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마다 다른 섹슈얼리티의 기준

입력 2006.11.10 12:00  수정

쌍꺼풀의 커다란 눈, 오뚝하고 높은 콧날 두툼한 입술에 S라인에 집착하는 일명 ‘쭉쭉빵빵’이라 표현하는 여성상이 현대의 미인의 기준이며 100이면 100 입에 올리는 매력의 기준은 바로 ‘섹시’다.

유행의 아이콘 빅토리아 베컴의 마른 몸매
여자든 남자든 취직을 할 때 첫인상을 잘 보이기 위해 성형수술을 하고 이성에게 매력 있게 보이기 위해 거침없이 병원을 찾는다.

성형중독에 과도한 다이어트로 목숨마저 위태롭게 만들고 있는 여성들.

도대체 이런 세기말적인 현상은 언제 시작되었을까. 걱정의 소리도 높지만 시대를 막론하고 나라를 초월해서 미에 대한 집착은 아주 오래된 인간의 욕망이자 모든 종들의 속박이자 자손번성이라는 대의명분이었다.

그렇다면 시대에 따라 미인의 기준과 섹시를 보는 눈은 다를 텐데 어떤 기준이 있었는지 알아보자.

여자에게는 동. 서양을 초월해 아름다움의 기준이 되는 것이 있었다. 바로 세 가지의 하얀 아름다움으로 피부, 치아, 손 세 가지의 검은 아름다움 - 눈, 눈썹, 속눈썹은 서양의 기준이고 동양에서는 눈, 눈썹, 머리칼 이었다.

세 가지의 장미색 -입술, 볼, 유두 등 성적인 매력이 전부였고 뭐든지 시키는 대로 다 들어줄 것 같은 멍한 얼굴의 백치미도 최고의 미로 손꼽았다니...
한심할 지도 모르지만 오늘날의 외모에 집착하는 것과 다를 바 가없다.

이처럼 인간의 마음을 자극하는 에로티시즘은 약간은 도착적인 것 같다. 지금도 뻐드렁니가 많은 일본인들은 헤이안 시대까지 결혼한 여성의 이를 까맣게 물들였다. 유부녀라는 표시도 되었지만 검은 입속을 보면 그들의 남성들은 성적 자극을 받았다고 한다.

중국의 전족은 어떠한가. 여성에게 걸을 수 없는 고통을 주면서 여자의 작은 발에 사족을 못 쓸 만큼 좋아하지 않았던가. 그런 전족의 악습이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병자호란의 아픔은 꽤 오랫동안 한반도를 헤게모니에 빠트리고 말았는지 우리 어머니 세대들이 어릴 적에 부모님들이 발이 더 이상 자라지 못하게 꼭 죄는 버선을 신겼다고 한다.

전족을 하면 걷기 힘들고 가마를 타거나 업고 다녀야 한다. 부모님들은 여식이 부잣집에 시집가서 가마를 타고 다니길 바라는 마음에 전족을 했을 것이다.

전족한 중국의 여인들(왼쪽) 전족과 귀부인들이 신던 신발(오른쪽) 중국자료

잔혹 비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전족이 널리 행해지게 된 것은 작고 앞 끝이 뾰족한 발이 미녀의 상징으로 치부되었고 결혼의 조건도 좋아졌지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여자의 작은 발은 성적 매력이 매우 크다고 여겨졌기 때문에 전족을 드러내놓고 내보이는 것은 터부시되기도 했다.

그런 관계로 여자가 맨발로 다니는 것 자체가 허락이 되질 않았고 여러 가지 도덕적이고 관습적인 제약이 따랐나보다. 어르신들이 여름에 샌들이나 슬리퍼처럼 양말을 신지 않는 발을 야단치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이다.

잔혹한 미인사는 비단 동양뿐만 아니다. 유럽도 여성의 미의 기준에 대해서 비정할 정도였다. 일단 피부를 하얗고 창백하게 보이기 위해 사용된 수은이다. 엘리자베스 1세도 즐겨 사용했다는 수은은 한 꺼풀만 벗겨내면 맨 얼굴을 도저히 봐줄 수 없을 만큼 흉측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수은에 의해 점점 얼굴이 썩어 문드러져가고 그것을 덮기 위해 1인치 두께로 수은을 더 발라야 했다. 악순환의 연속이었던 셈이다.

독을 얼굴에 바른다니....그 뿐만 아니다. 코르셋의 발견은 여성을 또 한 번 죽이는 결과가 되고 말았다.

인류의 암살자라는 별칭이 사용된 코르셋은 여성들의 몸에 엄청난 위해성 논란 속에서 1840년경부터 집중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개미허리’가 그 시절의 섹슈얼리티로 자리 잡자마자 삽시간에 유행한 코르셋은 고래 뼈와 가죽으로 만들어졌다.

19세기의 귀부인들은 허리를 10~13인치를 유지했다고 한다. 가능한 일일까? 갑자기 궁금해진다. 가슴과 엉덩이는 크고 허리만 잘록한 진짜 개미스타일이 그 당시 남성들은 섹시하다고 느꼈을까.

꼭 죄는 코르셋은 여성의 등과 위장의 근육을 위축시켜 코르셋 없이는 똑바로 앉을 수도 없는 부작용을 낳았다. 여성들은 어째서 생명을 깎아가면서 까지 남성들의 성적 만족도에 기여했을까.

수은중독증세를 보이는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의 초상화와 코르셋으로 당대 최고의 개미허리를 기록한 여배우

권력과 힘의 구조 속에서 약한 여성이 살아가기 위한 무기는 바로 미모이자 남성을 옳아 매는 섹스코드가 아니었을까.

원시시대부터 현재까지 우리 인류는 참담한 미의 기준에서 살아오고 있다. 그러나 일방적인 미의 가꿈이 이제는 여성과 남성이 동시에 추구하는 삶의 방향이 되었다는 점이 다르다.

메트로섹슈얼리티처럼 남성도 피부미용에 신경을 쓰고 향수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여성만이 일방적인 아름다움을 강요받던 시대에서 벗어나 남성들도 상품가치를 높이기 위해 꽃미남의 컨셉트를 갖추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사회는 날로 진화한다. 인류가 걱정하고 있는 만큼 세기말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미의 기준도 지금보다 과거가 더 선정적이었고 병적이었다. 성형중독도 단지 이 시대의 유행에 지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외모지상주의의 사회구조가 존재하는 한 불합리한 미를 쫒는 것은 멈춰지지 않는다. 그러므로 비난만 하지 말고 따뜻한 참 인류애로 사회를 감싸주는 제도가 절실히 필요하다도 필자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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