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 저 길을 따라서 - 김민정 ( 1957 ~ )

입력 2006.12.18 14:38  수정

오가는 길은 하나다 시간들이 다를 뿐

김민정의 ´저 길을 따라서´ 원문.
김민정 시조시집 <사랑하고 싶던 날>(알토란, 2006.11.10).

저 길을
따라서

가을이
오고 있다

저 길을
따라서

가을이
가고 있다

오가는
길은 하나다

시간들이
다를 뿐


- 김민정 시조시집 <사랑하고 싶던 날>(알토란) 104쪽에서


(시조생각) 원문을 12행으로 다시 행 나눔하여 보았다. 평이하면서도 짜임새 있는 전개 구조를 보임에 따라 읽고 받아들이는 데 별다른 어려움은 없다.

어제의 사람도 이 땅을 밟으며 살다 떠났을 것이고 아주 먼먼 고대 선대의 사람도 이 공간을 거쳐 갔듯이 현재 사는 나/우리도 결국은 크게 다르지 않은 공간에서 잠시 디디며 살았다가 또 그렇게 자리를 내주며 내/우리 앞에 오는 사람/사람들을 맞이할 뿐이다.

그저 시간의 차이만이 있을 뿐 삶의 모양새는 별반 차이가 없는 거기서 거기인 사람살이이다.

때때로 나는, 현재 내가 디디고 있는 이 공간에서 과거 어떤 일들이 숱하게 일어났었는가를 궁금해 하거나, 또 미래에 바로 이곳에서 어떤 일들이 펼쳐질까를 상상해 보곤 한다.

정작 과거, 현재, 미래의 사람들이 균등하게 나누어 사는 것은 ‘시간’이 아닐까? 결국 각자의 고만고만한 ‘시간’을 사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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