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20일 해외토픽 란에 미국 TV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를 2008년 대선에서 미국 대통령으로 선출해야 한다’며 선거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한 60대 백인 남성에 대한 뉴스가 CNN 등의 미국 언론들이 의해 보도됐다.
윈프리의 변호사인 제리 글로버는 ‘캔자스시티의 전직 교사인 패트릭 크로위(69)에게 서한을 보내 그가 발간한 ‘오프라를 대통령으로’라는 제목의 책을 비롯, 웹사이트(oprah08.net), 단추, 범퍼 스티커, 티셔츠에 윈프리의 이름과 이미지가 무단 사용되고 있다’ 면서 이 백인 남성에 대해 고소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오프라 원프리’에 대한 해프닝 사건이었지만, 그녀가 미국 내에서 어떠한 영향력이 있는지를 엿보이는 사건이다.
그녀는 미국 토크쇼의 여왕이라고 불리 정도로 ‘토크쇼’가 낳은 스타이다. 그만큼 토크쇼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은 크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우리나라에서는 영향력 있는 ‘토크쇼’가 사라져 버렸다. 현재 우리나라 토크쇼는 ‘정통 토크쇼’ 아닌 ‘변질된 아닌 변형된 토크쇼’가 난무하고 있다. 대부분이 그저 연예인들이 TV 프로그램에 나와 개인 신변잡기나 연애담 등을 떠드는 수준에 불과이다.
이에 문화연대는 지난달 25일 서울 광화문 영상미디어센터에서 지상파 방송 연예오락 프로그램의 구조적 문제점을 짚어보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때 문화연대측은 “사적농담이 만연하고 선정적인데다 인권침해 내용을 담고 있을 뿐 아니라 협찬, 간접광고, 대형기획사의 출연독점 등 구조적인 문제가 있음”을 지적 한바 있다.
‘정통 토크쇼’는 사라진지 오래 됐다
토그쇼(talk show)란 무엇인가. 토크 프로그램은 넓은 의미에서 뉴스를 포함한 토론, 대담, 인터뷰, 교양강좌, 퀴즈프로 등을 모두 포함한다고 할 수 있다. 말 그대로 보면 토크쇼는 ‘토크’와 ‘쇼’의 합성어다. 즉, 토크의 사전적 의미는 ‘말하다, 이야기하다, 이야기를 나누다’이며, 쇼는 ‘보다, 전시하다’의 뜻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텔레비전 토크쇼란 하면 ‘시청자가 보고 싶어 하는 것을 만들어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라는 해석을 할 수도 있다.
독일의 한 유명한 토크쇼 진행자는 “토크쇼에 대하여 같은 견해를 가진 사람을 한 명도 만나지 못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토크쇼는 ‘한 분야에서 오랫동안 종사해온 대가를 초청해서 그의 삶을 조명하거나 삶의 철학을 듣는 방송 형식’이다.
언제부턴가 우리나라에서는 ‘한국적 토크쇼’는 모습을 감췄고, 토크쇼의 명맥마저 끊기고 그 빈자리에는 ‘변형 토크쇼’ 가 메우고 있다. 즉 이것은 오락이 가미된 ‘토크 오락프로그램’이 다. 이것은 ‘토크쇼’의 명분 아래 개인 신변잡기, 설문조사, 상·벌칙 등을 프로그램에 접목시킨 ‘변형 토크쇼’이다.
초기 토크쇼에서의 오락요소는 그저 프로그램의 한 분야적인 측면이 강했다. 이때만 해도 오락요소는 그저 부수적이고 시청자의 지루함을 달래 위한 하나의 방편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토크쇼에서는 오락은 매우 중요하고 필수적이다. 주객이 전도된 상황에 직면해 있는 것으로 ‘토크’는 온데 간데없고 ‘오락’ 만이 난무하고 있다.
문화연대 미디어센터 김형진 씨는 지난 달 25일 토론회에서 “ 쟈니 윤 쇼나 주병진 쇼 등 의 전통 토크쇼에서 요즘의 토크쇼로 변형되기 시작한 것은 ‘서세원 쇼’부터” 라고 밝히면서 “‘서세원 쇼’의 토크박스 코너를 시작으로 연예인들의 개인신변 잡기나 연예담 등의 사적인 대화가 시작됐다”고 전했다.
이렇게 시작된 ‘변형 토크쇼’는 서세원 쇼를 시작으로 점차 변형되면서, 지금의 주류가 되었다. SBS의 ‘야심만만...’, KBS의 ‘상상플러스’, MBC의 ‘유재적·김원희의 놀러와’ 등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이들 프로는 월요일 ~ 금요일 까지 각 방송일별로 시청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시청자는 초대 받지 않은 손님
사실 ‘오프라 원프리’가 세계적인 스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그녀의 이름 딴 토크쇼 덕분이었다. 이 ‘원프리 토크쇼’는 토크쇼가 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총동원 것으로도 유명하다.
‘오프라 윈프리 쇼’가 다루어진 소재들은 다소 파격적인 소재부터 흥미와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이야기, 또한 삶의 이야기 등을 담고 있다. 이 토크쇼의 가장 탄력을 받을 수 있게 했던 것은 원프리가 자신의 라이프 스토리를 얘기함으로써 엄청난 반향을 가져왔다.
자신의 토크쇼에서 그녀는 “나도 성폭행을 당한 적이 있었으며, 음주와 마약중독에 빠져 인생을 포기하려 한 적도 있다”는 진솔한 고백이었다. 이 고백을 통해 같은 아픔을 가진 여성들을 초대하였고, 그들의 고통을 함께 풀어나간 것은 많은 미국인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그녀의 쇼에는 유명 연예인이나 명사들만 출연하는 것이 아니다. 평범한 사람들도 출연해서 우리주변 삶에 대해 이야기 한다. 함께 살고 있는 사람들의 고통이야기, 그 고통을 이겨낸 사람들의 이야기 등이 쌍방향으로 이루어진다.
반면 우리의 토크쇼의 대부분의 내용들은 출연한 연예인들 간의 농담 따먹기나 개인신변 잡기, 연예담, 다른 연예인의 사생활 폭로, 등의 흥미위주의 내용들이 주류이다. 또한 연예인들은 “S양이랑 누구랑 연인관계 였는데, 지금은 누구 애인이다, A 남자연예인은 안 사귀어본 사람 없다, K씨는 정력가라고 소문이 났지만 사실은 아니다 등의 자극적인 이야기를 서슴없이 주고받고 있다. 이 같은 흥미나 선정성 위주의 내용에 틀은 깨지고 않고 있다.
요즘 잘 나가는 변형 토크쇼 중에 하나인 SBS의 ‘야심만만’의 경우도 연예인 패널들을 앉혀놓고 ‘어떻게 하면 여자를 잘 꼬일 수 있느냐, 유명 연예인의 연애 비법 전수 등의 주제를 잡고 지극히 개인적인 사적 이야기나 농담 따먹기 등을 나누는 게 프로그램의 주된 내용이다.
또한 지난 2일 강호동과 윤종신에 나온 자리에서는 두 사람의 연애과정과 결혼까지 골인 하게 된 과정을 언급하면서, 키스는 언제 했으며, 어떻게 했는지? 등의 지극히 흥미위주의 내용들이 오갔고, 함께 출연 동방신기와 노사연씨의 경우에는 동방신기는 멤버들의 신체적인 비밀들을 얘기하면서 한 멤버는 가슴이 크다는 등, 얘기가 오고 같으며, 노사연씨의 경우에는 ‘강타랑 뽀뽀하는데 너무 좋았다’등의 표현과 얼굴이 너무 커서 방송에서 얼굴을 드러내고 싶지 않다는 등의 얘기만 오고 갔을 뿐, 도대체 어떤 의미와 교훈을 주는지는 알 수 없었다.
이것은 비단 ‘야심만만’만의 문제가 아니다. 저번 주에 방송된 ‘상상 플러스’에서는 10대 청소년들의 말을 언급하면서 저급하고 조잡한 언어 사용 때문에 시청자 게시판 뜨겁게 달구었다.
이 프로도 변형 토크쇼의 대표적인 형식을 띄고 있다. 설문조사를 통해 여러 패널이 나와서 문제를 풀어나가는 방식이지만, 그 면면을 살펴보면, 고정 패널과 초청 패널 사이의 말장난과 개인 신변 잡기류의 말들이 오고간다. 왜 초청 패널이 나왔는지, 십대의 말을 공감한다는 취지하고 별개의 문제로 흐르고 있다는 게 시청자들의 지적이다.
이에 대해 한 시청자는 “원래 토크쇼는 이렇게 말장난이나 하고, 선정적이고 흥미위주의 쇼가 토크쇼인지 궁금하다. 이런 류의 토크쇼를 보면 내가 왜 이 프로를 보는지 모르겠다”, “토크쇼를 통해 삶의 감동과 웃음을 얻기 원하는데 감동은 커녕 불쾌감만 든다” 고 밝혔다.
또 다른 시청자는 “토크쇼에서 연예인 사생활이나 유머를 들으면 흥미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이런 얘기 듣다가 보면 무슨 의미가 있고 교훈이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영향력 있는 ‘토크쇼’는 방송사의 의지와 시청자들의 호응이 필요
전문가들은 방송가에 ‘변형 토크쇼’가 난무하는 있는 것은 방송사들이 시청률에 목을 메기 때문이며, 얄팍한 상업주의 때문이라고 말한다.
즉 이러한 장사 속 때문에 감각적이고 선정적인 소재와 호기심을 자극하는 프로그램만이 넘쳐날 수밖에 없다.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기위해 방송사들은 연예인에게 개인기나 비밀스런 치부들을 들추어내길 원했고 그것들을 요구하고 있다.
방송가 한 PD는 “토크쇼에서 시청률은 좌지우지 하는 것은 어떤 스타가 나오느냐가 아니라 그 스타가 얼마나 망가 지냐에 달려있다.”고 밝히면서 “출연 연예인이 자신의 새 영화나 음반 얘기만 늘어놓으면 시청자는 가차 없이 채널을 돌린다”고 전했다.
한 유명 가수는 “방송프로에 나와 예전 가수들은 노래만 잘하면 됐는데, 요즘 가수들은 토크쇼나 오락프로에 나와서 개인기나 개그를 하지 못하면 음반은커녕 방송에 출연하기조차도 힘들다”고 고백해, 안쓰러움 느끼게 했다.
즉 시청률에 열을 올리는 방송국들과 자극적이고 흥미를 원하는 시청자들의 욕구가 맞아 떨어져 변형 토크쇼는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문화연대 미디어센터 김형진 씨는 언론 보도 토론회에서 “연예인들은 프로그램에 나와서 단지 개인사를 들추면서 자기네들 끼리 웃고 떠들기 바쁘다”며 “연예프로그램이 시청자들을 제외시켜 놓고 일정 시간 프로그램을 사유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방송의 실질적인 목적은 시청자와 쌍방향 교류임에 불구하고 그 본질의 목적을 잃어가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또한 그는 “지상파 공영방송은 공영방송으로써의 목적과 의무를 다해야 한다며, 시청률에 연연하지 말고, 보다 사회전반을 위한 공익과 공영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편성하고 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청률 우선주의로 인해 탄생한 ‘변형 토크쇼’는 이미 시청자들의 감각을 길들였기 때문에, 이젠 시청자들이 새로운 형식을 거부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이문세의 오아시스 35분’같은 토크쇼가 자리를 잡지 못하고 조기 종영한 것도 이와 같은 연유라는 그의 설명이다.
즉 이것은 ‘변형 토크쇼’의 문제점들을 바로잡기 위한 공영방송의 책임과 역할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전만해도 ‘자니 윤 쇼’나 ‘주병진 쇼’ 등에는 명사들의 삶의 철학과 세상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또한 선진국들의 공영방송 가운데도 ‘토크쇼’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회 시사성 문제들에 대한 접근과 세상이야기를 통해 시청자들과 공감 자리를 마련했다.
이런 것들을 통해서 ‘정통 토크쇼’는 그 나름대로의 영향력과 공익을 추구했다. 지금은 TV 방송에서 이러한 토크쇼의 매력은 점점 사라져 가고 있다. ‘한국적 토크쇼’는 명맥이 사라져 버리는 것은 아닌가. 우리사회의 따뜻한 삶의 향기가 묻어나는 명사와 살만 나는 이야기가 없어서 그런 것일까.
이 시점에서 TV 방송사들은 시청률의 우선주의에만 집착하지 말고, 보다 사회와 문화에 선한 영향력 줄 수 있는 ‘한국적 토크쇼’의 부활과 ‘변형 토크쇼’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로 할 것이다. 또한 시청자들도 성숙한 시민의식과 방송참여라는 제도를 통해 방송사들의 노력에 기대와 호응을 해주어야 할 것이다. 시청자들의 보다 낳은 방송을 위한 쌍방향 교류, 지지와 공감이 필요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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