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그들의 무모한 역사!

김영기 객원기자

입력 2006.11.19 21:03  수정

유재석, 박명수, 정준하, 노홍철, 하하, 정형돈.. 그들의 갈길은?

MBC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기획:여운혁, 연출:김태호)은 2005년 봄 개편당시, MBC의 야심작 ´토요일´의 한 코너로 탄생했다.

´커이커이´,´순정만화´,´웃음 바이러스´ 등의 코너들과 함께 시작했지만, 이제 함께 했던 프로그램들은 시청자들 기억에 희미하다.

초기에는 ‘SBS 일요일이 좋다’의 한 코너였던 ´유재석과 감개무량´을 그대로 가져왔다는 비판도 있었다. 하지만 명분보다는 결과였다. 매회 거듭되는 무모한 도전은 시청자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다.

본격 ´3D 코미디´를 표방한 무한도전. 괜히 가르치려고 들지도 않았고, 자존심을 세우지도 않았다. 지하철과 달리기를 하고, 뙤약볕 아래서 연탄을 나르는 등, 충격적인(?) 아이템을 선보이던 그들. 한 우물을 파면 성공한다는 진리를 증명하듯, 마침내 일개 코너에서 단독 프로그램으로 승격되는 이변을 일으켰다.

현재의 멤버구성은 각자의 캐릭터도 살아있고, 강약도 적절하다. 하지만 초기에는 표영호, 김성수, 이켠 등이 존재감을 갖지 못하고 퇴출되기도 했다. 월드컵을 지나며 ´쓰윽´ 스튜디오에 양복을 입고 난입한 그들. 출연진간의 친분을 기반으로 한 리얼리티에 호응이 있자, 그것을 극대화하기 시작했다. 물론, 그 중심에는 유재석이 서있다. 그는 ´약간 못난´ 이미지를 적절하게 유지하며, 노련한 완급조절능력을 보이며 프로그램의 얼굴이 되고 있다.

이제는 노인들의 영상편지, 몰래카메라 등 방송사와 시기를 넘나들며 재미있는 소재들을 한계 없이 도입하고 있다. 급기야 11월 19일 방송분에서는 케이블TV에서 심심찮게 보던 ´모델 도전기´까지 소재로 사용하기에 이르렀다. 성적도 좋다 (전국시청률 16.9%, TNS집계결과). 과거 차승원에게 드링크제를 얻어먹던 시절에 비하면 천지개벽 수준이다. 물론, 이런 변화는 멤버들 간의 궁합과 그간 형성한 캐릭터 자체가 주는 재미가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무한도전이라는 포맷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채널의 다분화로 분산된 광고수익은 제작비를 낮췄고, 이는 프로그램 자체 규모를 줄였다. 웬만한 스타들은 이미지 관리를 이유로 공중파를 홍보의 도구로만 사용하려 한다. 여기에, 시청자들의 취향은 더 직접적이고, 자극적인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이미 10여년을 앞서가며 시행착오를 겪은 미국은 대안의 방향을 암시한다. 대표적인 것이, 케이블 방송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리얼리티´ 포맷. 제작비와 소재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소재인 ´리얼리티´ 포맷의 프로그램들. 미팅, 모험, 생존 등 그 세부 소재는 무한하다.

요즘의 시청자들은 보통이 넘는다. 할 말 있으면 인터넷으로 그때그때 한다. 일반 시민들도, 카메라를 들이대고 인터뷰를 하면 편집점까지 감안해주는 ´아량´을 보인다. 오락프로그램에 빅스타들이 나오는 이유가 홍보라는 것쯤은 이미 다 알고 있다. 캔디가 나와 눈물 흘리는 드라마는 조기에 종영되고, 치터스나 제리 스프링거 쇼 등에 익숙해져, 웬만한 자극에는 무뎌졌다.

방송, 광고, 음악 등 모든 분야를 망라해, 지금 시대의 코드는 ´자연스러움´이다. 80년대의 샴푸광고나 90년대 초반 하이틴 영화처럼 ´연출된 티´가 나는 연출은 이제 촌스러운 것이 되었다. 시대와 시스템의 흐름은 자연스럽게 리얼리티 포맷의 발전으로 이어졌고, 이 흐름의 과도기에 무한도전이 서있는 것이다.

그들의 캐릭터 설정은 성공적이었다. 연출된 티가 나지 않았고, 그 자리에 있어야 할 무게와 성격을 감안해 출연진을 구성했다. 혹은 진화해왔다고 할 수도 있다. 처음에는 단순한 좌충우돌 운동회를 표방했지만, 점차 누구에게나 있는 조금은 유치한 면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변모했다.

지각하고, 투덜거리며, 별 것 아닌 일로 다툼을 벌이는 상황. 현재 캐릭터간 대화의 기반을 이루는 이런 소재들은 학창시절을 지나오며 친구들과 겪었던 소소한 재미들이었다. 여기에 방송사와 시대를 넘나드는 패러디를 섞어, 매회 새로운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스탠딩 코미디와 인포테인먼트가 대세를 이루는 요즘, 무한도전의 성공은 과거 영구와 맹구를 잇는 슬랩스틱 코미디의 진화된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시대는 격변한다. 청와대에도 할 말 있으면 다하고 사는 요즘, 풍자와 같은 우회적 도구로는 인기를 끌 수 없다. 어려운 이웃 도와주는 소재도, 바른생활 교과서도 이제 흥미를 끌지 못한다. 요즘은 그나마 대안으로 나왔던 인포테인먼트 코미디도, 교양 프로그램들이 부드러워지면서 이제 조금씩 시들해지고 있는 시기이다.

주말에 TV앞에 앉은 사람들의 심리는 단순하다. 뭔가 재미있는 것. 웃기는 것. 아무 생각 없이 껄껄댈 수 있는 것이다. 가뜩이나 잘난 사람도 많고, 생각할 것도 많은데, TV에서 또다시 현실을 느끼고 싶어 할 사람은 없다. 웃음을 잃은 공주 앞에서 재주를 부리는 광대들처럼, 납작 엎드려 웃음 그 자체를 전달해야 한다. 웃기 힘든 시대, 진정한 광대가 필요한 요즘, 무한도전이 보여줄 또 다른 진화에 기대가 모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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