복되기 일쑤였다. 등장인물들이 갑작스럽게 이야기에서 사라지거나, 심지어 주인공조차도 극 초반 사전 설명 없이 2주 가까이 실종되기도 했다,

대하 사극답지 않게 엉성하고 빈약한 전투장면은, 제작비용의 한계와 촉박한 일정으로 인한 졸속 제작 논란을 일으키며 “주몽의 전쟁은 언제나 소대 병력으로만 치러진다”는 비아냥거림을 들었다. 방영 초반부터 계속 지적된 회당 70분~80분 방영의 ‘반칙 편성’ 논란은 동시간대 경쟁드라마로부터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일부 여론의 비판적인 시각에도 불구하고 제작진은 주연배우와 작가를 설득, 20회 연장방영에 성공했다. 이후 매회 최고시청률을 경신하며 MBC에 놀라운 상업적 성과를 가져다줬지만 정작 연장 방영 이후에도 드라마의 완성도는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당초 드라마 연장의 명분으로 내세웠던 한나라와의 전쟁, 후계구도의 갈등, 백제 건국 등의 클라이맥스는 계속 변죽만 울리다 종영 2,3주 만에 마무리하느라 호흡이 가빴다. 높은 시청률과는 별개로 용두사미로 끝난 <주몽>의 극적 완성도에는 높은 점수를 줄 리가 만무하다.

숱한 화제와 논란을 남겼던 <주몽>은 이제 대장정을 마치고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드라마를 집필한 최완규 작가와 주인공 송일국의 표현처럼 <주몽>은 여러 가지 부족한 점도 많았다.

하지만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졌던 우리 고대사에 대한 정체성을 고취시키고, 관심을 환기시켰다는데 가장 큰 의미를 둘 수 있다. <주몽>에서 미처 채우지 못한 아쉬움은, 앞으로 계속 제작될 사극들을 통해 극복해야할 과제로 남았다.


▲<주몽 후속작> 강력반장 고현정, 드라마 ‘히트’ 칠까?



데일리안 스포츠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기고'를 네이버에서 지금 바로 구독해보세요!
이준목 기자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