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생활과 보드게임

입력 2006.09.30 10:44  수정

보드게임은 취미생활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인가

외국에서, 특히 독일에서 보드게임은 매우 활성화되어 있는 취미생활 중의 하나이다.

매년 독일에서는 SDJ(Spiel des Jahres, 올해의 게임상)와 DSP(Deutscher Spiele Preis, 독일 게임상) 같은 권위있는 보드게임상(賞)을 수여함으로써 보드게임 개발자들의 개발의욕을 높이고 있고, 그로 인해 해마다 수준높은 보드게임이 다량 출시되고 있다.

1995년에 올해의 게임상과 독일 게임상을 동시에 수상한 카탄의 개척자(the Settlers of Catan)라는 게임은 전세계적으로 600만본 이상이 판매되기도 하였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판매고를 자랑하는 카탄의 개척자와 그 확장본인 카탄의 도시와 기사


보드게임은 그 종류가 다양하고, 그 개수는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셋(Set)과 같이 혼자서 할 수 있는 것도 있고, 리커셰이 로봇(Ricochet Robot)처럼 99명까지 게임이 가능하다고 하는 것도 있다. 부루마불(Blue Marble)처럼 주사위로 진행되는 게임이 있는가 하면, 푸에르토 리코(Puerto Rico)처럼 주사위가 전혀 없는 게임도 있다.

푸에르토 리코. 스타크래프트에만 빌드오더가 있는 것이 아니다.


할리갈리(Halli Galli)같이 머리를 쓰지 않는 게임이 있는가 하면, 바둑 같이 고도의 전략과 머리쓰기를 요구하는 추상전략게임도 있고, 여명의 제국(Twilight Imperium)같은 국가경영게임도 있다.

여명의 제국. 은하제국의 황제가 되어 보자.


보드게임 중에는 교육적인 게임들도 꽤 있다. IQ 상위 2%의 천재들만 가입이 가능하다는 멘사(MENSA)에서 추천한 메트로(Metro) 같은 보드게임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1980년대 초, 부루마불이라는 국산 보드게임이 어린이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적이 있다. 어린이들은 부모님을 졸라 너도나도 이 게임을 구입했고, 부모님이 게임을 사주지 않으면 직접 만들어서라도 게임을 할 만큼 이 게임은 대단한 인기를 누렸다.

그 이후, 2000년도 초에도 보드게임 붐이 일어나 많은 보드게임 카페가 생겨나기도 했지만, 현재는 그 수가 현격하게 줄어든 상태이다.

많은 사람들이 보드게임을 접해보기는 했지만, 대부분 할리갈리, 젠가(Jenga) 등의 단순한 게임만을 하다 그 단순함에 흥미를 잃어버리고 보드게임에서 멀어져 갔다.

보드게임은 취미생활로 하기에 비용이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다. 보드게임 하나의 가격이 보통 3~4만원 정도 하며, 10만원 이상의 고가 제품도 있다. 이것은 진입장벽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게임’이라는 인식은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게임은 공부를 방해하는 것이란 선입견이 있어 부모님은 아이들에게 보드게임 사주기를 꺼려한다. 어른들끼리 보드게임을 하는 경우에는 ‘그 나이에 아직도 게임하나?’라는 핀잔을 듣기가 일쑤이다.

하지만, 바둑도 한때 잡기로 취급되었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현재는 최고의 두뇌스포츠 중 하나로 자리잡고 있고, 외국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보드게임긱(boardgamegeek.com)이라는 해외 보드게임 전문 웹사이트에서는 전세계 수천, 수만개의 보드게임을 제치고 18위라는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기도 하다.

그런 만큼 다른 보드게임도 언젠가 바둑처럼 재평가를 받는 날이 올 수 있을 것이다.

비록 초기단계이지만 우리나라에도 보드게임 개발사들이 하나둘 생겨나고 있고, 좋은 게임을 많이 만들어내고 있으며, 독일의 에센 게임 페어(Essen Game Fair) 등 해외 보드게임 축제에 작품을 출품하여 좋은 평가를 이끌어 내기도 하였다.

2006년 9월 16~17일 양일간, 서울 용산에서는 보드게임콘이란 보드게임관련 행사가 개최되어 일반인들에게 보드게임을 알리는 기회가 되기도 하였다.

이런 노력들이 열매를 맺어 보드게임이 취미생활의 한 축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인지, 아니면 일부 매니아들만의 문화로 남게 될 것인지 관심있게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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