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대 관계 진보와 보수 화해는 역동적 중도주의로"

입력 2006.11.27 10:23  수정

<데일리안 인터뷰>´화해상생마당´ 공동대변인 법륜 스님

"누가 집권하느냐보다 국민통합 우선, 정부도 반대 목소리 수용해야"

화해상생마당 공동대변인 법륜 스님은 23일 데일리안과의 인터뷰에서 "진보와 보수사이에 대립이 경쟁을 넘어 적대관계에 있는 모습"이라며 역동적 중도주의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우리사회 진보와 보수사이에 대립이 경쟁을 넘어 거의 적대관계에 있는 모습입니다. 극단적 대립은 국가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갈등을 치유하고 화합으로 이끌어 줄 수 있는 ‘역동적 중도주의’가 필요합니다”

지난 11월 9일 ‘역동적 중도주의’를 표방하고 우리 사회에 만연한 갈등을 치유하는 대화와 상생의 장을 만들어보고자 ‘화해상생마당’이 출범했다.

데일리안은 지난 23일 박종화 목사(대화문화 아카데미 이사장)와 함께 화해상생마당의 공동대변인을 맡고 있는 법륜스님(평화재단 이사장)을 만나 그 태동배경과 역동적 중도주의란 무엇인가, 양극화로 치닫고 있는 사회 갈등현상은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 등에 대해 귀를 기울였다.

화해상생마당은 단체의 대표를 두지 않고 공동대변인제로 운영되고 있다.

“누가 집권하느냐 보다 국민통합이 우선”

화해상생마당은 지난 4월 DMZ문제로 강원도에 모여 여러차례 대화를 갖던 김지하 시인과 수경스님(화계사 주지), 이부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정성헌 한국DMZ생명평화동산추진위 공동대표 등이 ‘우리나라의 양극화가 심하다’는 화두를 꺼내들고 공감하면서부터 태동하게 됐다.

법륜 스님은 데일리안과의 인터뷰에서 “우리사회 진보와 보수사이에 대립이 경쟁을 넘어서서 거의 적대관계로 치닫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노사간에 대립도 극한 상태로 치닫고 있고 이런 것들이 구한말의 당쟁을 연상케 한다. 심지어 해방 전후의 좌우 갈등을 연상케 할 정도로 심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법륜 스님은 “이 같은 대립은 나라에 심각한 분열을 조장하고 있고 특히, 남북문제나 한미 FTA 등 우리에게 새로운 진로가 모색되는 단계에 있어 국론이 통일돼도 어려운데 내부가 이렇게 분열돼 있으면 제대로 대응하기가 어렵지 않겠느냐”면서 “지금은 어떤 정당이 집권하느냐 보다 중요한 것이 국민통합”이라고 강조했다.

법륜 스님은 단체 구성원들은 창립 이전까지 준비모임을 10여 차례 가지면서 모임의 성격을 대립과 갈등이 심할 때 객관적으로 균형을 잡아주는 집단이 필요하다는데 인식을 같이 했다고 설명했다.

법륜 스님은 그러면서 “예전에는 사회원로들이 있어 중재 역할을 해줬는데 원로들도 돌아가시거나 연세가 많으신 까닭에 중재역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때로는 심할 경우 원로들의 의견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비난해 버리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씁쓸해 했다.

따라서 화해상생마당은 그동안 진보 쪽에 있었다 하더라도 그걸 고집하지 않고, 보수 쪽에 있었다 하더라도 극단적이지 않던 사람들이 모여 중도적 입장을 취하고 사회갈등이 심할 때는 균형 잡힌 견해를 내놓으려 한다고 밝혔다.

법륜 스님은 우리사회 갈등요인이 3가지로 규정하면서 “아직도 성장해야 한다는 것이 국민 다수의 의견"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아직도 성장해야 한다는 것이 국민 다수의 의견”

법륜 스님은 우리사회 갈등요인이 3가지로 크게 규정했다. ▲외교국방통일 문제에 있어 민족공조냐 한미동맹 강화냐 ▲경제문제에 있어 성장이냐 분배냐 ▲환경문제에 있어 개발이냐 보존이냐 등으로 갈려 있다고 진단했다.

법륜 스님은 “이런 것들을 포함한 우리사회에서의 공동체 교육이 붕괴되고 있다”고 하면서 “이런 문제들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서로 상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치유방법을 말했다.

그는 “안보문제에 있어서는 한미동맹을 굳건히 하면서 민족문제를 풀어나가야지 반미여서는 안 되며, 북한과는 이제 화해하고 교류 협력해야지 계속 적대관계로 가서는 안 된다. 이 둘은 같이 갈 수 있다”고 바라봤다.

성장과 분배에 있어서도 “지나친 성장주의나 최근 분배에 대한 정책들이 갈등요인이 되는데 분배의 정의실현이 성장을 위축 시키지 않아야 하고 이것이 균형을 이룰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아직도 성장이 돼야 한다는 것이 국민 다수의 의견”이라고 말했다.

법륜 스님은 또 “국민 다수 의견은 개발이 우선이지만 전 세계적 관점에서 볼 때 환경 파괴에서 오는 심각한 지구환경 변화는 미래세대의 지속적인 삶을 위협하고 있는 것까지 생각한다면 지나친 개발중심으로만 가자는 것도 안 된다”며 “대화와 토론으로 해결방법을 찾아야 한다. 서로 대립하고 경쟁하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그런 갈등이 대화를 통해 풀어야지 적대감이나 실력행사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중도주의는 역동적이어야 하는 것”

법륜 스님은 “중도주의에 대해 오해가 많다”고 하면서 “중도라는 것은 제 3의 도피지대를 말하는 것이 아니며 문제를 회피하자는 것도 아니다. 좌우로 치우침의 현상을 중간으로 이끌어 줄 수 있는 역동적 모습이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무리 다수의견이라도 바른 길에서 벗어나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 “그런 의미에서 화해와 상생마당이 말하는 중도주의와 정치인들이 말하는 그것과는 차이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법륜 스님은 구성원들 가운데 정치인들이 두분 있어 대선을 앞두고 일정한 역할을 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에 대해 “길게 호흡하고 갈 것이다. 당면한 대선에서는 각 집단이 어떤 주의 주장을 가지고 경쟁을 하겠지만 선의의 경쟁을 하라는 것이다. 극단적 대립을 하지 않고 경쟁을 할 수 있도록 중재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법륜 스님은 “보수집단은 정책이 조금 중도 쪽으로 올 수 있도록 할 것이며 또 북한에 대해 정책을 달리 할 수는 있지만 적어도 반북정책을 하면 안 된다"면서 "진보세력은 미국에 대해 너무 반미로 가선 안 된다. 이렇게 울타리 쳐놓고 차이를 두는 방향, 국민다수의 의사를 정치하는 이들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성명서를 내거나 토론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법륜 스님은 “중도주의는 역동적이어야 하는 것”이라고 하면서 "정부는 반대목소리도 적극 수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반대세력의 목소리도 수용해야“

법륜 스님은 “현재 정부가 한편의 지지 세력을 중심으로 정권을 잡았으나 결국 전국민의 정부이지 않느냐”면서 “정부는 반대 세력의 이해를 수용해 내야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정부가 반대세력의 주장을 제대로 수용해내지 못하면 반대세력은 이것을 국민의 정부라고 생각지 않고 한쪽의 정부로 생각하고, 때문에 극단적으로 비판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법륜 스님은 “정부는 대화를 통해 국민을 이해시켜야 한다. 현재는 대화부족이다. 사람들이 현 정부의 정책을 하나하나 따져보면서 어느 것이 꼭 잘못했다거나 하는 것보다는 ‘기분나쁘다´,´싸가지가 없다´라는 식으로 비판한다. 그것은 대화부족 때문”이라고 적시했다.

그는 “때문에 현 정부가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과 대화를 충분히 해야 한다”면서 “대화가 없으니 이해가 부족하고 이해가 보족하다 보니 감정적 충돌을 일으키게 되어 합리적 히결 방법을 도출하기 어렵다. 그래서 아무리 좋은 정책을 추진해도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법륜 스님은 최근 정부가 ‘정책 잘못이 아니고, 정책 불신이다’, ‘언론에 책임이 있다’, ‘야당은 무조건 발목 잡는다’, ‘안 믿어줘 되는 것이 없다’, ‘역사가 평가할 것이다’라고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는 것과 관련, “정책의 변화도 필요하지만 허심탄회한 대화가 더 필요하다. 국민과 진지한 대화가 안 되고 있다. 충분히 토론하면 해결할 수 있다”고 방법을 제안했다.

법륜 스님은 인터뷰를 마치면서 “지금 우리사회는 혹이 두 개 있는 낙타처럼 좌, 우의 극단적 논리가 여론을 좌우한다. 중간에 있는 사람들, 합리적 진보, 합리적 보수에 있는 사람들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 내 중간 집단의 목소리를 크게 해서 사회를 안정되게 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한편 화해상생마당은 다음달 1일 오후 2시 서울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화해상생의 중도주의에 대한 성찰´을 주제로 그 첫째 마당을 갖기로 하고 안팎으로 밀려드는 위기와 갈등, 대립을 어떤 마음가짐과 지혜로 대응하고 극복할 것인가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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